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의 학위과정동안 04년식 북미 어코드 쿱은 저의 발과 장난감이 되어주었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도 있었고, 무거운 V6 머리통을 이끌고 오토미션 변속레버 1-2-D3를 요란스레 움직여가며 중미산과 미시령 고갯길 어택을 흉내내보기도 하고, Koni yellow damper와 eibach 프로킷 조합으로 단단한 서스펜션 셋팅도 맛보고.. 타이밍 벨트, 하체부품 등등..도 직접 교체해주며 애정을 주던 기억이 납니다.


대망의 학위 수여 후 전전긍긍 취업전선에서 고달픈 싸움을 보내다, 천운으로 대전의 원하던 연구소로 입사하게되어 심적, 경제적 여유를 찾게되자 자연스레(?) 모터라이프의 전환점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간 관리를 잘 해주지 못하여 어디 하나 성한 패널 찾기 힘든 바디 상태, 당초의 셋팅 목표였던 편안한 GT로 완성하는데 필요한 지출, 산속에 위치한 직장 출퇴근 시 부담스러운 낮은 연비.. 등등의 이유로 차를 바꿔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위의 이유들은 자기 합리화를 위해 잘 나가고 잘 서주는 차를 깎아내린 것에 불과하지만, 어쨌거나 마음은 그간 고생한 저를 위한 선물을 해주기로 마음을 먹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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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아주아주 싼 값에 후배에게 차를 양도하고.. 기념이랍시고 차를 인수한 후배가 세차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그리하여 가지고 온 녀석이..(실은 위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데려온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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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녀석입니다. 꼬질꼬질한 86.


86을 세컨으로 타는 고교선배의 달콤한 꼬드김에 넘어가 1주일 간의 고민 끝에 86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또 다른 고교선배도 86을 타고 있더군요. 86 동창회라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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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로 인해 세차가 되어있지 않아 매우 꼬질꼬질한 상태였지만, 나중 세차 후 반짝거리는 자태를 볼 때의 희열을 기대하며 인도한 다음 날 중미산 나들이를 갔습니다.


선배의 검정 86은 RS3을 끼운 상태, 전 윈터타이어가 끼워진 상태이지만 간만의 수동운전을 하는 상태인지라 관광모드로 중미산 언저리를 돌아다녀봅니다. 여러 이륜차로 와인딩을 하던 곳이지만 86을 타고 달려보니 뭔가 많이 생소합니다.


하지만 역시 듣던대로 86의 민첩한 회두성과 후륜이 미끌릴 때의 짜릿함은, '정말 잘 데려왔다' 라는 안도감을 들게 해주더군요.


4륜차 드라이빙 테크닉이 미천하기도 하고, 매우 낮은 노면온도로 인해 글을 쓰고있는 오늘 까지도 계속 관광모드로 다녔기 때문에 구체적인 리뷰보다는 '아 좋다'라는 말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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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외에 소유하고 있던 70,000 km 달린 베르나 MC입니다. 나란히 세워놓으니 가운데 벽이 있는듯 뭔가 어색한 조합같아 보입니다.

'빡구'로 이름 붙인 베르나 MC도 정말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싼 구매가격, 생각보다 괜찮은 주행감, 저렴한 유지비.. MDPS도 고쳐진 상태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별 문제 없이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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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고 온 86은 이제 겨우(?) 52,000 km를 달렸네요. 어코드는 거의 200,000 km에 가까운 상태였으니 저에겐 새차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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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날씨가 풀리지 않아 결국 분당의 닌X코트에서 세차를 했습니다. 여기 사장님도 86을 타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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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더러운 상태였기때문에 세차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마치 선물 포장지를 벗긴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이색깔이었구나.. 세차 전에는 좀 더 어두운 색깔로 짐작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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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바꿨으니, 여자친구와 놀러가야겠죠. 뭐 서른 중반을 넘긴 다큰 성인이니 무인모텔 주차장 사진도 꺼리낌 없이 올려봅니다. 범퍼의 노란 견인고리가 마치 추워서 콧물흘리는 것 같아 보입니다. 후크캡은 이베이에서 8불 정도에 구매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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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로드 교체작업을 하고 차를 인도받은 관계로, 전륜 정렬이 맞지 않아 첫 정비를 감행합니다. 2년전 Rays 경량휠 4짝을 무심코 사뒀는데, PCD100/114.3 모두 장착 가능한 2way 타입이었습니다. 마치 86 살 걸 예상이라도 한듯한... 올 봄에 하이그립 타이어/인치업을 할 계획이었는데, 한결 부담이 덜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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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형님들 사이에 있으니 경차같네요. 왠지 테일라이트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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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제치 헤드라이트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쁩니다. 아.. 내가 데이라이트가 들어간 차를 가지는 날이 올줄이야..


연비도 생각 외로 너무 잘 나와주는것 같습니다. 차 인수 후 중미산, 서울-대전 편도 1회, 서울 시내 2일, 산길 출퇴근 5일, 대전 시내/시외 약간 달렸는데 평균 연비가 11 km/liter 정도 나옵니다. 물론 고급유지만... ㅠㅠ


앞으로 86과 오래오래 즐거운 모터라이프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베이에서 지르고 싶은게 너무 많은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비자금을 잘 조성해서 계획적으로 만져보고자 합니다.


공돌이의 조악한 글과 발로 찍은듯한 폰카사진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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