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보면 별의 별 경우를 다 만납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릴 때 마다 하늘이 도와주심에 감사합니다.
1초만 더 늦게 보았더라도 큰 일을 당할뻔 하기도 하고, 심지어 지나치고 나서야 오싹하기도 합니다.
오늘 낮에는 전자의 경우를 만났는데, 정말 간담이 서늘하더군요.

합정역에서 마포쪽으로 가는 2차로 도로에서 신호 대기중이었는데 신호 건너편에는 차선 긋는 공사를 하느라 2차로를 차단했더군요.
컨테이너 트럭이 2차로에 있길래  제 앞으로 낄 수 있도록 양보하고 컨테이너 트럭 뒤에서 잠시 주행했습니다.
1차로는 좌회전 차로랑 연결이되어 있었는데,  트럭이 좌회전을 하려는듯 좀 천천히 가길래 2차로로 빠지려고 우측 깜빡이 켜고 서서히 옮겨가는데  컨테이너 후미가 시야에서 막벗어나는 순간 갑자기 사람이 있는 겁니다.
아무런 표지나 조치 없이 도로 한 복판에서 젊은 사람 둘이서 차선을 그리고 있더군요.
저도 놀랐지만 그 사람들도 놀라서 어디로 피해야하나 하는 표정.
딱 차선 중간에 걸친 상태에서 그 사람들 정면이었죠.
순간적으로 다시 운전대를 왼쪽으로 감았다가 오른쪽으로 다시 돌렸습니다.
마치 슬라럼 하듯이 말이죠.
드라이빙 스쿨에서 연습했던 그 느낌입니다.
회피는 한 방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돌렸다가 다시 감아줘야 즉시 제 차로로 복귀할 수 있어 중앙선을 넘어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량이 반응한 직후에 다시 반대방향으로 운전대를 옮기는 동작에 들어가야 하므로 다소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리버스 스티어 조심...)
다행히 차가 잘 반응해 주어서 재빨리 피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과의 거리는 2미터도 채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보는 모습을 룸미러로 보는데 뒤에 오던 택시도 똑 같은 일을 당했는지 회피하려다 중앙선을 넘어서 멈춰서더군요.
그 택시 역시 차로를 변경하려던 모양이었습니다.
멈춰서서 창문을 열고 항의를 하는 듯 했습니다.
저도  무척 놀랐고  한 편으로는 화가 나더군요.
삼각대라도 하나 세워 놓던지 무슨 조치를 해야지 그게 무슨 짓입니까.
처음 발견한 그 순간에 그 사람들은 아무 걱정 없는듯 희희덕거리고 있었습니다.
1초도 안되어 표정이 싹 바뀌었죠.
간이 부어도 너무 부었더군요.
만약 사고가 났다면 어찌되었을지 오싹하고, 그런 경우 운전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차간 거리를 충분히 확보했더라면 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교통량이 많으 시내에서, 또 차량이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 한 가운데 그 것도 중앙선도 아닌 1,2차로 사이 차선에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교통량이 많은 시내 도로에서 차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다니기는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제발 공사 관계자들은 안전 수칙을 준수하면서 공사를 했으면 합니다.
일전에 야간 도로 작업 구간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한 장면을 본 기억도 있습니다.
제가 가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섬뜩하더군요.
이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서 저와 제 차에 탄 가족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