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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자동차 장난감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 어릴 때 사진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인데 아마 75년말 아니면 76년도에 찍은 사진일겁니다.
아직도 저런 색감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독일산 필름이 얼마나 우수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쇠로 만들어진 영국제 미니카들은 현가장치가 있어 쿠션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전 인형이나 총 등의 장난감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저에게 아버지는 많은 자동차 장난감을 사주셨고, 이렇듯 차와의 인연은 어떤 계기가 아닌 운명처럼 저와 자동차가 엮였던 것입니다.

4살때 아버지의 아침 운동을 따라가는 길에 독일에서 가져온 등받이가 있는 3발 자전거로 긴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거의 점프하며 날다시피해 화단에 쳐박혀 아직도 눈섭 주변에 흉터가 있는 걸 보면 스피드에 대한 집착도 어릴 때부터 남달랐습니다.

인터넷은 커녕 개인용 컴퓨터도 없던 80년대에는 카다로그를 모았고, 80년도 후반부터 잡지를 사서 정독을 했으며, 91년도에 200자 원고지에 적은 스텔라 시승기가 무면허였던 고2때 모터매거진에 실려 저의 첫번째 잡지 기고로 기억됩니다.

대학진학 후 3학년 때였던 95년부터 모터매거진 객원기자로 당시 잡지사에서 시승하는 모든 자리에 함께해 다양한 차들을 정말 빡세게 타볼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사서 캐나다로 떠난 것이 2000년 5월이었고, 정말 미친듯이 다니면서 자동차에 환장한 인간들을 만나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별의별 차들을 다 타봤습니다.
바퀴가 빠질뻔, 브레이크 파열 혹은 비슷한 증상으로 죽을 뻔한 경험도 셀 수 없이 많지만 그때 얻은 교훈으로 차를 느끼는 센스와 작동원리를 정확히 이해해 한번 타본 차는 그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1년 프리챌에 자동차 동호회를 만들어 테스트드라이브라 이름 붙인 날이 바로 5월 10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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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스피드 파크에 자주 가는데, 쌍둥이 아들들이 레저카트로는 현재 아마 가장 빠를 겁니다.
오준 오탁간 랩타임이 같은 카트 기준 0.2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최대치로 탄다고 보여지고, 초반에 제가 앞서가면서 라인을 보는 방법이나 머신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미세한 조절의 중요성을 가르쳤습니다.
좀 더 빠른 카트를 태워보고 싶은 맘이 간절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에게 적당한 수준의 취미를 가이드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고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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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또래에 카레라 GT를 타본 거의 유일한 청소년일겁니다.
아이들은 지금도 아빠가 모는 카레라 GT의 사운드와 샤시의 느낌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포르쉐도 996이후 나온 웬만한 수평대향 엔진 차들은 다 타봤을 정도로 기회가 되면 닥치는데로 태워줍니다.
진짜차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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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위해서라면 새벽 5시반에 집을 나서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지만 본인들은 자기들이 잠꾸러기라고 말합니다.
차만 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차, 배터리 충전기 연결, 점프, 타이어 공기압 체크 및 공기 주입등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모두 가르칩니다.

타이어를 굴리고 쌓고, 휠을 들어보게 하고, 머플러가 달라지면, 서스펜션 세팅이 달라지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여주려고 합니다.
유투브로 차를 가르치지 않고 직접 만져보고 듣고 타보고, 그게 습관이 되어야 진짜 지식이 생기는 것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테드의 탄생과 유지, 그리고 제가 적은 수많은 글들에는 명차에 대한 존경심, 더 나아가 이런차가 탄생하게 했던 누군가에 대해 머리를 숙일 수 있다는 제 철학이 바탕입니다.

전 현재의 최신형 차들이 그 이전 혹은 이이전 세대의 차들에 비해 결코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고급차는 고급차대로, 스포츠카는 스포츠카대로 잃은 것이 얻은 것보다 더 커보이는 것이 아쉽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차들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니 결국 저의 주장들이 맞았다는 공감의 확대도 체감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차를 타도 운전은 기본적으로 즐겁습니다.
혼자면 혼자인데로, 가족과 함께하면 다같이해서 좋은게 운전이고 어딘가를 간다는 것은 지금도 설레입니다.

테드는 21년을 한결같이 속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자료를 쌓아왔습니다.
10수년전에 적은 글을 검색을 통해 테드를 접하고 회원에 가입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음을 고려한다면 지금도 적는 글에 신중해야함을 느낍니다.

테드에는 다른 온라인 공간에 없는 질서가 있습니다.
존중이라는 문화는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규칙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테드는 그 질서를 지키기 위해 몇 년동안 신규회원의 가입을 중단했을 정도로, 위험할 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전동화 시대를 맞이하는 장밋빛 미래에 대해 찬물을 끼얹고 이건 사기다라는 논조로 말했던 공간도 테드입니다.
테드에서만큼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생각과 여전히 전동화에 대한 많은 문제점과 역차별적인 정책적 방향성에 옳지 않음은 끊임없이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담하지만 자동차 메이커들이 주장하는 완전 전동차 제조시점은 그들의 약속시간내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차를 복원하고 만드는 과정속에서 그 속살을 들여다보며, 다시한번 그 차들의 매력을 느낍니다.
많은 차를 만들었고, 많은 차들이 저의 손을 거쳐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쌓이는 데이터와 경험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그 자산이 더 큰 빛을 볼 날이 올 것을 생각하며, 저 나름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다시금 다잡습니다.
 

테드가 21년 동안 유지할 수 있게 매일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항상 뒤에서 애쓰는 웹마스터 그리고 스탭들의 노력에도 항상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