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 2.0 수동을 잠깐이나마 운전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EF까지는 그래도 수동이 조금 팔렸지만 NF는 XG 수동보다도 더 희귀한 것 같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기어봉을 만져 보면 조금 높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어봉 모양은 투스카니 6단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기어 스트로크 자체는 길지 않지만 봉이 길어서 긴 느낌입니다. 기어는 새차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잘 들어갑니다. 서행하면서 1단 기어를 더블클러치를 쓰지 않아도 잘 들어갑니다. 투스카니 5단은 그렇지 않더군요.
 
중립상태에서 소음은 좀 있는 편입니다. 쎄타엔진은 시리우스엔진과는 밸런스 섀프트가 있다는 것과 보어*스트로크가 85*88이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는데 음색이나 회전질감은 시리우스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밖에서 들어보면 쎄타엔진은 공회전 상태에서도 거친 음을 냅니다. 운전석에서 rpm을 올려봐도 엔진소음이 상당히 들어오며 베타나 SM5의 SR 엔진도 소음은 나지만 좀 더 낮고 부드러운 음이라 주행 중에는 2500rpm 이상 올리지 않으면 잘 느껴지지 않는데 쎄타엔진은 이들 엔진보다 진동은 좀 덜하나 전체적인 소음이 더 큰 편입니다.
 
NF 오토는 작년에 몰아봤는데 당시 외부소음이 상당히 들어와 주행중에 시끄럽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는데 수동을 몰아본 결과 소음에서는 좀 실망감이 듭니다. 구형인 EF보다 나은 점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운전을 해 보면서 국산 2.0급 중 가장 출력이 높다고 하지만 별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144마력에 19.1토크이지만 종감속비가 상당히 널럴해서 5단 2000rpm에서 시속 80키로가 나옵니다. 그래서 2단은 물론 1단에서 풀쓰로틀을 해도 상당히 심심합니다. 더 무겁고 137마력에 18.0 토크인 XG 2.0 수동보다도 안나가는 느낌입니다. XG 2.0 수동은 종감속이 더 높아 5단 2000rpm에서 72키로 정도 나오는데 그러다보니 1단에서는 rpm 올라가는 것에 비해 속도가 더디게 올라가는데 NF는 그건 덜하지만 펀치력이 너무 없어 2.0 오토와 비교해도 나은 점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굳이 수동 모델을 사야 할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물론 장거리 시승과 연비 비교를 해보진 못했지만 경험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갈수록 수동 오토간의 연비차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유추를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변속을 위해 엑셀 오프를 하면 rpm이 금방 떨어져 클러치를 밞는 순간 울컥합니다. 쏘나타 2/3 이후 EF나 XD, 투스카, XG 등에서는 엑셀 오프시 rpm이 늦게 떨어져 거기에 몇년 넘게 몸을 맞추다가 다시 쏘나타2 시절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서스펜션은 EF, 특히 XG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하체 부싱의 마모로 인한 덜걱거림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모르겠지만(더블위시본과 멀티링크다 보니 서스펜션 구성부품의 부싱의 갯수가 스트럿보다 많기 때문에 부싱의 내구성이 확보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일단 충격흡수는 적절하게 되는데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타입으로 훨씬 단단한 세팅의 SM5와 비교가 많이 됩니다. 회전반경은 이전 EF보다 스티어링휠의 lock to lock도 늘어나면서 더 줄어든 것 같더군요. 차체폭이 큰 만큼 앞바퀴가 더 많이 꺾이게 된 것이 원인인 듯 싶습니다. NF보다 더 큰 타이어를 쓰면서 차체폭이 더 작은 SM5는 회전반경이 상당히 커서 유턴이 쉽진 않습니다.
 
아직까지 국산 2.0 세단은 시류에 안맞게 4단 자동을 고수하고 있는데 시속 60키로까지는 별 차이가 없지만 60키로 이상 100키로 이하의 구간에서 4단으로 변속된 후 재가속하게 되면 3단과 간격이 크고 훨씬 낮은 기어비로 인해 록업 클러치가 떨어져도 추진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3단으로 변속하면 rpm이 3000을 넘어가게 되어 소음도 크죠. 긴 언덕을 100키로 정도로 올라갈 때 엑셀페달을 거의 끝까지 밟아야 간신히 속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이 때 2.0 수동의 경우는 반 정도만 밟아도 충분히 속도를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죠. 그동안 몰아봤던 2.0 오토 중 XD 2.0과 투스카니 2.0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무게로 4단 변속후 2000rpm  부근에서도 충분히 펀치력이 있으나 나머지 차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5단 자동의 경우 4단의 기어비가 4단 자동의 3단 보단 낮고 4단 보다는 높은, 수동 5단의 5단과 비슷한 기어비라 2.0 엔진과 조합된다면 훨씬 나은 반응과 함께 수동 5단에 필적하는 연비를 보일 거라 생각하며 그런 날이 아마 다음 모델에서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전 EF보다 중량은 30kg 가벼워졌고 마력은 6마력, 토크는 0.8kgm이 증가되었지만 실제 동력성능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이 아쉬웠던 시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