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화창한 여름날, 예년과는 달리 아직 가을이 올려면 멀은 듯한,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씨에 감사하며 Crowfoot MINI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딜러와 만나 용무를 마친 후, 뭐 더 필요한 거 없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미니 S 시승하고싶다" 라고 대답했고,

주말이라 바쁜 와중에도 "구매 의사가 없어 보이는" 고객에게 신경 써주는 딜러는

이내 키를 갖고 나옵니다.

시승차는 미니-S 하이퍼블루에 선루프가 들어가있는 모델로, 05년식에 수동 미션 차량.

수동인데 괜찮겠느냐 하는 말을 두 명의 딜러에게서 듣다보니,

북미에서조차 미니-S 인데도 오토 모델을 원하는 고객이 많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미니 일반 모델을 시승해봤기 때문에 제 눈과 몸에 익숙한 인테리어는,

이번엔 더욱 차와 일체된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증폭시킵니다.

시트 포지션을 평소대로 가까이 놓고,  힐앤토나 빠른 변속을 위한 자리를 잡아봅니다.

이제 출발 완료~

"시승 코스는 아시죠?" 하는 딜러의 질문에 저번 시승의 기억을 되살리며

"당연히 알죠- 걱정 마십쇼" 한 마디를 남기고 얼른 문을 닫았습니다.

벌써 운전자를 포함해서 1270kg을 상회하는 중량에 덩치 큰 그 흑인 딜러까지 태울 수는..

절대 없었지요^^

독일 차 치고 무겁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평소 익숙해진 제 차의 클러치 보단 훨씬 무거운

미니의 클러치 패달에 적응하면서 슬슬 전시장을 나섭니다.

그리고선 우회전으로 큰 길에 들어서자 마자 풀 스로틀.

우우웅~ 거리던 회전음은 수퍼차저 소리와 섞여 이내 그아앙~ 으로 증폭되고,

6000rpm 에서 2단 변속.

"삐기기긱~ 가아앙~"

내리막인데도 주저없이 귓전을 울려주는 타이어의 비명은 제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합니다.

그와 함께, 전시장에서 이미 익혀둔 패달 간격과 답력은 정말 "재미" 있어서,

마치 발로 박수를 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왼발은 클러치를, 오른발은 악셀 패달을 쫙쫙 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마침 전날 밤에 드래그 레이싱을 하고 온 터라, 손과 발은 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알아서 잘 움직여주더군요^^;;

이내 신호 대기에 섰다가 다시 우회전으로 코스를 잡습니다.

예전 미니쿠퍼 시승할 때 시동을 꺼뜨려서 당황했던 자리라는 걸 상기하면서,

차를 살살 도로 상에 올려놓습니다.

성능 스펙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씨빅 SiR, 티뷰론 GT 등등과는 달리,

두 번째 만남인데도 운전자를 너무 편하게 해주는 "쉬운" 컨트롤과 토크감은

차에 대한 시승자의 믿음을 더 키워주네요^^

원래 미니가 추구하는 인테리어가 운전자와의 조화, 편안한 스포츠 드라이빙 이라지만

168hp 상당의 수퍼챠져 차량 치고 시내 운전이 너무 편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우회전을 마친 후 역시나 1단 풀가속. 이번엔 제대로 1단 6500rpm을 때리고 2단을 "쳐"넣습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휠스핀.. 삐끼기기긱~

그러나 이어지는 이상한 느낌이 있었으니..

휠스핀이 나는 직후에 분명 풀악셀인데도 악셀 오프 내지는 브레이크가 슬쩍 잡히는 느낌이 들면서

"우웅~" 하는 공백이 생깁니다.

"어? 이거 전자장비가 나서는 건가..?"

안그래도 dsc 등등의 전자 제어 장비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오로지 차와의 원초적인 1:1 대면 만을 중요시 하는 저로선 순간 무지 언짢아지더군요..ㅡㅡ;

해서 센터페시아에서 ASC 라고 되어있는 스위치를 만지니,

전면 rpm 타코메터에 느낌표 경고등이 뜨면서 ASC가 꺼졌음을(아마도) 표시하더군요..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가속.

수퍼챠저의 부스트가 뜨는 포인트를 느껴볼려고 2, 3단에서 고rpm까지 사용해봤지만

역시 "수퍼차져"라선지 갑자기 터지는 느낌은 없습니다.

하지만 2500rpm 을 지나면서, 3000 정도부터 몸에 느껴지는 "달라진" 가속 느낌과 사운드는

이 작은 1600cc 차와 엔진이 운전자를 이렇게 즐겁게 해줄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N/A엔진 특성에 익숙한 저로선 위화감 없이 안정적인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친근함이

느껴지더군요.

몇 번의 2-3-4단을 오가는 시프트 업, 다운, 감속 시 의도적인 힐앤토 브레이킹을 써보면서

시프터(미션이 아닌..)와 엔진 회전 반응성을 봅니다.

시프트업은 큼지막하고 손에 꼭 들어오는 볼 타입 노브 덕분인지 정확하고 기분좋게 잘 들어갑니다.

하지만 throw는 좀 긴 편으로, 부드러운 시내운전에는 안성맞춤이겠지만,

저한텐 시프트 다운에서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더블클러치, 악셀링과 동시에 시프트 다운, 힐앤토 등등..

악셀 패달을 치면서 rpm을 보상해줘야하는 동작에서 스로틀의 반응성이 문제가 되더군요.

오른발을 비틀 공간은 충분 하기 때문에 동작 자체는 편하지만,

악셀을 쳤을 때 평소 운전하듯 말 그대로 치기만 해서는 rpm 보상이 어려운 걸 느꼈습니다.

즉,, 스로틀에 대한 엔진의 반응 속도와 그 정도가 약했습니다.

다른 bmw차량들 처럼 바닥에서부터 올라와있는 패달 모양 때문인가.. 해서

의도적으로 악셀을 뒷꿈치로 치는 게 아니라 누르는 기분으로 길게 줘봤지만 회전계에 나타나는

rpm 상승은 1000rpm 을 넘기 힘들다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하드한 클러치에 익숙칠 않은 제 왼발과, throw가 긴 시프터 때문에 특히 3->2단

내림에서 자꾸 기어가 빠지는 것일 수도 있고, 매일매일 혹사당하는 시승차이기 때문에

시프터나 싱크로나이저 기어가 상해있는 상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부분은 간단한 튜닝을 통해 보강해줘야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긴다면 말이죠)

그리고서 이제 코너링 퍼포먼스를 알아보기 위해 미니를 Crowchild trail로 데려갑니다^^

큰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자주 있는, U자의 진입 도로로 들어선 미니S.

16인치 순정 휠과 4계절 타이어. 그리고 맥퍼슨/멀티링크의 단단하고 믿음직한 하체가

고속 코너링에선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지 기대하며 40km/h 의 진입도로에서

2단 약 60km/h로 들어갑니다.

조금 빨랐던 진입, 코너링 속도 때문에 앞 차와 금새 가까워져버린 탓에

브레이크를 줘야했지만, 롤이 적고 안정적인,,(즉, 움직임이 한계 안에선 예측가능하달까요..)

코너링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2단 6500에서 타이어 비명소리를 한 번 더 들으며 3단으로 변속, 그리고 계속되는 풀가속...

3단 6000 정도로 달리면서도 "구아앙~" 거리는 엔진음과 옆에 뒤쳐지는 차들 말고는

고rpm 고속(?) 주행이라는 위화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 역시나 독일차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리고 이내 앞에 나타난 교차로. 우측으로 빠져서 앞을 가로지르는 도로로 바로

합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한 번 고속 롱 코너 공략을 해보고자 3단에서 그대로 진입합니다.

"끼기이이~" 거리는 타이어 스킬음을 살짝살짝 남기면서 돌아나가는 미니S.

고속의 움직임에서도 자세를 유지하며 운전자를 달래주는 미니가 신통합니다.

하지만 60:40에 가까운, FF로서는 괜찮은 무게 배분에도, 언더스티어 걱정은 항상 있게되죠..

부족한 정보와 경험으로 평을 해보자면. .

언더스티어가 FF치고 심한 건 절대 아니지만 FF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차들도 있지요..^^)

예전에 타본 씨빅 SiR도 그러했지만, 언더스티어와 그 보정 과정을, FF로서의 매력으로 생각하고

탄다면 충분히 재밌게 탈 수 있는 그런 정도입니다.

씨빅 과 비교해서 언더스티어 느껴지는 정도는 비슷하지만,

씨빅은 코너에서 가볍고 미니는 무겁더군요.^^;; (제 경험과 표현의 한계입니다..ㅜㅠ)

3단으로 돌아나온 후, 앞에 펼쳐진 쫙 뻗은 도로..

그렇습니다. 예전 미니 시승 때 여자 분 둘을 태우고서

90km/h로 슬쩍 슬라럼(연속적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했던 그 도로더군요.

더구나 도로 보수를 했는지 까맣게 햇살에 달궈져있는 새 아스팔트가 등과 손을 통해서 전해져옵니다.

이내 속도는 3단 140km/h을 넘어 그아앙 거리며 돌진하는 미니S.

고속 슬라럼?을 시작합니다.

아무리 firm한 서스펜션의 안정적인 순정 차라도,, 150 가까운 속도에서의 연속적인

스티어링 동작에는 균형이 무너지기가 쉽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왼쪽부터 시작합니다.

"끼기기기기~" "끼기기기기~" "끼기기기기~" 하는 스킬음을 뒤로 남기며..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듯 한 타이밍에 선을 그어 놓고서 스로틀 개방 상태에서

네 번에 걸쳐 연속적이면서도 끊어지는.. 움직임을 시도합니다.

어찌보면 고속에서 칼질하는.. ㅡㅡ; 것과 비교될 수도 있겠네요.

3단 140~150에서의 움직임에도 바운싱이 별로 없는 게 가장 맘에 듭니다.

다소 연속적인 움직임에도 무게중심의 횡측 이동량이 적게 느껴지고

그것은 운전자의 컨트롤 한계를 높여주는 듯한 기분이 들게하네요.

하지만 시승을 하면서 아쉬웠던 건 순정 타이어입니다.

가속 때의 휠스핀도 그렇고, 코너에서 곧잘 나는 비명소리... 하드한 느낌입니다.

포텐자나 엑스타 같은 타이어를 신고 다시 테스트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게 하더군요^^

20분 간의 혼자만의 시승이었는데도 전날 밤 무리해선지 몸이 벌써 피곤모드에 돌입하더군요;

슬슬 방향을 바꿔 전시장으로 향하기 위해 또 한 번 옆으로 빠지는 차선에 들어갑니다.

이번엔 언더 걱정 때문에 3단에서 그대로 진입한 후 곧 바로 3번의 왼발 브레이크를

통해 돌아나옵니다.

역시 브레이크가 예민하기로 유명한 미니라서, 씨빅SiR, 인테그라에서 느껴지는

왼발브레이크 반응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세 번 모두 정확히 밟는 그 타이밍에 머리가 안쪽으로 쑥~들어오는 게 느껴지더군요.

씨빅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테스트 했을 때 즉각적이고 부드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역시 가볍고 부드러웠지, 무겁고 안정적인 미니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이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고, 뭐 재밌는 게 남지 않았을까 하고 우회전을 위해

정지한 채 대기중인 민희사랑과 미니S.

앞에 chevy Camaro 까만 컨버터블이 그라라랑~ 지나갑니다..

1단 6000rpm 런칭으로 우회전을 하면서 일부러 타이어를 태우는 미니S.

끼기기기기기기기기기~~

느껴지는 주변의 엄청난 시선들을 뒤로하고 Camaro 를 휙~ 지나쳐 두 번의 칼질로 "도망"왔습니다.

전시장 옆에 주차한 후, 발동작의 편의를 위해 구겨두었던 종이 바닥깔개를 다시 펴놓고

25분 동안 고생한 타이어를 토닥여줍니다.^^

제가 돌아오건 "말건?" 태평하게 데스크에서 일을 보고있던 딜러에게

키를 넘겨주며  "고맙다~ 지대로 즐겼다, 무지 안정적이다" 코멘트를 해주고

전시장을 나섰습니다.

이걸로 시승기는 끝입니다.


미니-S 수동 모델을 제 입장에서 평해보자면,

디자인, 인테리어, 운전자에 대한 편의, 안전성이야 해당 세그먼트 차들 중에 최고라고 하고싶습니다^^;

(제가 괜히 민희"사랑"이 아니죠 ㅡㅡ;;)

기계적인 면으로 따져보면, 168 엔진 마력(처음엔 170이라고 했었죠)을 내는

수퍼차저 엔진과 Getrag 미션.. 동급의 씨빅 SiR, 티뷰론 GT, 인테그라 GSR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가속감을 내주면서 수퍼챠저를 통한 나름의 캐릭터 창조를

잘해낸것 같습니다.

센트라SER이나 마쯔다 프로티지 터보 같은 세단 류의 차들을 제하고 생각한다면

실용성을 생각하면 씨빅 SiR, 스트릿에서의 가속감을 생각한다면 티뷰론,

써킷을 생각하면 인테그라가 되겠고, 미니는 딱 오토크로스와 어울리는 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시에 스타일링도 가장 낫지요^^*

하지만 아무리 순정이라고 해도 스로틀 반응성이 부족한 점은, 흡/배기 튠 만으로도 만족할

만큼 해결이 안될 것 같고, 저라면 경량 플라이휠을 꼭 넣어줄 것 같습니다.

하체에 있어서는 타이어만 여름용 퍼포먼스 타이어로 끼워도 써킷이건 공공도로이건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되고요, 서스펜션은 의외로 노면 충격이 적게 느껴지는 것에 놀랐습니다.

저에겐 무지 편하더군요^^

시프터에 있어서, 좀 더 퀵 하고 카트 필링이 느껴지는 직접적인 감각을 위해 최소한

숏 throw 시프터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순정의 볼 모양 노브는 잡기는 편하지만 무게, 움직임 모두 가볍습니다.

그건 밟기 편하고 앙증맞은 패달과도 매치가 되는데,

패달이 밟기 편하고 정확한 대신에 장난감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보기에만 그런 게 아니라 변속을 하면서 오른손은 시프터에, 두 발은 패달에 놓고

엔진/미션과의 교감을 느낄려고 하면..

이놈이 기계로서 다가오는 게 아니라 편한 장난감으로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요?

패달과 시프터 조작감에 있어서 "편함" 이라는 게 하나의 캐릭터리스틱으로 자리잡는 게 아니라

장난 스러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쉬웠던거죠^^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으로 어필하는 그 카트-필링을 이 부분에선 제가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아니면 그 "장난스러운 재미" 자체가 카트를 가지고 노는 듯한

미니-S만의 캐릭터리스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민희사랑, http://cafe.daum.net/minikorea SEP,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