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전에 쏘나타 V33을 시승했습니다.
그랜저를 시승 못 해서 아쉬워하고 있던 차에 안면이 있던 영업사원이 쏘나타 3.3 시승차가 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차는 아니기에 더더욱 시승을 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쏘나타 디자인 좋아합니다.
역대 쏘나타 중에서도 제일 나은 것 같고, 현대 차 중에서도 가장 디자인 완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곡선을 넣은 그랜저보다도 제 개인적으로는 나은 것 같습니다.
아우디 느낌의 fit한 라인, 앞뒤 균형 등 전반적인 완성도가 참 높다고 생각하며, 다만 뒷모습이 좀 붕 떠 보이기는 합니다.
그래서인지 스터디 같은 데서 휠 인치업하고, 차고만 살짝 낮혀 놓으면 상당히 자세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다만, 디자인 완성도는 높지만 아이덴티티는 사실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전반적으로 아우디 느낌이 나는 라인에 어코드를 연상시키는 테일램프..
논란이 많지만, 베끼고 안 베끼고를 떠나서 현대차가 그런 논란을 피하고 싶었다면, 테일램프 디자인 하나 변경해서 시판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어코드가 해외에 시판되고도 한참 있다 나온 차니까요.

시승차는 가장 많이 팔리는 크리스탈 실버 색상이네요.
쏘나타는 이런 은색 계통이나 검정색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다만, 길가에 깔리기 시작하는 쏘나타 택시들이 죄다 이 색인 것이 좀~
예전 어머니 차였던 흰색 쏘나타3 타고 강남역 길가에 서 있다가 택시인 줄 알고 타려는 사람만 2번을 본 지라...
이런 것까지 신경쓰면서 살 필요는 없겠죠~
검정색도 모범으로 오인받을 여지가 다분하니..^^
17인치 휠은 이제야 제대로 자리잡은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2.4의 17인치휠이나 듀얼 머플러는 다소 뽀대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SM5 XE의 17인치휠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려야 할지...

외관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정말 유심히 보지 않는 한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F24S와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실내 역시 F24S의 블랙톤인데, 좀 낯설길래 한참을 들여다보니 AV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이 되어 있더군요.
개인적으론 이거 빼고 좀 싸지면 사고 싶어지더군요.
쏘나타 3.3을 구매하는 사람은 주행성능을 최우선하는 사람이지, 이런 고급 편의사양을 원하는 사람이 아닐텐데...
실제로 현대차가 쏘나타 3.3을 출시한 이유가 이 차를 팔겠다기 보다는 SM7을 쏘나타급으로 끌어내려 그랜저의 판매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F24S 고급형과의 차별화를 위해 이런 저런 옵션을 더해 3200만원의 시판가를 만들어 놓았는데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견으로 7-8인치 되는 조그마한 화면에 고화질 DVD를 틀어대고 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안 들고, 실외에서 본다면 차라리 저렴하게 포터블 DVD플레이어를 사는 게 낫지 않은가 싶습니다.
잠깐 틀어보니 TV는 수신상태가 예상대로 별로였고, 주행 중에는 당연히 음성만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JBL 스피커가 달려 있는 오디오는 많이 듣진 않았지만, 적어도 음색은 참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현대차의 초기품질이 세계적으로도 탑클래스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도어트림의 아귀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니, 아직 감성품질에서는 일본차에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점은 SM7도 마찬가지구요.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따로 떼어 놓는 것을 제 개인적으론 특별히 싫어하진 않지만, 세계적인 추세가 통합디스플레이로 가는 점임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다음 신차부터는 이런 점을 감안했음 좋겠습니다.
요즘 TFT-LCD 가격 얼마 하지도 않고, 양산차 메이커가 굳이 오디오 튜닝까지 고려해 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시동을 걸어보니 제법 정숙한 엔진음이 들렸습니다.
V6이니 당연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세타엔진도 아이들링 시 실내에선 조용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요.
시승차는 900km가량 주행이 되어 있었는데, 길들이기는 당연히 잘 안 되어 있는 편이라 추측됩니다.
제가 이날의 첫 시승자라 워밍업을 시키려고 천천히 주행하는데, 생각보단 엔진이 열받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시내에서는 역시 대배기량 차답게 시원시원한 가속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제법 속도를 내도 2500rpm 이상 올라가지 않더군요,
그러나 시내에서의 가속력은 솔직히 SM7 3.5쪽이 더 나았습니다.
배기량 차이와 저속에서의 토크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2.4는 아주 엑셀레이터의 응답성이 민감했는데, 3.3은 그 정도는 아니고 적당한 수준의 응답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과거 쏘나타를 시승하면서 쏘나타답지 않게 제법 탄탄한 느낌의 써스펜션이 인상 깊었었는데, 시승차는 XG처럼 마냥 무른 느낌이었습니다.
차를 들여다보니 ECS가 오토로 되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여러 회사의 ECS가 장착되어 있는 차를 시승해 보았지만, 어느 하나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개 오토(컴포트) 모드에 놓으면 지나치게 출렁이고, 스포트 모드로 해 놔야 ECS가 없는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쏘나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라면 항상 스포트 모드로 해 놓고 다닐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ECS랑 AV시스템은 꼭 옵션으로 돌렸음 좋겠습니다.

고속화도로에 들어가서 속도를 내 보았습니다.
뭐 여건상 175km/h까지 내 보았는데, 가속감은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킥다운하면 6000rpm 이상까지 쉽게 올라가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현대차보다도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세타엔진에서는 엔진음에 정말 실망했었는데, 람다엔진은 좀 나아진 것 같습니다.
과거 XG의 델타엔진에 비하면 소음 자체도 조금 줄어든 것 같고, 음색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습니다.
씨리우스 엔진에서 들리던 모터소리 비슷한 음질이 간간이 들리던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언제나 엔진음은 rpm에 따라 일정하게 증가하고, 그 절대치도 높지 않아 양산차로는 무난한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고속주행에서는 가속력이 괜챦다는 점 외에는 특별히 인상적인 면은 없었습니다.
주행안정성도 무난한 수준이었고, 브레이크도 딱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SM7 3.5와 비교해서 출력이 우위에 있음에도 중고속에서 더 잘 나간다는 느낌은 솔직히 들지 않았습니다.
객관적으로는 가속력이 좋지만, SM7 3.5나 어코드 3.0과 비교해서 동력성능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등하나 굳이 비교하자면 약간 열세인 것 같은데, 제 개인적인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스티어링의 단단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쏘나타도 좀 느슨하게 세팅을 해 놓았더군요.
센터에서 조금 움직여도 차는 반응을 안 하는 모습.
국내에서는 SM7이 가장 맘에 듭니다.
작은 스티어링 휠과 민감하게 반응하는 느낌..
이런 면은 기술력의 문제는 아닐테고, 현대차가 추구하는 무난한 대중차에는 쏘나타같은 세팅이 나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EPS를 달아도 SM7이나 쏘나타 모두 고속에서 충분히 무거워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더군요.
제동력은 무난한 수준인데, SM7보다는 조금 나은 느낌이었습니다.

5단 AT는 수동변속에서 분명히 과거보다 훨씬 빠른 변속감을 보여줍니다.
과거 XG AT의 수동변속기능을 써 보고, 이 정도 변속속도라면 별로 수동변속의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한 점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제법 재미 있는 운전을 하는데 많이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하지만, AT가 엔진힘을 제대로 다 이어받고 있지는 않은 느낌이 드는데, SM7 3.5나 어코드에 비해 약간이나마 동력성능이 떨어지는 느낌은 AT의 손실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솔직히 기대가 커서인지 기대에 비해서는 좀 실망했습니다.
운전이 즐거운 스포츠 세단을 기대했었는데, 전반적인 느낌은 힘이 여유 있는 대중차의 범주에서 별로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EF에서도 2.5의 판매대수는 1%가 채 되지 않았고, NF에서도 2.4의 비중이 애초 목표로 했던 30%에 훨씬 미달한 10%대로 알고 있는데, 과연 3.3은 얼마나 팔릴지..
1% 미만일 것은 확실하고, 그랜저 2.7보다 비싸고 260만원 정도 더 투자하면 그랜저 3.3이 보인다는 점에서 구매가치는 확실히 애매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과거의 쏘나타보다 훨씬 나아졌고, 과거 현대차의 단점을 많이 커버했음에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