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구입 계기


작년 이맘때쯤 E46 330ci 복원기를 올렸던것 같네요. 330ci의 근황은… 얼마전에 그 차를 정말 좋아하고

존중하는 오너에게 넘겼습니다. ZHP 옵션의 희귀성을 아는 사람이라 기뻐하며 가져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웬만한 복원은 다 해놓고 넘긴터라 새 오너가 한번 몰아보고는 군말없이 가져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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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E46의 향수에 젖어 330ci를 샀지만, 몇달을 몰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저하고는 

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E92 335i를 4년간 타다가 E46로 넘어가니 기계적인 한계도 보이고… 

감성으로만 타기엔 오감이 만족을 못한다고 해야 하나요? 93년식 미아타를 탈 때는 이런 느낌이 안들었던걸

보니 꼭 오래된 차여서 그랬던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여튼 팔겠다고 결심하고 포스팅을 올린 후에 곧 팔렸습니다.


그리고 타는 내내 대만족했던 E92 바디의 최고봉인 M3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차를 구매할때 타협할

없는 조건이 있는데 무조건 수동에 외장 색이 검은색이어야 합니다. E92 M3는 미국의 전체 매물 중 90%가 

DCT더군요. 조건에 맞는 수동모델을 찾기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4달 정도는 잠복하며 매물을 찾은것 같네요. 


제가 구입한 이 매물은 M Drive, iDrive와 프리미엄 패키지가 달려있습니다. EDC는 없는 버젼이고. H&R 

로워링 스프링이 달려있는데 제 취향엔 좀 낮고 승차감이 거칠어 뗄까도 생각중입니다. E92 M3는 풀모델 

체인지 되고도 몇년이 지난 후라 가격이 많이 하락해서 현재 중고로 진입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1.     주행 임프레션


차를 사기 전 첫 시승때의 느낌이 생각납니다. 파워 감도와 스티어링 감도가 조절 가능한 이 차, 일단은 모두 

기본상태로 맞춰놓고 간을 봅니다. E92 M3의 첫 주행에서 제일 처음 들었던 느낌은 핸들이 정말 가볍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같은 E92 바디의 335i를 4년간 소유했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확연히 가벼운 핸들에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비교적 핸들을 더 많이 감아야 차가 원하는 각도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이질감은 코너에서 확실하게 다가오는데, 빠른 조타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더 많이 감아줘야하니 그리 

기분좋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좌우로 연속된 코너가 나오면 더 크게 실감이 납니다. 가벼운 핸들 

조작감은 막히는 시내주행에서는 운전자의 피곤을 덜어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BMW 특유의 핸들링 

느낌보다는 다분히 인공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리 맘에 들진 않습니다. 다행히 E90 

시리즈 M3에는 M 모드에서만 설정가능한 스티어링 감도 세팅이 따로 있는데 이것과의 차이점은 밑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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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세팅도 기본에서는 반박자 늦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기본 세팅에서 너무 액셀 반응이 민감하면 

기본이란 의미가 없겠죠. 스티어링의 기본세팅처럼 실망스럽진 않습니다. 컴포트 모드라고 생각하면 

적당할 듯 싶네요. 초기 반응이 날카롭지 않아서 부드러운 조작이 쉽고 평소에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세팅입니다. 다만 RPM 상승도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레브매치시에 의식적으로 좀더 많이 밟아야 합니다.


이렇게 스티어링과 파워를 기본세팅으로 두면, 가벼운 스티어링과 반박자 늦는 파워 전달에 차가 무거운 

느낌이 듭니다. 즉, 더 많이 돌리고 더 많이 밟아줘야 차가 뜻대로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무거운 책가방을 

등에 맨 채로 떠나려는 버스를 향해 뛰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여튼 경쾌한 느낌이랑은 거리가 멉니다.


그럼 M 모드를 켜면 어떻게 변할까요? M 모드 세팅에선 크게 네가지의 세팅을 바꿀 수 있습니다. 

파워, 스티어링, EDC, DSC입니다. 제 차는 전자제어 서스펜션 옵션이 없기때문에 EDC를 제외한 나머지 

세개만 바꿀 수 있습니다. 파워 반응은 Normal, Sports, Sports Plus 나누어지는데 저는 Sports Plus로 

세팅해두었습니다. 변속기 옆에 붙어있는 파워 버튼을 누르면 Sports 모드가 되기때문에 M 버튼엔 

Sports Plus로 세팅해둠으로써 원터치로 각각의 파워전달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스티어링 반응을 조절하는 Servotronic은 Sports로 해두었고 DSC는 차에 대한 완벽 컨트롤이 자신없어 

현재는 ON으로 해두었습니다. 많은 M3의 오너들이 어느정도의 슬립은 허용하는 M Dynamic 모드로 

세팅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좀더 익숙해지면 그렇게 바꿀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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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모드에 돌입하여 Servotronic과 파워전달을 Sports에 놓으면 그때서야 무게대비 조타와 순발력이 

제대로 된 세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Servotronic이 Sports 모드가 되면 곧바로 스티어링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거워짐과 동시에 조타가 한층 더 예민해지고 정확도가 증가해 핸들링이 

날카롭게 살아납니다. 연속되는 코너에 던지면 두꺼운 고무줄을 당기는 것처럼 긴장감 있고 팽팽한 

스티어링이 컨트롤에 신뢰감을 줍니다. 


파워가 Sports 모드 이상이 되면 액셀의 반응이 굉장히 민감해지며 RPM 상승과 하강이 확연히 빨라집니다. 

이때는 레브매치시에도 톡 건들면 RPM이 바로 상승하여 빠른 다운쉬프트가 가능합니다. 파워의 Sports Plus

모드는 반응은 정말 빠르지만 조금은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적응되고 나니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시내에서 쓰기엔 너무 민감해 울컥거리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M 모드로 와인딩을 타면

묵직하고 정교한 스티어링으로 인해 신뢰감있는 주행이 가능하고 고회전을 펑펑 쓰며 쭉쭉 미는 느낌이 

일품입니다. 기본 세팅으로만 몰다가 M 버튼을 눌러 차를 깨우면 차의 성격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V8의 엔진음은 제가 경험했던 다른 BMW들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벤츠의 그것처럼 

웅장하고 두텁지는 않은 느낌인데, 칼칼하고 드라이한 사운드에 고회전으로 가면 근육덩어리가 

앙칼지게 울부짖는듯합니다. 창문을 다 닫으면 방음레벨이 높은 모양인지 꽤 조용하고 엔진음이 

보다 잘 들립니다. 창문을 열고 가속할 때는 가끔 배기 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이 놀랄까봐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적도 있었네요. 사운드는 조금 더 두터웠으면 좋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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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92 M3는 클러치가 붙는 시점이 꽤 낮은 지점에 있습니다. 이전에 335i에서는 클러치 스타퍼를 사용해 

클러치 페달의 유격을 일부러 줄여 사용하곤 했는데 이 차는 따로 조절할 필요를 못느꼈습니다. 클러치가 

붙기 전의 유격이 적으니 빠른 힐앤토를 구사하기가 편하네요.

 


2.     운용기


자꾸 335i와 비교하게 되는것 같지만 아무래도 같은 세대의 같은 바디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것 같습니다. 

휠베이스는 335와 얼마 차이가 안나는것 같은데 회전 반경이 엄청나네요. 335i로 한번에 돌 것을 이 차는 

못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브레이크 성능은 만족합니다. 초반에도 예민하기 때문에 살살 밟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연비는… 안좋습니다. M3가 연비 생각하며 타는 차는 아니지만 시내주행시 리터당 5.4km, 고속도로랑 

반반 섞어탈 시 7.5km정도 나오는듯 합니다. 유류비도 실감납니다만 주유소를 가는 횟수가 확 체감됩니다. 

그래도 고속도로 장시간 크루징에는 인간적인 연비도 보여줍니다. 300km정도를 120km/h 정속주행에 

리터당 9.4km 찍어봤습니다.


E92 바디는 정말 실용적입니다. 미혼인 남자에겐 큰 짐을 자주 실을 일이 없는 이상 불편은 전혀 없다고 

생각됩니다. 뒷시트 접으면 웬만하면 안들어가는 물건이 거의 없습니다. Ikea에서 2미터가 넘는 가구를 

사서 옮긴적이 있는데 길이상의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뒷좌석도 충분히 실용적입니다. 180cm 정도의

성인남성이 타도 찌그러져 있는 수준은 아니고 좀 좁긴 하지만 그럭저럭 이동할 수 있는 정도의 헤드룸이

있습니다. 아이만 없다면 부부가 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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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에 제공되는 Novillo 가죽은 하위 모델들에 들어가는 Dakota 가죽에 비해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것이 

특징입니다. 대신 그만큼 예민합니다. 착좌감이나 촉감은 좋지만 흠집도 잘나고 주름도 더 잘 생깁니다.


차의 세팅상으로 아쉬운점이 있는데 Servotronic을 M모드에서만 켤 수 있게 만든건 정말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 그 쫀쫀한 느낌이 좋아 평소에도 켜고 다니고 싶은데 M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상은 안되서 시내주행에서 

가끔은 M모드를 켜고 과격하게 다닐 때도 있습니다. 디자인 상으로 아쉬운 점은 M 모드시에 계기판의 

///M 로고를 점등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M 로고는 백라이트가 없어서 밤에는 아예 보이지 

않는게 아쉽습니다.

 

짧고 간단한 임프레션을 써보려 했는데 오늘도 말이 길어진 것 같군요, 재미있게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