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SM7 3.5로 1박2일의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연휴초에는 비가 와서 일요일 밤에 출발해서 월요일 밤에 도착했죠.
 
작년말 SM7의 동력성능은 충분히 느꼈고 장거리 시승과 연비가 궁금해서 렌트를 했습니다. 원래는 2.3 모델을 예약했으나 반납이 되지 않아 같은 가격에 3.5로 하게 되었습니다. 주행거리는 18000키로로 새차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주행을 시작하면서 수동모드로 옮겼는데 계기판의 지시등도 바뀌는 게 없고  +/- 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즉 수동모드가 고장이었는데 좀 황당했습니다.
 
쓰로틀을 아주 살짝 연 상태로 천천히 가속하면 5단 1100rpm 정도에서 록업 클러치가 붙는데 V6라 큰 진동은 없이 큰 토크로 인해 부드럽게 가속이 됩니다. RE35 모델은 DVD 네비게이션이 기본이라 모니터에서 순간연비와 평균연비를 볼 수 있습니다. 순간연비게이지는 0에서 17km/l까지의 범위를 표시해 주는데 가속할때는 5km/l 이하로 유지되다가 항속모드에서 록업클러치를 붙이고 엑셀페달에 발만 옮긴 정도로 유지하면 15km/l를 표시합니다.
 
쓰로틀 바이 와이어라 불리우는 전자식 쓰로틀로 엑셀페달이 상당히 민감해서 조금만 힘을 주면 록업클러치가 떨어지거나 킥다운이 되면서 가속이 매우 빨라져 부드러운 가속을 하려면 엑셀 워크를 조심히 해야 합니다.
 
변속기의 제어로직은 대배기량으로 인해 웬만한 가속이나 주행에서 1500rpm을 넘기지 않습니다. 강원도의 구불구불한 미시령이나 구룡령에서도 2000rpm을 넘기 않더군요. 그 상태로도 시원한 가속력으로 다른 차들을 다 추월할 수 있었습니다. 구룡령의 경우 오르막차선에서는 추월차선이 있는데 대배기량에서 뿜어나오는 토크로 1단 이상의 킥다운이 필요없었습니다.
 
수동모드가 먹히지 않으니 쉬프트다운은 킥다운에만 의지해야 했는데 편도 1차선에서의 추월은 발군이었습니다. 2.0 오토의 경우 4단으로 주행하다 추월하려면 2단으로 킥다운을 해야 그럭저럭 할 수 있었는데 SM7 3.5의 경우 5단으로 주행하다가 4단으로 추월해도 그 정도의 가속력을 보여주었고 발에 좀 더 힘을 주어 3단으로 추월하면 순식간에 추월이 끝나버리더군요. 사실 수동모드로 굳이 전환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추월대상이 나오면 엑셀페달 깊숙히 1-2초 정도 밟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니까요.
 
동력성능과 함께 또 하나 맘에 들었던 것이 차체강성의 느낌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서스펜션 세팅이 투스카니 정도의 단단함에 17인치 휠타이어를 신었음에도 큰 충격을 걸러내는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을 경우 보통 다른 차들은 주파수가 높은 텅~ 하는 소리를 내는데 SM7은 그냥 둑~ 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가 버리더군요. 차 전체가 단단하게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우디 A4에서도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말이죠.
 
스티어링휠 lock to lock은 2.8회전으로 XG나 뉴EF와 같았는데 회전반경은 조금 큰 편이었습니다. 예전에 북악스카이웨이서도 느꼈듯이 코너링 성능이나 안정감은 이전의 SM5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개선이 되었습니다.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와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코너링시 롤이 거의 없이 말끔하게 돌아나갑니다. 넘치는 힘과 깔끔한 코너링으로 편안한 운전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하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스티어링휠만 돌리면 웬만한 코너링은 해결되고 엑셀페달에 힘만 좀 주면 추월도 순식간에 끝나버리니 운전이 너무 편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티어링휠이 민감하면서 센터 필링이 좋지 않습니다. 다른 현대차의 경우 센터필링이 좋아서 중립에서는 일정한 힘 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스티어링휠이 중립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어 직진시 편한데 SM7은 중립에서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스티어링휠이 돌아가버려 직진성이 깨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총주행거리 557km를 뛰는데 약 52리터의 휘발유가 소모되어 계산상으로는 10.7km, 트립컴퓨터 상으로는 평균연비 11.5km/l를 표시했는데 SM7의 계기판이 GPS와 10%의 오차를 나타내므로 실연비는  9.7km/l로 봐야겠습니다. XG 2.5 오토의 경우도 그 정도 연비가 나온 것을 보면 대배기량 치고는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실내공간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NF나 TG는 물론 EF나 XG에 비해 많이 좁게 느껴집니다. 특히 뒷자리는 더욱 그렇고 프론트 시트의 시트백이 프라이드와 같은 소형차처럼 곡선으로 휘어져 최대한 무릎공간을 확보하도록 디자인 되었음에도 제 체형에 운전석 시트를 맞추고 뒷자리에 앉았을 때 무릎이 앞 시트에 닿을 정도였고 실내폭 또한 동급의 현대차에 비해 도어 두께가 얇음에도 불구하고 넓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단점은 오디오 부근의 센터 페이셔가 돌출이 되어있어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운전석에 승차하면서 무릎이 부딪혀 피부가 까져 상처가 났습니다. 아주 불쾌한 경험이었죠. 또한 시트벨트의 로드리미터는 있지만 텐션 리듀서가 없어서 시동을 걸어도 벨트 장력이 완화되지 않습니다. 시속 40키로가 넘으면 자동으로 도어 lock이 걸리지만 시동키를 꺼도 unlock이 되지 않아 XG에 비해 불편하더군요. 또한 글로브박스의 조명이 없고 시트 높이 조절이 듀얼이지만 경사지게 조절이 되어 원하는 시트 포지션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닛산의 특징인 1.8미터 이하의 전폭을 고수하는 차이다 보니 1790mm라는 전폭에서 윤거는 1540mm(3.5는 1530mm)를 확보하다보니 휠의 옵셋이 매우 커서 아카디아처럼 애프터마켓휠의 적용이 어렵습니다.
 
TG를 장거리 주행을 통해 비교하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만 현재까지 강원도를 주행해봤던 많은 차들 중 SM7은 적어도 동력성능과 주행성 면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권에 위치하리라 생각됩니다. 이전에는 그 위치를 투스카니 엘리사가 차지했지만 이제는 그 위치를 위협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SM7 2.3은 TG 2.7이 5단 자동변속기를 쓰는 것에 4단 자동변속기로 최근 추세에 어긋나고 4단 자동의 경우 3단과 4단의 기어비가 넓어 4단 변속 후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아쉽습니다. 엔트리급에서는 TG 2.7이 유리하겠지만 최상급에서는 SM7 3.5의 동력성능이 우세하겠죠. 하지만 시장에서의 시사점은 고객은 동력성능만을 가지고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준대형 세단에 있어서는 외적으로 보여지는 프레스티지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아직도 길에 굴러다니는 뉴XG의 경우 반절 이상이 2.0 모델이고 휠도 바꾸지 않으면서 엠블럼은 2.5나 3.0을 달고 다니는 것을 보면 국내 소비자들의 과시욕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그런 소비자들이 볼 때 NF급인 SM5와 큰 차이가 없는 외관은 마이너스 요소밖에 될 수 없겠죠.
 
아무튼 그렇다 하더라도 국산 세단의 동력성능을 아카디아 이후로 한 차원 높인 차인것은 확실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대상이 아카디아와 같이 일본산 세단의 조립생산모델이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순수국산세단 중 최강이라 할 수 있는 NF 3.3이 마력당 무게비에서는 약간 앞서지만 토크당 무게비에서 뒤쳐지는 것을 볼 때 실제 가속력에서도 NF 3.3이 SM7 3.5를 이기기는 버거우리라 예상됩니다.
 
아무튼 이번 시승으로 굳이 세컨드카로 투스카니와 같은 스포츠카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습니다. 차 한대로 때론 스포티한 주행을 때론 편안한 주행을 아주 정숙한 상태에서 다 처리할 수 있는 차의 매력이 새삼 느껴진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