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핀 경합중~~


지난 10월7일 탄천 트랙에서 스쿠터레이스 4전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사진들이 인터넷에 안 돌아다녀서 사진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간신히 몇 장은 건졌네요. ^^

이번 4전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고 분한 시합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정말 연습도 많이 했고, 또한 바이크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타이어 교체 (던롭 -> 브릿지스톤)
-프론트 휠 베어링 교체
-프론트 브레이크 디스크 교체
-프론트 브레이크 패드 교체
몸무게도 2전대비 7kg가까이를 감량하여 최상의 컨디션이었지요.

그 결과, 예선 2위를 기록했습니다. ^^ 첫번째 row에 서는 기분 정말 죽이더군요.
나름 클릭시합때도 스타트는 잘 했고...
이번에는 바이크의 상태 및 몸무게 감량으로 스타트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5초전 사인보드와 함께 바로 출발...
플라잉스타트 같은 (--;) 너무나 빠른 스타트. ㅋㅋㅋ
1등을 제치고 1번코너를 맨 먼저 돌아나갔습니다.
하지만, 앞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달려본 경험이 없어 페이스 조절이 안되더군요. ㅠㅠ
1랩 후반에 바로 1등에게 추월 허용. 이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나보다 빠른 사람을 뒤에 달고 다니는 거 정말 힘들거든요.

20랩의 시합...
10랩 이후 후미차들을 만나면서 버벅대면서 3대를 앞으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 중 2대는 대학전, 1대는 신인전으로 기억됩니다.
이 시합이 대학, 신인 혼주로 진행되며 등수는 나중에 따로 계산됩니다.

이때부터 평정심을 잃기 시작합니다.
상금은 5등까지지만, 메달은 3등까지만 주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명을 추월해야 합니다.
탄천서킷의 특성상 추월이 가능한 곳이 헤어핀 1곳 밖에 없어 실수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드뎌 18랩때 앞서 달리던 3등선수(같은 팀 선수)가 신인전 백마커와 충돌하여 리타이어합니다.
같은 팀 선수라서 많이 안 다쳤나 걱정과 함께 ... 왠지 모를 기분 --; 3등이닷...
자 이제 천천히만 달려도 3등이닷...하지만, 2등선수를 추월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구 들더군요.
지금 2등선수는 저보다도 랩타임이 늦어서 충분히 추월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2등과는 2코너정도 차이가 나고 그 사이에는 신인전의 백마커가 끼어 있습니다.
자, 달리는 거야...2등을 하는거야...
그런데 이 백마커 안 비켜 줍니다. 아니 의외로 빨라 추월이 쉽지 않습니다. ㅠㅠ

뒤에서 버벅거리는 사이, 콘트롤 타워에 라스트랩 사인이 떴습니다.
이거 빨리 추월해야 하는데... 에잇 1번 코너에서 승부닷~~
탄천서킷의 1번코너...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정말 무섭습니다.
코스상 최고속도(60키로정도)로 돌아야하는 우코너(좀 자신없음 ㅠㅠ)에다가 안전지대도 없습니다.

4등과는 충분한 거리가 떨어져 있어 무리할 이유가 없었고, 좀더 3등이 리타이어 할때
하는 행동을 보아 순순히 비켜줄 녀석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성적인 판단과 달리 벌써 1번코너 안쪽으로 머리를 먼저 집어넣고 있었습니다. --;;

그 다음 순간 쿵 소리와 함께 1번코너 바깥으로 밀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백마커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같이 들어가 내차의 후미를 박아버렸습니다.
그대로 같이 날아가 플라스틱 방호벽에 부딪혔습니다.
안돼~~~~

스쿠터 시합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바이크가 부서지지 않는 한 거의 바로바로 일어나 출발합니다.
나도 빨리 다시 일어나 출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군요. ㅠㅠ
바이크의 핸들은 접혀 버리고...

리타이어 ....
너무 화가 났습니다. 무리하게 경쟁을 한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몸도 아팠습니다. 동시에 와이프와 아들의 얼굴이 떠 오르더군요.
저의 지론이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 가족과 함께 보내는 데 있어 문제는 되게 하지말자...였는데...
안전하다고 하게 해주었는데. ㅠㅠ

현재 왼쪽 다리에 보조기를 차고 있습니다.
다행히 내측인대가 일부 파열나서 수술은 필요없고 보조기만 4주 차라는 진단을 받아 불편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빨랑 회복해야 하는데....


나름 클릭레이스 및 바이크 레이스를 많이 경험했지만,
정상권에서 달려보지 못해서 시합에 대한 마인트콘트롤을 못했습니다.
시합은 인생과 같습니다. 빠르다고 1등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그다음은 마인드콘트롤을 통한 시합 매니지먼트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한순간의 판단실수로 3등과 시즌의 마지막 시합을 못나가게 되었습니다. ㅠㅠ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 이라는 소설이 무척 생각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