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주차장이 협소한 관계로..

 

아침마다 전쟁을 치릅니다.

이면주차 되어있거나 나갈 차량의 앞을 막고 있거나 해서 말이죠.

저 역시 두 대가 빠져야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연락을 하고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구형 아반떼와 소나타 III..

암튼, 시동을 거는데 우유 빛의 흰 연기가 멋지게 나옵니다.

 

디젤 차도 아닌데 말이죠..

어라! 두 대 모두 어렸을 때 열심히 쫓아다니던 소독차처럼 진한 방귀를 뿜어댑니다.

바쁜 출근시간..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인 터..

 

그러나 환자라는 특성상 결국 한 마디 내 뱉습니다..

나 : “혹시, 오일 줄고 그러지 않으세요..?”

아반떼 : “어! 어떻게 아셨어요..? 오래된 차라 고치기도 좀 그렇구 해서 이렇게 트렁크에 엔진오일 한 통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보충합니다..”

소나타 : “아! 그래요.. 제 차도 뒤에서 연기나고 그럽니까? 왜 그런 겁니까?”

나 : “예. 그게.. 저녁에 퇴근 하셔서 차를 정차해 놓으면 헤드 내에 있던 오일이 아래로 흘러 내립니다.

 

그때, 연소실 내로 오일이 들어가지 말라고 가이드 고무라는 놈이 밸브 스템을 잡고 있는데요..

 

고무란 것이 시간이 지나면 경화가 되는 물건이라 초기의 탄성이 잃어버려서 스템과의 기밀성이 떨어져 버리죠..

 

당근, 연소실 밑으로 스물스물 흘러내린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아침에 시동을 거시면 연소실 내부로 흘러내렸던 오일들이 타느라고 마후라 뒤로 흰 연기가 보이게 되죠..흠흠.”

캬~

너무 멋지게..

그리고 간단명료하며 깔끔하게..

스스로 생각해도 막힘이 없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만..

소나타 : “음..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거요..? (당췌 무신 얘기를 하냐는 눈빛으로.. @,.@”)

허거걱!  차가 못 나가게 주차해서 미안해하는 아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졸지에 장사가 잘 안 되는 카센타의 쥔장이 된 듯 했습니다..쩝.

상황파악을 잽싸게 한 저는..

“예.. 저는 카센터에서 일하는 사람 아니구요..

 

그냥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정비소에 가서 함 점검해 보세요..

 

그게 여차해서 오일 없는 상태로 타시게 되면 차가 멈춰버릴 수도 있거든요..”

소나타 타시는 분은 별 쓸데없이 남의 일에 신경 쓰냐는 눈빛으로 가 버리시고..

 

아반떼 타시는 분께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저에기 대쉬합니다.

 

아마, 그 문제로 이미 여기저기 정비소를 돌아다닌 듯..^^

아반떼 : “저두 사실 그 문제로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요..

 

정비소에서 엔진을 갈아야 된다는 둥 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오일 보충하며 타고 있었는데..

 

차를 처분할까 어쩔까 많이 고민 중이었습니다.”

솔직한 분에게는 우리 환자들이 무쟈게 약해지지요..쿠쿠.

나 : “오일 소모되는 문제는 거의 가이드 고무하고 피스톤 링의 마모.. 이 두 가지가 제일 크죠..

 

피스톤 링은 압축압력을 재보고 기준치 안에 들어온다면 굳이 교환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임도 만만치 않구요.. 시간 있으시면 제가 점화플러그 함 빼봐도 될까요..?”

아반떼 : “예.. 저야 고맙죠.. *동 사시죠? 오래 전부터 차 좋아하시는 분인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간만에 공구를 만지는 커다란 기쁨도 맛보고...

나 : “점화플러그 팁 부분에 오일이 많이 묻어있고.. 특히 1번 4번이 많이 젖어있네요..

 

점화플러그 수명도 다 된 듯 하고.. 제가 보기는 피스톤 링 문제는 아닌 듯 해요..

 

아반떼가 피스톤 쪽의 고장은 잘 안 나는 편이라..”

아반떼 : “ 아, 고맙습니다.. 그럼, 가이드고무만 고치면 될까요..?”

나 : “예.. 요사이는 케미컬 류가 많이 좋아져서 가이드고무 교환 안하고도 70 % 이상 수리가 된다더군요..

 

점화플러그는 사오시면 제가 갈아드릴께요.. 그거 혹시나 직접 하시다가 잘못되면 진짜 골치 아파집니다..껄껄^^”

그렇게 출근시간이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같은 동에 살면서 아침에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기분이 욜로리 좋군요..쿠쿠.

사실..

무엇보다..

환자가 하나 더 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아침이었슴다.. 음훼훼~~

담에 시간나면 제 아반떼 태워주기로 했는데..쿠쿠.


회원 여러분.. 주말 저녁 잘 마무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