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 참사로 제가 업무상으로 아는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참 아타까운 일입니다.

 

운전자의 안전불감증과 도로시설 안전도는 많이들 회자되었으나, 버스 승객의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트럭도 마찬가지 입니다.

 

버스나 대형트럭과 관련된 사고에서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대개 추락으로 인한 차량의 전복입니다. 버스의 무게가 보통 15톤이 넘는데 속도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뒤집어 지더라도, 과연 탑승객들이 있는 cabin 구간이 전복에 버틸 수 있을까요? 일단 지붕을 받히고 있는 기둥이 4개입니다. 승용차의 경우 ABC 필러, 즉 좌우 합해 6개의 기둥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승객 안전을 위해 차량의 다른 부분은 잘 찌그러지도록 설계하지만, 해당 필러 내부로는 침투하지 않게 합니다. 물론 도어 임팩트 바도 한몫하지요. 그러나, 버스나 트럭의 객실은 4개의 기둥 외에 이렇다하게 버틸 만한게 없습니다.

 

이번 버스 참사도 보면, 버스가 전복되었는데, 먼저 떨어진 뒤쪽은 천정이 완전히 무너졌더군요. 높이 30m에서 총 무게 15톤 길이 12미터 짜리가 망치가 회전 듯이 떨어지는데 기둥 두 개로 버틸 수 있는 소재가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현재 가장 강하지만 용접이 안되는 강철 소재인 2.5GPa 짜리 강재로 어떻게 기둥을 세웠어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구조적으로 천정을 받히는 기둥이 여러 개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겠죠. 요즘의 버스 디자인을 보면 미끈하게 창문을 만드느라 그런지 좌우에 기둥이 없습니다. 점점 고속버스 타기가 꺼려지는 점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 버스와 트럭을 보면 앞 부분의 엔진룸 공간이 나오지 않아 전면 충돌시에 운전석으로 충돌이 침투한다는 점입니다. 유럽형 디자인인 것 같은데, 이런 디자인은 특별한 보강이 없는 한, 정면 충돌시에 운전석으로의 침투가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트럭을 보면 작은 트럭이건 큰 트럭이건 모두 엔진이 앞에 있는 구조입니다. 예전 우리가 어려서 보던 미제 트럭이나 버스 같은 것이죠. 저는 한동안 왜 미국은 아직도 저런 구닥다리 구조를 고집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었습니다. 이번 참사로 생각해보니, 버스나 트럭의 운전자를 보호하는 것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버스나 트럭 운전사들도 고속 주행 중 사고는 얼마든지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에서 큰 부상없이 살아나온다면 그분들은 다시 운전기술로 재기하여 생업을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부상으로 운전을 더 이상 하기 힘든 지경이 된다면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것이지요. 또한, 여러가지 이유로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전복 등의 사고에서 안전조치로 큰 부상없이 살아나올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그 분들의 생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무제한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일반 승용차나 SUV와는 달리, 고속버스나 트럭은 시속 110km 이상으로는 달리지 않습니다. 뭐 시속 130km로 달리던 관광버스를 본 적은 있습니다만, 제 평생 딱 한번 봤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물리적인 조건을 승용차보다 좀 더 쉽게 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우리가 뭐라해도 법적으로 규정을 정하지 않으면 제작회사들은 꼼짝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중에 아는 사람도 없고...

 

그냥 갑갑한 마음에 잠 못들고, 새벽에 일어나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