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때의 일입니다. 학과 건물 근처에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황당한 뉴스를 누가 전해왔습니다.
바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때 제겐 그 소식이 그냥 당혹스럽고 황당한
뉴스일 뿐이었는데 ... 그 근처 아파트에 살던 동기 녀석의 얼굴이 심하게 굳어지더니, 빨리
집에 가봐야겠다는 거였습니다. (그 친구는 내 꾐에 넘어가서 아반떼 1.8 수동을 타고 다녔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그랬습니다. 급하게 차를 몰고 학교를 나가 정말 죽을동 살동 달렸다고...
거의 어김없이 부모님이 삼풍백화점을 저녁 찬거리 등을 위해 방문하시는 시각이었다는 겁니다.
하늘이 도우셔서 그 친구의 부모님은 다 무사하셨다는데, ... 어머니는 일찍 쇼핑을 마치셨고 아버진
약속이 있으셨다더군요.
 
어쨌든, ... 길가다 정말 '미친듯이' 달리는 차를 볼 때면 가끔 그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저 운전자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구요.
 
물론 상습적으로 위협/난폭운전을 일삼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누구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차를 세워 붙잡고 물어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사람을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일반 운전자인 우리가 경찰은 아닙니다. 단죄할 권한도 없고
보복할 권리도 없습니다. 급한 사람은 급히 갈 수 있게 하되 - 상위차선을 비우는 일이든,
급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을 비워주는 일이든 양보하는 일이든 - 그 사람의 행위가
나와 다른 운전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생각할 때에는 법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성숙한 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정이 있었던 사람이면 참작이 될 것이고,
단지 스릴이 목적이었던 사람은 처벌을 받게 되겠죠.
 
 
PS. 제 운전 습관도 다시 돌아보게 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