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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입차 브랜드에서 테크니컬 트레이너로 업무를 시작한 해가 2002년도입니다. 
2001년 연말 캐나다에서 귀국한 후 지금 처럼 많은 차들을 테스트 했던 시기에 테스트 했던 차량들에 대한 평가를 지금 회상해보면 그때 테스트 했던 차량을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테스트했을 때 사뭇 엉뚱한 방향의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게 됩니다.

우리가 보통 신차가 나오면 자동차 잡지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시승기를 통해 차량의 느낌을 간접적으로 접하던 것이 요즘은 유투브나 SNS등을 통해 정보의 양으로는 이전 자동차 잡지나 인터넷으로 차량을 검색하던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차량을 테스트할 때의 그 시점은 어찌보면 상대적으로 당시에 해당 차량과 경쟁하던 차량들이나 그 당시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2000~2005년도 당시에 상당히 핫한 차들을 한번 떠올려 보면 
아우디에서는 2003년도 말에 RS6를 6대를 정식으로 수입해서 판매했었고, BMW에서는 2000년부터 E39 M5, E46 M3를 수입했고, 벤츠는 정식으로는 E55 AMG가 거의 없고 대신 SL55 AMG등을 수입했었습니다.

이런 Top of the line 모델들뿐 아니더라도 아우디의 B6 A3 3.0콰트로, E46 330i, 벤츠 W211 E500등과 같은 차들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시절이고 2005년도에는 E60 M5가 정식으로 수입된 해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E39 530is와 같은 모델들이 흔하디 흔한 시절이라 지금 시대에 구형 모델들중에서 나름 명차와 주행의 아이덴티티가 정말 강했던 모델들을 타면서도 늘상 이게 그냥 평범한 독일차지 하면서 탔었더랬습니다.

E60 M5를 처음 시승했을 때 8000rpm을 넘나들며 SMG3의 거친 변속감을 다스리며 운전할 때 전 시승을 마치고 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E60 M5로 끝까지 밟아봤는데, 감흥이 없고 마치 한번 데이트하고 나면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여자 느낌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46 M3를 탔을 때는 E36 M3에 비해 둔해진 몸놀림과 언더스티어 성향이 E36보다 커진 것이 불만이었고, 철판 떨리는 배기음이 E36 유로사양 M3에 비해 듣기 싫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다양한 신형차들이 터보화 되는 것을 보면서 NA엔진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되고, 늘어난 파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커진 외형과 무거운 몸무게로 운전의 직관성이 떨어지지만 신형은 항상 옳다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구형차들에 대한 기억들을 점점 잊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바로 2022년 지금 위의 사진의 차들을 타보면 드는 생각은 

첫째, 저런 차들이 흔할 때는 앞으로 차들이 이렇게 재미없어질 것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는 점
둘째, 내가 과거에도 이렇게 큰 자극을 느꼈었나? 회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
셋째, 상태가 좋은 샘플을 찾기가 무척이나 어려워졌다는 점
넷째, 상태가 좋은 샘플들이 요즘차에 비해 관리가 전혀 어렵지 않다는 점

E60 M5를 다시한번 예로들자면 이 차는 정말 말이 안되는 차입니다.
5리터나 되는 엔진이 4000rpm이하에서 힘이 하나도 없어 2.5리터 6기통 엔진을 장착한 중형세단보다도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8300rpm을 돌리는 운전을 할 때는 정말 BMW 미친놈들 아냐? 라는 욕이 나올 정도입니다.

리미트 풀면 330km/h를 그냥 꺽어버리는 속도감은 요즘 최신형차들 600마력으로도 어려운 속도영역을 507마력으로 쉽게 마크해버립니다.

변속기의 충격이나 다루기 어려운 부분을 생각하면 수동 몰던 사람이 아닌 경우 이차는 그저 쉽게 포기해버리고 싶은 그런 차일 수도 있습니다.

초대 RS6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ZF 5단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차로 무슨 재미는 얼어죽을?
막상 타보면 단수가 많다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ECU튜닝된 RS6는 속도가 올라가는 그 짜릿함이 속도가 붙을 수록 뭔가 제어가 들어오는 요즘 고성능 엔진과는 결이 다릅니다. 뭔가 속도가 올라가면 뭔가가 쥐고 있던 것이 풀리는 그런 느낌으로 속도가 하염없이 올라갑니다.
강성감이나 하체가 받쳐주는 느낌도 여전히 예술입니다.

W211 E55 AMG의 배기음이나 토크감은 그 어떤 타이어라도 씹어먹을 것 같은 기세로 언제든 사이드 미러를 통해 뒤에서 흰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가속패달을 끝까지 밟지 않아도 될 정도의 무지막지 한 토크가 언제든 뿜어나옵니다.

신형 E클래스에서 주지 못하는 마초적인 사운드와 걸걸한 회전질감은 오히려 미제 V8을 주눅들게 할 정도입니다.

2000년대에는 이런 차들을 타면 그냥 앞으로 신형은 더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위에 나열된 차들을 타면서도 고마운 맘이 없었습니다. 신형은 더 좋아질 것이 분명할 것 같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이런 차들을 타면 타는 순간순간이 감사한 느낌뿐입니다.
제가 E46 330i 자동 한대 수동 한대를 최근에 복원했는데, 제대로 만들어서 타는 E46 330i의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렇게 컴팩트한 차체에 직렬 6기통 엔진에 5단 자동 혹은 5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려 정말 좋은 소리를 내는데다가
3500rpm이후에도 멋지게 상승하면서 음색이 여러번 바뀌는 경험은 20년전에 탔을 때보다 훨씬 더 재미나고 훌륭한 경험이었습니다.

쫄깃쫄깃한 샤시의 느낌도 그렇고 사뿐 사뿐 움직이는 가벼운 몸놀림은 최신 3시리즈의 거대한 느낌이 없고 타이트한 콕핏에 앉아 대시보드가 몸을 살짝 덮어주는 느낌으로 운전하지만 답답하지 않고, 차와 몸이 잘 연결된 느낌을 줍니다.

신형차들이 좋아진 부분은 명확하지만 잃은 것도 그만큼 명확합니다.
브랜드간 개성이 희석되었다는 점과 너무 많은 전자제어는 차를 빠르게 하는 장치가 아닌 차를 느리고 재미없게 하는 용도로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엔진의 ECU는 회전수와 속도를 제어하는 제어 이외에 온도에 따른 출력제한이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터보 엔진인 경우 그만큼 엔진도 튼튼했었고 부스트가 최고속 영역에서도 떨어지거나 점화가 지각되는 느낌없이 그대로 밀고가는 느낌이었지만 최신 엔진들에 투입된 소프트웨어는 모두 하나같이 엔진의 힘을 빼고 초고속에서조차 배기가스 신경쓰고 질소산화물이나 지금은 분진까지 걸러내야하니 엔진이 열심히 일해본들 여기저기서 너무 많은 손실이 발생합니다.

목소리는 사라진지 오래고 스피커가 이런 역할을 대신하고, 이렇듯 스피커로 엔진사운드를 만드는 시대이다보니 아예 전기차 스포츠카에는 만들어진 사운드를 운전자가 볼륨이나 음색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고 하니 기계로서 자동차가 가진 매력은 전자기기화되어가는 자동차 입장에서 과거의 향수가 되지 싶습니다.

20년전에 2022년도에 나오는 차들이 이러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면 당시 시승기회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2000년대는 한참 수입차 판매가 급격히 상승하던 시점이라 여전히 찾아보면 좋은 구형차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커다른 스크린이나 터치 패널이 없지만 대신 운전의 맛이 있고, AUX연결해서 휴대폰 음원 들으면 제법 좋은 소리를 내는 사운드 시스템도 여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구형차들의 스피커도 당시 나온 차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매력들이 있고, 그래서 좀 오래된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할 때면 과거 좋았던 기억들도 회상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자동차를 취미의 영역에만 가두지 않는다면 일상에서 편하게 탈 수 있는 차의 영역에도 여전히 영타이머는 매력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런 영역을 취미와 일상의 장벽 안과 밖으로 구분하는 것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맘이 편한 차를 타고 일상을 즐기는 것이 좀 더 일반화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꼭 많은 것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환율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인해 올해 다양한 변화가 있는데 그중에서 많은 숫자의 차량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슬픈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가면 들어오기 힘든 차들이 더 많기 때문에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엔진을 장착한 차와 모터를 장착한 차와의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질 것을 생각하면 과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이 항상 이롭지 않다는 것이 입증될 것에 한표를 걸게 됩니다.

여전히 엔진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유독 행복한 나날들입니다.
10월의 마지막날을 잘 마무리하시기 바라며,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