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꽤나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사실 한달 전에 소나타 이야기를 잠깐 하기는 했었죠...)


갑자기 뜬금 없이 무슨 이직 인사냐? 하고 물으셨을텐데, 오늘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해 드리려니 제가 지금 몸 담고 있는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해서입니다.


2014년 봄부터 몇달간 컨설턴트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2014년 7월 말부터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 (Consumer Report)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자 유일한 Automotive Analyst로 근무 하고 있습니다. 네. 품질과 관련된 각종 이야기 할때 JD 파워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잡지입니다.


사실 Consumer Reports는 저희 잡지 이름이 맞습니다만, 실제 저희 회사는 'Consumer Unions of US Inc.'입니다. Not for profit (비영리 단체)로서 저희가 1936년부터 79년동안 매월 발간하는 소식지의 이름이 'consumer reports'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Automotive Analyst로서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테스트와 매년 시행하는 설문조사의 데이터를 정리 분석 하고, 자동차 업계의 각종 트렌드와 함께 각종 변화 (사양, 펙케징, 적용 기술)등을 모니터하고 분석하고 있으며, 인포테인먼트와 각종 신기술을 전담 분야로 맡아 이 부분에 대한 차량의 평가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5년 현재 매월 종이 잡지를 약 4백만부의 정기 구독자와 약 50만부의 가판대 판매 하고 있으며, consumerreports.org 온라인으로도 3백만명 정도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79년의 역사동안 단 한 번의 광고도 수주한 적이 없고, 모든 테스트에 사용되는 제품 (자동차포함)을 일반 소매 채널을 통해 익명으로 구매하여 테스트 하고 있으며, 공동 연구나 저희가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수주를 받아야 하는 일부 프로젝트를 제외 하고 정부나 각종 단체에서 지원금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잡지와 웹사이트의 구독료와 뜻있는 분들의 지속적인 기부를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Consumer Union 이라는 회사명에 걸맞게 워싱턴 DC의 Policy 사무소를 통해 소비자와 관련된 각종 권익향상 법안 제정과 로비 활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자동차 부분은 미국 보스턴과 뉴욕시 중간에 위치한 코네티컷에 327에이커 (약 45만평)의 자동차 전용 테스트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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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운영되고 있고, 여기서 일하는 30명의 사람들 중에 한명이 저입니다.

(아래 사진에 보시면 유일하게 넥타이 매고 있는 사람이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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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저희가 하는 테스트 과정을 보여드리는 비디오 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이직하기 전에 제작된 비디오라 저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이 비디오에 나오는 모든 분들이 다 제 앞/뒤/옆 큐비클에서 일하고 매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입니다.


http://www.consumerreports.org/cro/2012/12/how-consumer-reports-tests-cars/index.htm?video_id=2144550984001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저희는 미국에서 출시되는 차량들중 약 10만불 미만가격의 희소하지 않은 차량들을 직접 구입합니다. 이마저도 차량 구입시 별도의 mystery shopper들을 이용하여 차량을 인도받기 직전까지 딜러에서는 컨슈머리포트에서 차량을 구입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딜러에서 구입한 차량은 약 2천5백마일 (4천킬로)의 길들이기 주행이 끝나고 나면 약 3주간 가속성능, 핸들링 성능, 연비, 브레이킹 성능, 소음, Fit&finish, 인포테인먼트, 헤드라이트, 각종 안전장치등을 실 생활에서 기준하는 조건으로 테스트하게 됩니다. 


연비 검사의 경우 인젝터 직전에 2중 연료계를 별도 장착하여 엔진에 주입되는 연료를 0.1CC단위로 계측합니다. 수년간 트레이닝 받은 최소 10년 이상 경험의 엔지니어들이 저희 트랙 주변에 설정된 도로를 동일 조건 하에서 여러번 바꿔가며 주행하여 여기서 일관되게 나온 결과의 평균 값으로 계측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테스트가 끝나면, 엔지니어와 전문기자, 그리고 저를 비롯한 에널리스트와 statistician이 전부 모여 테스트 결과를 상의 하고 여기에 각자 주관적인 견해들을 모아 각 차종별로 점수를 부여 합니다.


ConsumerReportsCarRatings.png

 

위의 스크린 캡춰는 저희 온라인 웹사이트의 rating section을 보여 줍니다.(위의 스크린 캡춰는 몇년 전 숫자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차종의 rating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VW의 4기통 디젤차량은 현재 Recommended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차량의 테스트 결과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overall score'라는 부분으로 표시 됩니다. 왼쪽의 차 이름을 클릭하시면 그 차량의 모든 테스트 결과와 함께 Consumer Report(이하 CR)의 스타일로 작성된 차량의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테스팅 외에도, 매년 저희 잡지 구독자들에게 지난 12개월간 보유한 물건의 문제를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합니다. 2015년 설문조사에는 약 80만명 정도의 자동차 오너들이 설문을 작성해 주셨는데, 이 결과는 10월 20일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아주 살짝 말씀 드리면 올해 조사에 정말 깜짝 놀랄만한 결과들이 좀 있습니다.) 설문 조사 결과는 위의 테이블에 오른쪽에 나오는 검정색과 빨강색의 동그라미 (영어로 blob이라고 부릅니다)를 통해 Predicted Reliability (지난 3년식-2012,2013,2014년형- 동안의 품질을 기준으로 올해년도-2015년식-의 품질을 예상해 보는것), Owner satisfaction (현 차종-페이스리프트된 차량을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성의 차량-을 보유한 사람들의 만족도), Accident Avoidance (급차선 변경 테스트와 차량의 전복 사고 확률 및 각종 안전 보조 장치의 기본 장착 여부를 감안한 사고 회피성) 로 표현되고, 마지막 가장 오른쪽의 연비는 저희가 구입한 차량을 저희가 테스트해서 확인한 결과입니다. 


저희의 평가에서 특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고, 지난 3년간의 품질에서 우수(4)나 최우수(5)결과가 나온 차량들에 한해서 Consumer Reports Recommended 를 부여합니다. 이렇게 '권장차종'으로 선정된 차량들만 위의 리스트에서 왼쪽의 빨간 체크 마크를 달게 되는 거구요. 


여튼, 본문으로 들어가서, 저희 컨슈머 리포트에서는 지금 현재 4대의 폭스바겐 디젤 차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골프 스포츠 웨건, 파사트 그리고 제타 세단의 각 2015년식 차량이구요. 복스바겐 디젤 관련된 문제가 알려지고 나서 2010년식 제타스포츠웨건 디젤 차량을 빌려서, EPA 연비 및 공해 테스트시 폭스바겐이 숨겼었던 것으로 알려진 "dyno mode"를 저희가 실 주행 조건에서 모든 차를 테스트 하는 연비 측정 방식을 통해 일반상황에서의 연비와 'EPA 기만 모드' (Cheat mode)의 실 주행 연비를 비교 한 것이죠.


http://www.consumerreports.org/cro/cars/testing-volkswagen-diesel-fuel-economy-and-performance-in-cheat-mode 에서 글과 비디오를 보실 수 있습니다.



비디오 중간에 나오는 폭스바겐 골프의 다이노미터 사진은 저희가 독자들에게 EPA가 어떤 상황에서 차량을 테스트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사진입니다.


그런데, 몇시간 전에 한국의 어떤 인터넷 매체에서 저희의 이런 비디오를 상당히 왜곡하여 개제한것을 발견 하였습니다.

'폭스바겐, 차단장치 제거 후 실험 결과 충격!' 이라는 제목의 기사인데요..

http://www.autoherald.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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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조작 장치가 들통 난 이후 이 소프트웨어의 장착 전과 장착 후의 성능과 연비 등을 비교 실험하고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컨슈머리포트는 다이나노미터 실험 이후, 실제 도로에서 폭스바겐의 해당 차들이 연비와 성능, 특히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의 배출량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검사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실험실 내 계측장비로 측정한 결과치고는 예상범위를 넘어서고 오차범위를 초과한 상당한 차이"라고 말하고 "실제 주행 상태에서 실시하는 RDE(Real Driving Emissisons)로 측정하면 수 십배 이상의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과만으로도 폭스바겐이 EA 189타입 엔진 탑재 차량을 리콜하게 될 경우 성능과 연비저하가 있다는 점이 증명되면서 리콜 시정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리콜 차량에 질소산화물 2차 저감장치인 LNT를 부착하게 되면 연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차량 소유자들이 자율적으로 리콜에 응할 이유가 크지 않아서다. "


1. 저 사진에 보시면 저희도 Getty 에서 사진을 구입하여 가져 온거라, Getty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근데 '출처-컨슈머리포트' 라네요. 

2. 저희는 다이나노미터에서 차량을 실험하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조금 하시는 분들이라면 비디오를 보시고(들으시고) 이해 하시겠지만, 저희가 EPA에서 테스트를 할때 다이노를 사용하고 폭스바겐은 그 다이노 상황에서 별도의 소프트 웨어를 적용해 배기가스를 줄였기 때문에, 이 다이노에서 측정하는 것처럼 차를 속여야 했다 라고 밝혔습니다.

3. 저희는 실제 도로에서 질소 산화물과 미세 먼지등의 배출량에 대해 검사한다고 밝힌적이 없습니다.

4. '실험내 계측장비로 측정한 결과' 가 아니라 실험실 밖의 실제 도로에서 측정한 결과 입니다. 


짧게 이 4가지를 이야기 하려고 한건데, 엉뚱하게 그 배경을 설명 드리고, 왜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설명 드리려다 보니까 꽤나 글이 길어졌네요. 금명간 10월 20일 이후 2015년 자동차 설문 결과가 발표 되고 나서, 다시 한번 글로써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