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에 SM3 LE16을 시승했습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제가 준중형차의 시승기를 쓸 자격이 있는 지 심히 의심스럽군요.
운전경력은 근 10년이 되어 가지만, 준중형차를 몰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가 여태껏 운전한 가장 작은 차가 제 첫 차였던 티뷰론이었고, 2.0리터 이하급의 차는 이상하게도 운전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대를 별로 안 했고 그래서인지 결론적으론 괜챦았다는 인상입니다.

먼저 SM3의 외관은 전반적으로는 좋은 평인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리 잘 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디자인 자체로 보면 기존의 SM3는 오래된 티가 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RSM만의 아이덴티티라고 주장하는 V자형 앞모습은 다분히 과장된 이미지로 제겐 비춰졌고, 전반적으로 둥글린 디자인의 차에 각을 준 뒷모습은 어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씨에로가 처음 나왔을 때, 디테일은 세련되어졌지만, 전반적인 바디라인과 따로 노는 느낌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페이스리프트 때 범하기 쉬운 실수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SM3가 작은 차체와 더 작아보이는 디자인 때문에 시장에서의 평가가 더 안 좋았다는 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보여집니다.
덕분에 심플한 디자인은 잃어버렸지만, 좀 더 덜 순해 보이며 커 보인다는 점에서는 국내 소비자에게 좋은 평을 받을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쪽이 사실 더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나이 들어보이던 계기판 디자인은 확실히 세련되어졌고, 휑하니 보여졌던 센터페시아의 수납공간을 부드럽게 다듬었습니다.
AT의 시프트레버도 스텝게이트식으로 바꾸었습니다.
다만 시프트레버 주위에 크롬 장식이 없어서인지 약간 싼 듯한 느낌이 나고, 막아버린 수납공간을 그냥 둘 수 없어서 둔 듯한, AT의 스노우 모드 버튼과 도어락 버튼은 왜 그 위치에 있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간단히 차를 둘러본 후에 시승에 나섰습니다.
시승차는 흰색 LE16으로 적산거리가 막 500km가 넘어 있었습니다.
신차 길들이기가 끝날 만한 적산거리는 아니지만, 전날 부산에서 서울까지 퍼레이드를 하면 올라왔다니 다른 시승차에 비하면 상태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침 첫 시승차여서 적당히 워밍업을 해주며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이 급의 차를 처음 몰아서인지, 아님 저의 준중형차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의외로 초기의 경쾌한 출발에 놀랐습니다.
SM3가 준중형차 치고는 가볍고 1.6리터여서인지 제법 경쾌하고, 일상적인 시내에서의 운전에는 무리가 없는 동력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요즘 중형차 2.0리터급과 비교해서 답답하다는 인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뉴SM5와 비교해 본다면, 엔진의 음질은 매우 유사하지만, 3000rpm정도까지는 방음처리가 잘 되었던 SM5에 비해서 SM3는 저속에서부터 꾸준히 엔진소리가 들렸습니다.
엔진음 자체는 묵직하게 깔리는 저음 위주여서 듣기 거북하지는 않았지만 음량 자체는 조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고속화도로에 들어가서 마침 한산한 차에 속도를 올려 보았습니다.
100~120km/h까지의 가속은 원활했지만, 특히 120km/h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출력이 낮은 1.6리터의 한계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중형차의 140-150km/h 정도의 느낌을 120km/h에서 보여준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도로 여건이 좋아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붙여서 165km/h까지 내 볼 수 있었습니다.
최고속에 도전한다면 170km/h정도는 넘어설 수는 있겠지만 160km/h 이상의 최고속은 크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가속력이 둔화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특별히 맘 잡고 몰아붙이지 않는 이상, 이정도의 최고속이면 큰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의외로 놀라웠던 것은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제법 좋아서 작고 가벼운 차를 탄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하드한 승차감은 아니지만, 불안하지 않은 고속 주행 안정성은 높은 점수를 줄 만 했습니다.
시승 중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드는 차량 덕분에 뜻하지 않게 급제동을 할 일이 있었는데, 다이브 현상이 좀 있기는 했지만, 답력이나 차체의 안정성은 괜챦았었습니다.
AT는 반응속도가 빠르고 손실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변속충격도 크지 않아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시승해서인지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굳이 단점을 든다면, 객관적으로 큰 엔진소음과 떨어지는 고속에서의 가속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좁은 실내공간이 사실 SM3의 단점이었는데, 개인적인 취향이 실내크기엔 그리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라...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지만, 아반떼와 세라토에 이어서 마이너체인지하면서 SM3도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습니다.
전반적으로 100만원 가까이 오른 느낌인데, 요즘 국산차들도 점점 가격이 만만치 않아지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쓰고 나서 보니 별로 내용이 없군요..
사실 가장 관심이 갈 만한 부분은 2마력 높아진 엔진의 힘이 차이를 보이는지, 연비가 정말 좋아졌는지이겠지만, 그런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이 제가 판단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