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40i를 처분했습니다.


이사 온 아파트에 주차 공간이 넉넉치 않은 데다가 차를 두 대 관리한다는 게 게으른 저에게는 참 귀찮은 일이더군요.

마음에 켕기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해결을 봐야 하는 성미라 참 피곤했습니다.

540i의 경우 엔진/미션 상태는 매우 좋았지만 하체 일부 등등 손을 봐야 할 부분이 좀 있었죠.


그렇지만 수리 및 세팅이 끝난 뒤에는 너무도 재밌고 행복하게 타고 다녔습니다.

그르렁거리는 V8 배기음, 앞서 가는 차들을 잡아 끌면서 달려나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토크...

그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탄탄한 하체입니다. 덕분에 미국서 공수한 빌스타인 HD의 팬이 되었죠.

휠은 순정 17인치, 타이어는 아드레날린 RE001이었는데 바닥에 깔린 레일 위를 지나가는 듯한 그립도 너무 좋았습니다.

테드에서 본 어느 댓글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국산 차에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독일 차 승차감은 못 낸다.'

그 말을 제대로 실감하게 해 준, 고마운 차입니다.


그에 비해 '01년식 뉴EF는 정말 편한 차입니다. 540i가 $300~400대의 호텔이라면 뉴EF는 집 같습니다.

4년 간 알터네이터랑 흡기 가스켓, 등속 조인트 갈아준 것 말고는 문제도 없었고요.

전 차주가 거의 안 타던 차라 예방 정비 차원에서 타이밍 벨트 등등 갈아준 뒤로는 더욱 마음이 편안합니다.

밟든 안 밟든 항상 10.5~11km/L가 나오는 연비도 참 신비롭고요.

1.8 DOHC라 힘이 좀 딸리고 자동 변속기도 4단인 데다가 하체는 헐렁하기 그지 없지만...

직접 설치/세팅한 카오디오의 음질이 왠만한 차의 최고급 오디오 옵션보다 훨씬 좋다는 데서 엉뚱한 위안을 찾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새 정신없이 차 정보를 검색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540i을 경험한 뒤라 전보다 훨씬 시야가 넓어져서 후보들도 많아졌습니다.

깡통 뉴EF와 풀 옵션 540i를 번갈아 타다 보니 원하는 옵션을 샥샥 골라내는 피곤한 안목도 생겼고요.

결론적으로 마음에 드는 차를 찾아 구입한 후 뉴EF를 팔고 1대만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참고로 아래 차량들은 모두 2011년식 중고를 기준으로 살펴본 내용입니다.


1. 골프 GTD/TSI

- 장점: 연비, 탄탄한 하체, 운전하는 재미, TSI의 경우 후보군 중 경제성이 뛰어난 편임

- 단점: 외제차 유지/수리비(워런티 종료 후), 악명 높은 공식 AS망, 왠지 불안한 DSG, 빈약한 옵션, 다소 높은 보험료, 해치백이라 귀엽지만 왠지 짐을 싣는 트렁크 공간과 캐빈은 구분이 되었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


6세대 GTI를 타 봤을 때 그냥 괜찮다 정도의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골프 타 보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GTD의 경우 막 밟아도 연비가 잘 나온다는 얘기가 많아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

또 주변에 TSI 타시는 분이 있는데 DSG에 적응이 좀 어려웠다는 얘기 말고는 연비/힘 모두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DSG가 마음에 걸립니다. 왠지 저는 그냥 편한 오토 미션이 더 마음에 드네요.

어느 분은 정식 센터 미캐닉에게 제대로 고쳐진다는 보장이 없는 수리=1000, 신품 교환=2000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수리비가 전부 그렇게 비싼 건 아닐테지만 AS망이 빈약하다는 점이 참 마음에 걸리네요.

그렇지만 하체는 정말 끌립니다. 골프용 빌스타인 HD도 있더군요. :)


2. K7 3.0 GDI

- 장점: 괜찮은 힘, K5 하이브리드와 비교해서 10kg밖에 안 무거움, 풍성한 옵션, 나름 멋진 디자인, 넉넉한 실내

- 단점: 거의 혼자 타는데 차가 많이 큼, 비싼 자동차세, 좀 비쌀 것 같은 수리비, 좋아하는 쥐색 차량이 거의 없음


지인분이 K7도 한 번 알아보라고 하셔서 살펴봤는데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YF의 곤충룩은 정말 용서가 안 되고 HG는 그보다 낫지만 그래도 제 눈에는 K7이 더 멋져 보이네요.

가끔 부모님 모시고 식사를 하거나 지인들 태우기에는 최적의 차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중대형치고는 소음 유입이 많은 편이라는 얘기가 있네요. 문짝 방음이야 직접 하면 되지만...

구입한다면 오디오는 디멘션 혹은 JBL이 장착된 놈을 살 겁니다. 

경제성을 보면 5년 탄다는 가정 시 GTD와 더불어 총 비용이 제일 많이 나오네요.


3. K5 하이브리드/터보

- 장점: 가장 무난, 국산 중형차에서 이 정도의 연비/힘을 경험하기 쉽지 않음

- 단점: 무거운 차체, 왠~~지 검증이 더 되어야 할 것 같은 하이브리드/터보


정말 가장 무난합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요.

쏘나타 하이브리드 타시는 지인 중 한 분은 13~14km/L, 다른 분은 막 밟는데 18km/L 나온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하이브리드를 타면 터보가 생각날 것 같고... 터보를 타면 하이브리드가 땡길 것 같군요.

게다가 한 2~3년은 더 있어야 두 차량 모두 검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습니다.

특히 터보를 타면 막 밟을텐데 연비 걱정이 좀 있고... 하체가 생각보단 괜찮다고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참, 하이브리드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인가 취득세/등록세 혜택이 있더군요. 좋은 기회인 듯 합니다.


4. 젠쿱 380

- 장점: 차값 가장 저렴, 가장 강력한 파워. 운전하는 재미

- 단점: 가장 비싼 세금/보험료, 적응이 안 되는 외관/인테리어, 문짝이 두 개, 하체 반응이 신경질적이라는 평가가 많음, 전 차주가 엄청 밟았을텐데 상태가 괜찮은 차들이 많을까 하는 두려움


순전히 원하는 가격대에서 마력/토크 기준으로 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마지막 차량입니다.

외관이 제 눈엔 너무 이상합니다. 내장도 가격대를 생각하면 좀 그렇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세단만 타서 그런데 혼자 운전하는 시간이 대부분인데도 문 4개/트렁크가 없으면 왠지 불안합니다.

가끔 자전거를 타는데 크기가 좀 되는 로드라 왠지 실을 수 없을 것 같군요.


결론?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최근 몇 년 사이 장족의 발전을 반복하고 있는 국산차를 보면 차라리 한 2년 더 기다릴까 생각도 드네요.

아니면 골프 TSI 신차를 사서 탈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참고로 이번에 이것저것 시뮬레이션 해 보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연비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더군요.

연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차값이 비싸면 그걸 상쇄하기까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꾸 보다 보니 정말 자동차란 남자들의 비싼 장난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싸고 중독성 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