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정한입니다.

항상 테드에서 좋은 정보, 조언 얻어가는 물밑회원입니다.

 

앨범에는 처음 글을 올려보네요.

9년 11개월이 되어가던 시점에 저에게 와서 10년 8개월을 맞은 녀석입니다.

한번 타본 차를 다시 입양하는 것을 상당히 고민했었는데,

그래도 이 차종은... 제 삶에 가장 좋았던 때에 같이 했던 터라 그 의미가 남다르네요.

(아직 한창 젋은 나이에 이런 표현은 정말 쑥스럽습니다;;;)

 

2002년 4월식 투스카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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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저로서는 평생 들이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검정색(EB)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결심했던 것은,

딜러를 제외하면 제가 3번째 차주이고, 등록원부상 압류 등의 좋지않은 기록이 없으며,  보험사고기록도 없고,

결정적으로 그 흔한 FL 앞뒤 변경도 하지 않은 순정 상태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입양을 결심하고 상경하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날 당직근무를 하여 오후에 사무실을 비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얻었지요.

직행버스도 없던 터라 고속버스를 타고 용인행 시외버스를 탈 때까지 수면부족인데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녀석의 상태는 괜찮을까. 딜러에게서 인수하는 첫차량인데 뭘 놓치지는 않을까.

 

아직 낮이 짧던 3월 초의 어느 날이었기에 매매단지로 이동하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합니다.

보러 오는 사람도 적었던 듯, 꼭대기 층에서 깊숙이 주차되어 있던 그 녀석과 처음 마주합니다.

패널 표면에는 스월마크, 휠에는 찌든 때와 림 손상 등이 분명 보였기에,

깊은 마음 속의 말과는 다르게 딜러에게 흠을 잡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중고차량이라 해도 외관 관리가 너무 안 되어 있네요. 어떻게 광택 한번 안 내고 차량을 판매합니까.

가격 네고가 필요하겠네요. 그리고 상태 확인을 제대로 해보려면 시운전을 해봐야지요. 동승해서 같이 나가시지요."

딜러는 바쁘다며 아랫직원을 불러 오고, 저는 그 사이 본넷과 트렁크를 열어 엔진룸 확인과 댐퍼 압력을 체크합니다.

 

매매단지 바로 앞에는 왕복 4차선의 산업도로가 있더군요. 본선에 진입하여 엑셀을 적당히 조절하여 봅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엔진, 미션에 서스펜션임에도 예전의 희열이 느껴집니다..... '회복이 가능하겠구나....'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입양을 결심하고 바로 주유소에 들어가니, 동승했던 딜러가 흠칫 놀랍니다.

"그래도 엔진, 미션은 좀 쓸만하네요. 인수해 볼랍니다."

처음 있던 꼭대기 층 대신 입구 1층 주차장에 나가기 쉬운 곳으로 주차하고 위로 올라갑니다.

어떻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대금을 치뤘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보니 어느덧 경부고속도로에 집입하여 집으로 내려가고 있더군요.

 

아직 상태의 확신이 없었기에 규정속도를 준수하며 천천히 녀석을 운전하였습니다.

덕분에 연비 게이지는 거의 준중형차 수준을 유지하며 잘 떨어지지도 않네요.

대구, 경산, 영천을 지나 고속도로는 2차선으로 줄어듭니다.

그때 초기형 SM5가 위험한 차선변경과 과속을 하며 저를 지나칩니다.

투스카니를 의식한 것인지 본래 운전습관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가던 대로 주행합니다.

채 얼마 가지 않아 심한 우측 커브에 진입하다 보니 아까 그 차량이 전복되어 있네요.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도로공사에 유선신고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는 멀찌감치 주차하여 놓고 이제 퇴근한 냥 시치미를 떼고 들어갑니다.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녀석의 회복에 매진하여 봅니다.

DIY에 능하다면 더 의미깊겠지만, 저는 마이너스의 손이라 투스카니를 잘 아는 정비소에 맡깁니다.

엔진오일, 미션오일, 브레이크액, 점화플러그, 플러그코일 교체....

(맙소사, 점화플러그와 코일은 분명 출고 때 장착되었던 것인 듯 상태가 말도 못할 정도입니다.)

에어컨필터, 중통, 타이어 교체

광택과 덴트

오페라실린더, 마스터실린더 교체

엔진과 미션 미미 교체

타차량 휠타이어로 교환

마지막으로 사이드브레이크 케이블, 도어 웨더스트립, 본넷 웨더스트립 교체`

다행히도 댐퍼는 초기형이라 그런지 수명이 괜찮네요. 상태를 더 지켜봐도 될 듯 합니다.

 

위 과정 중 가장 효과를 본 것은 미미 교체였습니다.

핸들에서 올라오던 기분나쁜 진동이 사라져서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네요.

집에는 숨긴 채 작업하는 터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딱 9개월이네요. ^^;;

그래도 제 기대치의 90% 정도까지는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새해 맞이로 가까운 곳에 놀러 나갔다 왔습니다. 좀 더 길게 다녀오고 싶었는데 홀로 외출은 제약이 많지요.

이제는 차량 통행이 너무나 한적해진 추령재 휴게소 앞입니다.

90년대 추령터널을 개통하기 전에는 경주에서 감포를 가려면 추령을 넘거나 토함산을 넘어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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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는 2km의 구길....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최근에도 사고가  있었던 듯 가드레일의 색상이 일치하지 않는 곳이 간간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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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다 보니 구길과 신작로가 만나게 됩니다.

신작로를 편하게 달리는 분들에게는 구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구길을 달리는 입장에서는 신작로는 영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흉물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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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녀석의 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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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는 이정도인데, 입양하고 나서 딱 2,785km 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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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제 손으로 직접 폐차하거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꿈인데.... 그 꿈을 꼭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0년이 지나고 나니 올해 세금 삼십여만원, 보험료 오십여만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제 작은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지출하고 싶네요.

아울러, 이십만km 맞이 대정비비용을 저축해야겠습니다.

그 주행거리를 언제쯤 채울지는 모르겠지만요. :)

 

기나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금요일과 주말 맞이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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