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 날 골프를 시승하였습니다.
2차종 둘 다 궁금하다고 했더니 비교시승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처음 시승한 차는 TDi였습니다.
딜럭스와 동일한 사양일 줄 알았는데 사양은 상당히 합리적이었습니다.
딜럭스에 가죽시트, 3스포크 스티어링 휠, 오토에어컨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실내의 옵션으로만 보면 대략 딜럭스와 프리미엄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격도 딜럭스와 프리미엄의 중간 가격 정도 되더군요.
가격만으로 본다면 TDi가 FSi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동을 거니 확실히 디젤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동은 그리 느껴지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들링 시에도 소음은 꽤 있는 편입니다.
국산 커먼레일 디젤엔진에 비해서도 낫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링 시에 진동과 소음을 느끼기 힘들었던 페이튼과는 확실히 딴판이었습니다.
 
엑셀러레이터를 지긋이 밟으면, 약간의 뜸을 들인 후 강한 토크가 차를 앞으로 당겨줍니다.
덕분에 시내에서는 어느 구간에서도 답답함을 느끼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회전 영역에서 소음은 그다지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공회전 시에 비해서는 확실히 소음의 증가가 크지는 않습니다.
승차감은 국산차에 비하면 좀 딱딱한 느낌인데, 굳이 비교하자면 아반떼보다는 조금 더 딱딱하고
투스카니보다는 부드러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DSG가 장착되었다는 AT는 반응은 상당히 부드럽고 절제되어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시프트를 수동으로 변속하였을 때의 반응은 좀 늦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속화도로에 들어서서 쭉 밣아보니 180km/h까지 힘들지 않게 내볼 수 있었습니다.
고속에서도 치고 나가는 힘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가속력도 인상적이었지만, 골프의 진정한 매력은 작고 가벼운 차임에도 고속에서의 안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페도 아닌 일상적인 5도어 해치백이지만, 고속에서도 뜨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국산 중형차나 중대형차보다 훨씬 안정적인 움직임에다가 스티어링휠이 어느 속도에서건 예리하게 꺾여져 나가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실제 운전재미는 더 컸습니다.
 
제동성능은 무난한 편입니다.
폭스바겐 차들의 제동 시의 느낌은 상당히 리니어한 느낌입니다.
초기에 답력이 크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밀린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자세히 느껴보면 제동거리가 긴 편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국산차들이 초기 제동력의 답력을 민감하게 세팅해 놓기 때문에 얼핏 보면 밀리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제동성능은 넘치지는 않지만,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정도의 운전재미에 15.5km/l의 연비라면, 기름값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호쾌하게 주행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들의 공인연비가 더 실제 주행에 가깝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와서 FSi로 갈아타고 동일한 코스를 반복 주행해 보았습니다.
일단 FSi를 타고 느낀 점은 시승차를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2만여km를 넘긴 시승차는 딜럭스에 썬루프가 장착된 모델이었는데, 아마도 수입 전에 인증을 위한 차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골프 발매 초부터 여러 기자와 매니아들의 발길질을 당해서인지 시승차는 아이들링 부조현상도 미약하게 있었고 뉴트럴에 시프트를 놓아도 아이들링 부조에 따른 진동이 제법 있었습니다.
다소 헐렁해진 페달 감각 등 중고차의 느낌이 역력하더군요.
내구성하면 알아주는 폴크스바겐의 명성이 좀 흔들리네요..
 
예상했던대로 골프 FSi의 엔진소음은 휘발유 차치고는 소음이 있는 편입니다.
거슬리지는 않지만 베타엔진의 소음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고회전까지 시원스럽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좋은 편입니다.
 
고속화도로에서 쭉 밟아봤습니다.
최고속은 역시 180km/h정도였습니다.
전반적으로 100km/h까지는 TDi가 더 빠른 느낌이고, 120km/h까지는 두차가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 이후로는 FSi가 확실히 더 빠르며, 특히 140km/h이후에서는 더 차이가 벌어지는 느낌입니다.
TDi가 토크가 좋긴 때문에 실제 주행에서 많이 쓰이는 추월가속에서는 더 유용하지만, 지속적으로 밟으면, 가용회전영역이 넓은 FSi가 더 빠르긴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들도 없긴 해서, 구룡터널에서 양재대로로 접어드는 길에서 좀 덜 감속을 하고 75km/h정도로 진입하였는데, 타이어의 그립력이 부족했습니다.
어코드에서 자주 경험했던, 자세가 특별히 불안해지지는 않지만, 타이어의 스키드음이 계속해서 나더군요.
차체의 자세가 불안해지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타이어의 스키드음이 들리게 되면, 대부분의 운전자는 그 차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지지 않습니다.
일상적으로 타이어의 스키드음이 들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주행을 하게 됩니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와 타이어를 확인해 보니 미쉐린 에너지 씨리즈더군요.
예전 제 첫차였던 티뷰론에 미쉐린 MXA3+를 장착하고 한 때 미쉐린 메니아였지만, 이제 어코드의 MXM4같은 타이어를 보면, 확실히 미쉐린의 에너지 시리즈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접지력의 측면에서는 국산차의 순정타이어보다 나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골프에게 아쉬운 것은 16인치나, 17인치 휠일 수도 있지만, 15인치 휠을 쓰더라도 205씨리즈 이상의 광폭 타이어 싸이즈와 좀 더 그립감 높은 순정타이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두 차 모두 매력적이지만, 소음에 너그러운 제 특성상 TDi의 매력이 더 크다고 느꼈습니다.
FSi도 물론 상당히 가치 있는 모델이었지만요.
이제 차 산 지 2년 밖에 안 되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골프의 가격을 계속 계산할 만큼 매력적인 차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배기량의 다기통 엔진을 얹은 크지 않은 차를 선호하지만, 골프는 4기통임에도 상당히 구매가치가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