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아는 분으로부터 E46 M3의 키를 하루동안 건네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수석에 시승을 잠시 해보는 것으로도 감사했는데 아예 하루를 통채로 맡겨주셔서
환상의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첫느낌 :
  주인이 오시기 전 먼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M3를 보는 순간 가장먼저 딱벌어진
오버휀더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뒤로 돌아가 트렁크에서부터 앞 범퍼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5분간 감상하고 난 후에야 M3의 정면을 쳐다볼 여유가 생기더군요. 겉보기엔
RG-R 19인치를 제외하곤 모두 순정으로 보였습니다.
 
  잠시 뒤 조수석에 앉아 블럭 하나를 돌면서 간단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역시 휠을
제외하곤 올 순정이었고 RG-R과 앞 245/35/19, 뒤 275/30/19 포텐자와 매칭이 좋지
않아 BMW 특유의 끈적한 핸들링이 희석되었다라는 오너의 간략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다른 M3를 몰아본 경험이 없으니 속으로 일단 패스 라고 생각했습니다. ^^ 시승차는 수동
이었는데 SMG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마지막으로 나누며 키를 건네받았습니다.
 
 
퇴근길:
  퇴근하기엔 조금 이른 7시쯤 조심스럽게 첫 시동을 걸었습니다. 상당히 조용한 아이들링에
놀랬고 생각보다 매우 가벼운 클러치에 다시 한 번 놀랬으며 이 차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드러운 서스에 또다시 놀랐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면 이차가 과연 M3맞어? 라고
할정도로 소문에 익히 듣던 M3의 명성과 첫 대면은 전혀 딴 판 이었습니다. 특히 빡센
클러치를 잔뜩 예상하며 왼발에 힘을 잔뜩 주고 드라이빙 포지션을 잡던 것이 허탈할 정도로
부드러운 클러치는 출퇴근이나 가까운 시장보는 용도까지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순정 서스또한 왠만한 스포츠타입 일체형보다 부드러웠습니다.
이렇게 부드러운데 과연 고속을 제대로 받쳐줄 수 있을까란 의문감과 함께요.
 
  드라이빙 포지션을 잡는데엔 제가 이제껏 시승해본 그 어떤 차보다 가장 좋은
포지션이 잡혔습니다. 거의 직각을 유지하면서 클러치와 엑셀에 부담이 없는 포지션을 잡으니
정면 시야와 계기판 시야, 그리고 양 손의 스티어링 휠을 잡는 위치가 정확히 들어맞더군요.
185cm의 비교적 큰 키로 대부분의 국산차를 타면 내 입맛에 맞게 포지셔닝을 할수
없었던게 큰 아쉬움이 었습니다. 딱하나 불안했던 요소는 좌측 사이드 미러의 시야각이
나오질 않아 운전석 바로뒤쪽으로 고속운항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공기 저항때문에 작은 사이드미러등은 이해하는데 룸미러까지 왜 작은 달걀형으로
만들어 놨는지 의문입니다. :-)
 
  시트는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면이 들었습니다. M3정도라면 조금 더 강하게 드라이버를
잡아주는 시트였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나중에 분당-내곡을 y40km/h로
달리는 동안 몸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또 조금 불편하더라도 4점식
벨트가 기본이었어도 충분히 용납해줄 기종인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퇴근하기엔 조금 이른 시각에 양재역을 출발하여 분당-내곡을 타 집으로 오는 동안엔
많은 차량으로 인해 거의 달리지 못하였습니다. RPM의 저하가 평상시 타고 다니던
제 차(SM5 M/T)보다 빨랐으나 변속타이밍 잡기는 훨씬 쉽더군요. 단지 2단에서3단으로
변속시 약간 뻑뻑한 시프트로 인해 매끄러운 변속을 할려면 RPM보정을 해줘야 했습니다.
힐앤토가 먹기에 좋은 페달 포지션을 보며 확실히 레이스를 고려한 차와 그렇지 않은
일반 세단의 그 기본기가 느껴지더군요. 힐앤토나 더블클러치를 할때 살짝 쳐주는
페달의 배기소리가 아주 상쾌했습니다. 한번 쳐도 될걸 그 사운드 땜에 항상 두번씩
쳐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차량이 많기에 바로 집으로 와 주차를 하며 자정이 되길 기약했습니다. 지금 이시각엔
M3의 진가를 볼 수 있는 곳이 쉽게 떠오르지 않더군요.
 
 
M3의 진가:
  밤12시까지 기다리는데 온몸이 근질거려 도저히 참기가 힘들더군요. 결국 11시에
문을 박차고 지하주차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쌀쌀하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퇴근길에
아이들링 없이 출발할때 울컥거림때문에 5분정도 아이들링을 해주고 서서히 클러치를
떼었습니다. 달릴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다가 가장 효과적인 곳은 결국 가장 많이 달려본
출퇴근 길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 GPS를 회사주차장에 놓고 온 제차에서 가져오질
않아 그 외의 길은 카메라의 압박때문에 불안 했습니다. 결국 분당-내곡의 왕복으로 결정.
 
  분당내의 격자형 도로에서 먼저 정지에서 가속을 테스트해보았습니다. 퇴근길에 끝까지
아껴두었던 스포츠 모드의 봉인을 풀고 말이죠. 7000RPM에서 정확히 변속하며 4단을
넣는 순간 헉 머리가 띵. 근 두달 이상 장기 출장후 돌아오자마자 시승하는 차라서 아직
가속G에 익숙하지 않아 순간 빈혈을 일으켰습니다. 머리속에 잠시 유비가 오랜 말에
말에 올라탄 것이 거북하여 허벅지 살을 한탄한 얘기가 생각이 나더군요. :-)
 
  아껴두었던 스포츠 모드 봉인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drive by wire의 기술로
수동에서 이런 기능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다만 스포츠 모드가 있는 이유는
달리고 싶을때 이 옵션을 켜라 라는 의미 보다는 M3의 키를 엑셀워크에 민감하지 않은
가족들에게 잠시 빌려줄때 안전차원에서 봉인을 해두는 의미가 더 크더군요.
 
스포츠모드를 켰을때 엑셀워크가 훨씬 민감해지면서도 엑셀을 나누어 밟을때 느껴지는
가속감이 아주 질서가 잘 잡힌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이 모드를 껐을때의
엑셀 느끼은 억지로 페달의 워크를 무시하며 잘 컨트롤하지 못해도 묻혀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엑셀워크는 일상 주행이나 정체된 구간에서도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이 모드가 서스펜션이라든지 다른 곳까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쓰로틀 개폐와 쫌더 상상해보면
매핑 테이블의 변화정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GS주유소에서 고속화도로에 들어간후 정확히 90km/h에서 첫 카메라를 지난후 가속을
시작했습니다. 3단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으로 느껴지는 가속감은 진짜 M3가
어떤 차인지 제대로 교육을 시켜주는 것 같더군요. 엑셀을 적당히 밟았음에도 좌측으로
휘어지는 언덕을 채 정복하기전에 계기판은 y00을 넘어 그 이상으로 치닫더군요.
 
잠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적당히 90km/h로 맞춘뒤 다시 페달을 밟았습니다.
굴터널을 지나면서 200을 치는데 이때부터 칼날같은 M3의 핸들링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전까지 둔탁하게만 느껴졌던 스티어링 휠은 이제 완전히 사용자의 두손의 감각을
전륜의 조향에 완전히 연동된 느낌입니다. 도로의 작은 굴절 조차 그대로 전달되어지며
마치 M3가 드라이버에게 "자신있으면 달려봐"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오너의 표현대로라면 스위스 아미 나이프같은 느낌이랄까요 ^^
 
다만 처음 적었던 대로 운전자를 끝까지 잡아주지 못하는 시트때문에 계속해서
천장에 머리를 찧어야만 했습니다. 4점식 벨트라도 꼭 달아줘야 겠다른 생각과 함께요.
 
그후 얕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동안 우측 차선에 간간히 들어오는 차량때문에 그다음
카메라까지 y40정도 에서 엑셀을 풀어야만 했습니다. 그상태에서 바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100km/h까지 아무느낌없이 순식간에 떨어지는 속도게이지는 마치 바늘이
그 하락을 못따라가는게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정도로 부담이 없더군요.
 
산업도로로 나와 유턴을 하여 다시 진입하는데 분당방향이 차량은 좀더 많았습니다.
살짝살짝 엑셀푸시만으로 원하는 차량은 모두 따라 잡는데 이제는 별감흥이 없을정도이더군요.
원하는 차는 모두 잡힌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체 이 차는 무엇일까 라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운전하기 아주 빡센 차여서 한번 사투를 벌이고 난후 팔다리가
쑤시거나 벌벌 떨리면 그 정복감이라도 느껴지겠지만 M3는 보통의 스포츠 성을 띈
쿠페와 다를바 없었습니다. 그 부드러운 서스펜션도 고속에서까지 그 바운싱을
잃지 않지만 그 것이 롤링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정확히 바닥을 지탱해주고 있었습니다.
가벼운 클러치또한 제아무리 급감속을 해도 큰 체력을 요하지도 않더군요.
 
  조용한 배기음과 함께 이 차가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는 점은 달리지 않고서는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보여주기만 해서는 알려줄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바퀴를
돈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것보다 더 빡세게 내가 M3를 상대하기엔
현재 나의 능력밖이라는 생각과 함께 M3와는 트랙에서 제대로 한번 붙어보고 싶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M3를 타는 동안 무엇이 가장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을까 잠을 청하며 고민을 하였습니다.
가속감? 핸들링? 브레이킹? 그런 것으로 M3를 단정짓기엔 단 몇시간의 시승으로 M3의
능력을 모두 파악하지 못한채 떠들어대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되더군요.
그 날 제가 느낀 가장 큰 감동은 현재 나의 머신의 뒤와 양 옆에 M뱃지가 불어있었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M뱃지를 보고 한 번 붙어보자 라고 말할 수 있는 차를 과연
얼마나 자주 공도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낮은 자세로 밀림을 어슬렁거리는 숫사자의
그 존재감, 그 자체가 M3에서 느낀 가장 큰 감동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적어도
오늘은...
 
트립컴퓨터에서는 한껏 달리건, 얌전모드 주행을 하건 6.0~6.2km/L를 왔다갔다 하더군요.
프리미엄과 연비의 압박만 제외하면 일상출퇴근용이 전혀 부담이 없없습니다.
 
오늘 조용히 제 마음속의 드림리스트중 M3와 M5를 지웠습니다.
(보통은 추가했습니다가 맞을텐데요.)
수많은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 마음속에 들어있는 M3와 M5,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오늘의 시승으로 적어도 제가 가야 할 모터스포츠의
방향은 확실히 제시된 셈이었습니다. GT는 나이 50이 넘어 모터스포츠의 열망이
꺾일 무렵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전까지 최소한 앞으로
15년은 기계와 감성의 사이에서 머신을 선택하고 달리리란 마음가짐을 다시 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사진이 몇 장 있는데 시승한날 M3의 외관이 깨끗하지가 못해
요것 한장만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