안녕하세요, 황유석입니다.^^

방금 막 일본 그랑프리 관전을 마쳤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1시30분에 시작했다고 하니 한국에서도 방영하는 체널이 있으면 시차걱정없이 보셨을 것 같네요. 유럽쪽 경기는 주로 주말 아침 일찍 했었기 때문에 스케쥴이 있으면 앞부분만 보다가 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모든 스케쥴 마치고 여유있게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12시에 시작하는줄알고 나갔다오니 동부 시간 기준이었는지 이미 10바퀴 넘어서던 시점이라 세이프티카 개입 이전 상황은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왜 키미와 마사가 맨 뒤에서 헤매고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게되었습니다. 해설자 말로는 페라리팀이 레인 타이어 보다 고속의 타이어로 레이스를 시작하였고 타이어 교체로 피트인을 했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F-1 룰을 모르는 상태에서 듣기에는) 페라리의 규정 위반이었다는 뉘앙스로 들렸습니다. 빗길에서 미끄러지면 자기만 다치는 것이 아니니까요.

장대비와 안개때문에 세이프티카 개입되는 등 경기가 오랜시간 진행되었지만 빗속의 F-1 경기를 제대로 보는 것이 처음이었고, 실제로 볼거리가 많은 경기였기 때문에 즐겁게 관전 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경기 내용을 대충 정리하면,

예선 종료직전 1위를 따낸 슈퍼루키 해밀턴은 시종일관 신인답지 않게 침착하고 안정된 드라이빙으로 일본 그랑프리 폴투윈을 차지하였습니다.
빗속에서 2시간 34.574초로 골인하였고 - 24바퀴째인가 쿠비카에게 뒤를 살짝 떠밀리면서 스핀아웃 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던 만큼 - 폭우속에서 완벽한 주행을 보여주면서 다시한번 실력을 입증하였습니다.

특히 접촉 이후 다소 페이스가 떨어져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기도 하였는데 'Vibrate self(자신 스스로가 떨렸음)'였을 뿐 머신에는 이상이 없어보였고 다만 스스로 침착하려고 노력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주행 중 누구보다 침착했던 반면 우승 뒤에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모습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회견 직전에는 표정관리하느라 잠시 고개를 숙이기도 하더군요.

아뭏튼 포인트 107점으로 95점의 알론소를 한게임 이상 리드하게 되었고, 앞으로 남겨둔 2경기에서 리타이어만 하지 않는다면 데뷔와함께 챔피언에 등극하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위로 출발했던 알론소는 세이프티카 개입이후에도 계속 해밀턴을 압박하였습니다만 급유를 위한 피트인 이후 뒤로 쳐지다가 초초했는지 몇차례의 스핀아웃을 겪더니 26바퀴를 남겨두고 비가 더 거세졌을때 벽을 들이받고 후륜이 파손되어 리타이어 했습니다. (뒷바퀴가 나간줄 몰랐는지 한동안 머신에서 내릴 생각을 않더군요.^^;)

얼마전 인터뷰에서 헤밀턴의 발언도 있었고, 단단히 별렸을터인데 말 그대로 통한의 리타이어 였을겁니다. 해설자 말로는 순간적으로 스티어링 미스가 났던것 같다는데 시야때문이든 슬립 때문이든 비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지금 같아서는 라이코넨과 2, 3위 경쟁을 하는 처지가 된 것 같습니다.

3위로 출발한 라이코넨은 결국 3위로 골인했습니다. 중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세이프티카 개입 이후 타이어 교환을 하면서 꼴찌로 순위가 추락한 것으로 보이며, 세이프티카 상황을 이용해 정비도 받는 등 희망과 냉정을 잃지않더니 예상을 깨고 결국 포디엄에 오르는 관록을 보여주었습니다.

솔직히 피트인 횟수가 많았고, 알론소 사고 이전에는 8위로 포디엄에서 멀게만 보였는데 앞쪽에서 여럿이 빗속에서 자멸하면서 운도 따랐고,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 10여바퀴 남겨놓고는 구간 기록을 해밀턴보다 2초 정도씩 단축시키더군요. 9바퀴 남았을 무렵 사회자가 'Best in the Lap' 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회견장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쌩쌩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4위로 출발한 마사는 경기내내 가장 위험한 드라이버 중 하나였을 겁니다. 20여 바퀴를 남겨둔 시점에서 3위까지 순위를 올렸지만 마지막 급유로 8위로 떨어지면서 라이코넷과 위치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마지막 피트인은 페널티가 아니었다고합니다. 정정 합니다.)

최소 5번 코스아웃에, 초반 SC 상황 중 추월을 시도하여 페널티를 받았고 특히 마지막 랩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쿠비카와 코너에서 서로지지않는 육탄전을 펼쳐 결국 6위를 쟁취해 내는 모습에서 물불안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구요.

F-1 머신 둘이 코너에서 아예 상대방 머신을 코스 밖으로 밀쳐내는 듯한 동작을 보이고, 상대방도 이에 질세라 똑같이 밀어내는 모습도 대단하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안전거리를 유지하여 계속 달리는 역량도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일본 GP에서 누구보다 행복했던 사람은 11위로 출발하여 2위로 골인한 르노의 코발라이넨 이었을 겁니다. 해설자 말로는 처음으로 포디엄에 오르는 것 이라는데 멕라렌 피트인 이후 레이스 중반까지 웨버가 1위를 고수할 당시에는 곧 쳐질 것 같더니 무리없는 경기 운영으로 2위를 지켰습니다. 막판에는 라이코넨의 맹공을 막아내기도 했구요. 기자회견때는 거의 입이 귀에 걸쳤다는..^^;

그밖에 잠시 순위권에 올랐던 웨버나 베텔, 피지켈라, 등은 결국 순위를 지키지 못하여 비로 얻은 절호의 기회를 결국 비로 날려버렸습니다. 홈경기장에서 잔뜩 별렸을 슈마허는 어제부터 접촉사고에 시달리더니 결국 완주도 하지 못하였고 일본인 아마모토와 사토도 크고 작은 사고에 시달리면서 간신히 완주에 만족해야했습니다. 이 선수들에게는 오늘 경기가 어떻게 기억되었을지 궁금하네요.

노즈 파손이 많아 피트에서 파트 교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특히 틀어진 앞바퀴를 미끄러뜨리면서 피트인 하는 모습도 비속에서나 볼법한 장면이었습니다. 비속의 경기를 접하지 못한 만큼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올해 일본GP를 따낸 후지서킷의 경기 운영이 조금 문제 요소가 있지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팬들 입장에서는 볼만한 경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이제 중국GP와 브라질GP만 남았는데 남은 경기에서는 비가 없을 것 같고 또다시 해밀턴-알론소-라이코넨-마사 4사람만의 1, 2, 3, 4위 경쟁만 보게 된다면 오늘의 치열한 싸움이 다시 생각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