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하이퍼포먼스 드라이빙 스쿨에서 큰 재미를 봐서.. 이번에는 큰 맘 먹고 3일짜리 마즈다스피드 레이싱 스쿨에 등록했습니다.

원래는 위스컨신에 있는 Road America에 참가하려고 했지만.. (비교적 가까워서 시간도 덜 걸리고, Road America 서킷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해서 말이죠.. 그리고 라구나 세카는 오락으로 수도 없이 해봐서.. 하핫) 일정표상 라구나 세카가 가장 잘 들어 맞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기를 선택 했습니다.

 

스킵바버 레이싱 스쿨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Formula Mazda고 다른 하나는 MX-5 (미아타) 입니다.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갈려서 저도 어느 것을 할 것인지 처음에 신청할 때 고민을 좀 했지만.. 차 같이 생긴 것을 좋아하는 저는 MX-5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사용하는 미아타는 스킵바버 레이스 시리즈에서 사용하는 스펙 레이서로, 약 200마력 정도 출력을 낸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집에 두고.. 필라델피아에서 8시간을 날아 산호세에 도착한 다음.. 거기서 렌트카로 몬터레이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어제 (일요일) 도착했습니다.

 

흠.. 도착해서 보니 라구나 세카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원 내에 위치한 시설이더군요.

 

캘리포니아에서 저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300C군. 큰 차체에 걸맞지 않는 V6라 그냥 편안하게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사진 찍은 곳은 레이스 트랙 입구인데..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16% 경사로를 올라와야 합니다. 얼마나 경사가 급하던지.. 나중에 운전해 보니 라구나 세카도 경사가 무지막지하더군요.

 

자칫하면 1번 코너로 착각하기 쉬운 2번 코너 "Andretti Hairpin"입니다. 안쪽에는 피트에서 빠져나오는 도로가 보입니다. 프로그램 참가에 집중하느라 사진은 여기까지~

 

하이퍼포먼스 스쿨과 같이 레이싱 스쿨도 오전 8시에 프로그램이 시작합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준비할 것이 있기 때문에 7시 반 정도에는 가야 합니다.

레이싱스쿨에 참가하게 되면 헬멧과 레이싱 수트는 별도로 제공되고요.. 장갑만 가져오면 됩니다. 훈련소에서 폐전투복을 사이즈에 맞게 찾아서 입는 것 같이 여기도 창고에 들어가서 레이싱 수트를 주섬주섬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헬멧도 알맞는 것으로 고르고.. 저는 답답한 것이 싫어서 역시 오픈 페이스로..

 

오전세션은 약 한 시간정도의 강의가 있고.. 인필드에서 오토크로스 주행을 하면서 차에 대한 갑각을 익힙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브레이킹/힐앤토 다운쉬프트 연습을 한 후 트랙을 돌게 되죠. 그리고 앞으로 이틀 간은 하루 종일 트랙 주행을 하게되는 일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난 번 하이퍼포먼스 드라이빙 스쿨은 마냥 재미있었는데요.. 이번 레이싱 스쿨에서 제일 많이 느꼈던 것은 "운전이라는 것이 정말 높은 수준의 체력을 요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전 오토크로스 세션에서도 한참을 운전하고 나니 약간의 어지러움도 느꼈고, 나중에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먹을 힘도 없었으니까요. 역시.. 튜닝 중에 가장 중요한 튜닝은 드라이버 튜닝이라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틀은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오후 전반부는 브레이킹/힐앤토 다운쉬프트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요.. 프론트 스트레이트(1번 코너 포함)-2번코너-피트주로 역주행-11번코너-프론트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트랙을 만들어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트랙 형상은 약간 영국의 Brand Hatch 트랙이나 독일의 AVUS 트랙을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문제는.. 여기서 상당히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레이싱스쿨은 포뮬러카와 미아타가 같이 주행을 하는데, 포뮬러카 학생이던 어떤 여자 분이 브레이킹 없이 타이어로 덧데어진 콘크리트벽과 정면충돌을 한 것이지요. 그 사고로 다리가 부러지고 헬리콥터로 산호세까지 후송되어 갔습니다. 안전벨트도 생각보다 꽉 조이지 않았는지 머리를 스티어링휠에 부딪히는 바람에 잠깐 정신을 잃기도 했답니다. 당시 속도는 잘 모르겠고, 4단 5000rpm으로 주행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지시를 받았으니, 아마 60 mph는 훌쩍 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사고 이유는 아무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여자분이 고카트 경력이 있는 만큼 브레이크를 밟는 다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왼발로 클러치를 밟지 않았나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레이싱.. 아니 운전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잘 못될 수 있다라는 것을 정말 실감나게 느꼈습니다.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 (약 40분 정도 프로그램이 중단되었습니다) 이제 트랙 주행에 나서게 되었는데요. 다행히 오락에서 많이 달려본 경험(?)이 트랙 레이아웃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오락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죠. 특히 심한 고저차 (약 90미터라는 군요)는 오락에서는 전혀 느껴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5번 코너부터 경사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해서 6번코너 부터 7번까지 아주 가파른 경사가 이어집니다. 7번코너가 언덕 정상이고 바로 그 유명한 Corkscrew 코너 (8번 - 8a 코너)에서 급하강을 시작하는데 실제로 달려보니 정말 대단하더군요.

 

오늘 밤 숙제가 트랙 레이아웃을 숙지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인데, 저는 글로 쓰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까 합니다^^

라구나 세카를 방문하시려는 분들과 그랜 투리스모 시리즈 등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도 약간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브레이크 : 1 (가장 약함) - 10 (가장 강함)

 

프론트 스트레이트 및 1번 코너: (1번 코너는 약간 언덕진 블라인드 코너입니다)

프론트 스트레이트 중간으로 진입하다가 1번코너 에이펙스에서 가장 왼쪽 전신주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른쪽 끝으로 붙어서 2번 코너를 준비.

 

2번 코너 (더블 에이펙스):

10 브레이킹으로 진입. 첫 번째 에이펙스에서는 완전히 붙지 말고 차 폭 정도를 남겨 놓는다. 에이펙스를 지나면서 트레일 브레이킹으로 차를 회전시켜 두 번째 에이펙스를 겨냥. 차 머리가 에이펙스를 향하면 WOT로 가속.

 

3번 코너 (decreasing radius):

decreasing radius 턴이므로 이른 에이펙스(early apex) 공략은 절대 절대 금물. 7 브레이킹을 끝내고 턴인을 시작해 에이펙스를 지날 때 까지 가속하지 말 것. 탈출하면서 바깥쪽 커브를 모두 사용.

 

4번 코너 (고속 코너 - 위험):

고속 코너에서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실수는 이른 에이펙스 + 너무 빠른 속도 =  트레일링 스로틀 오버스티어가 나는 것임. 이를 방지하기 위해 2 브레이킹 직후 10% 스로틀 개방

 

5번 코너:

라구나 세카에서 이른 에이펙스를 쓰는 두 개의 코너 중 하나. 7 브레이킹으로 진입하여 에이펙스 직후 WOT. 에이펙스 이후 온캠버 코너이고 업힐이 시작되므로 그립이 충분하다.

 

6번 코너 (조심! 조심!):

6번 코너에서 업힐 경사가 특히 급해짐. 다만 6번 코너 브레이킹 지점과 에이펙스 사이는 약간의 다운힐이고 에이펙스를 기점으로 다시 급경사가 시작되므로 브레이크를 심하게 하면 오버스티어의 위험이 큼. 따라서 5 브레이킹 후 에이펙스 전에 WOT 가속해서 앞 서스펜션의 load를 줄여야 함.

 

7번 코너 (크레스트로 인한 블라인드):

8번 코너를 위해 턴인이 늦어야함. 8번코너 감속을 위해 7번코너 에이펙스 직후 부터 브레이킹을 시작. 다만 에이펙스 직후 크레스트이기 때문에 5 브레이킹으로 시작해서 크레스트를 넘어 9 브레이킹으로 감속.

 

8번 - 8a 코너:

유명한 코크스크루.. 턴인을 무지막지하게 늦추어서 언덕을 8번과 8a 사이를 거의 90도 각도로 꺾어 직선으로 탈출 해야함. 제대로만 하면 미아타의 경우 8번코너 직후 100% 스로틀로 8a를 탈출 가능함. 탈출 직후 바깥쪽 커브로 완전히 붙지 말고 차폭 정도를 남김.

 

9번 코너:

온캠버가 많이 들어간 다운힐 블라인드 코너이므로 브레이킹은 자연스러운 턴인을 유도할 정도로만 (6 브레이킹). 고속 코너이므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 에이펙스에서 커브 전체를 사용할 것. 블라인드 코너이므로 이른 에이펙스는 금물. 탈출 직후 바깥쪽 커브 주변 노면은 오프캠버이므로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음. 그렇다고 여기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트레일링 스로틀 오버스티어를 유발하므로 절대로 그러지 말 것.

 

10번 코너:

생각보다 빨리 10번 코너가 다가오므로 9번 코너 이후 재빨리 준비해야 함. 생각보다 강하게 브레이킹 할것 (7 브레이킹). 온캠버가 많이 들어가 있는 코너이므로 속도 유지가 중요.

 

11번 코너:

라구나 세카에서 가장 저속 코너. 클래식한 Slow-in, fast-out 코너임. 10 브레이킹. 11번 코너는 라구나 세카에서 가장 중요한 코너임 - 프론트 스트레이트로 이어지기 때문에 탈출 속도가 중요하며, 그 뒤에 바로 라구나 세카의 대표적인 추월 구간인 2번 코너가 기다리기 때문.

 

이 정도만 잘 기억해도 내일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홧팅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