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팬들의 숫자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에 맞먹는 2천만 명 이상.

미식축구 수퍼보울 다음으로 시청률 2위인 스포츠 - Nascar의 Daytona 500.

스포츠 중계 시청률 상위 20위 프로그램 중 17개가 Nascar 레이싱.

 

몇 가지 소개해본 나스카의 현 주소입니다.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사정과 비교하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나스카.. 그렇지만, 외국사람의 눈에는 (저만 그런가요?) 좀 달라 보이는게 나스카가 아닐까요.. 차를 좋아한다는 저만 해도 오벌트랙을 빙글빙글 도는 나스카에는 거의 눈길이 가지 않았습니다. 레이스카가 생긴 것도 그냥 미끈하고 두루뭉술하게 생긴 것이 잘 구별도 안되고 말이죠.

 

그런 와중에 근체 델라웨어 주에 위치한 Dover International Speedway에서 나스카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도데체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길래?? 하는 생각과 나스카의 굉장한 인기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나스카를 보러 가기로 결정 했습니다.

 

나스카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대형 나스카 레이싱 시리즈는 크게 세 종류입니다. 즉.. 최고 권위의 Sprint Cup Series와 Nationwide Series, 그리고 Camping World Truck Series가 그것입니다. 나스카는 일 년에 36전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쥴로 운영됩니다. 개별 레이스 위크엔드는 목요일에 시작해서 일요일에 끝나는데, 금요일에는 차세대 드라이버 발굴을 위한 developmental series를 펼치고, 토요일에는 네이션와이드 시리즈, 일요일에 스프린트 컵 시리즈를 하는 일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캠핑월드 트럭 시리즈는 별도의 스케쥴로 운영됩니다)

 

                 스프린트 컵카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COT "Car of Tomorrow". 공력 설계 등에 많은 개량이 이루어진 모델입니다.

 

원래 저는 일요일에 열리는 스프린트컵을 보러 가려고 했으나.. 일요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토요일 네이션와이드 시리즈를 보러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네이션와이드 시리즈는 스프린트컵에 가려 빛을 크게 보지 못하는 시리즈이지만, 스프린트컵으로 올라가려는 드라이버들의 경쟁으로 나름대로 치열한 경기가 전개되는 시리즈입니다. 네이션와이드 시리즈의 유명한 드라이버로는.. Kyle Busch.. 이 분은 스프린트컵에서도 최상위권에 랭크하고 있는 드라이버이지만 네이션와이드 시리즈에서도 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는 분은 잘 아시는 Danika Patrick... 인디카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여성 드라이버입니다. 특히 Indy 500에서 예선 5위, 본선 3위라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었죠. 2010년 부터 나스카 네이션와이드 시리즈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Jacque Villeneuve가 있군요.. 예.. F1 챔피언 Gille Villeneuve의 아들이자 자신도 F1 챔피언인 재크 빌너브 역시 참가하고 있습니다.

 

네이션와이드 시리즈 레이싱카는 스트린트컵 카 (보통 '컵카'라고 불리더군요) 보다 휠베이스가 약간 길고, 무게가 100kg 정도 가볍고 (약 3,300 파운드.. 레이싱카로서는 참 무거운 편입니다), 엔진 출력은 100마력 정도 딸리는 V8 450마력이라는군요. 그 외 트랜스미션 (4단), 서스펜션 (전 더블위시본 / 후 라이브 액슬), 브레이크는 동일합니다. 내년 부터는 네이션와이드 시리즈에도 COT가 투입된다고 합니다. COT가 투입되면서 바뀌는 것이 포니카의 부활이죠. 이미 포드는 머스탱, 다지는 챌린저로 출전 준비를 완료했다고 하네요. 현재 포드는 퓨전, 다지는 시브링, 토요타는 캠리, 쉐비는 임팔라로 출전 중입니다.

                 네이션와이드 시리즈에 출전하게 될 포드 머스탱 COT

 

                  다지 챌린저 COT

 

                                  그리고 앞으로 사용하게 될 토요타 캠리 COT. 전륜의 무시무시한 파지티브 캠버.. 오벌트랙용 레이스카의 독특한 세팅이겠지요.

 

나스카 시리즈는 현재 3개 트랙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벌트랙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3개의 로드코스는 인피니언 레이스웨이, 왓킨스 글렌, 캐나다의 써킷 드 질 빌너브이고요. (해외에서는 스즈카 등지에서도 경기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오벌트랙은 길이에 따라 1마일 이하의 쇼트트랙, 2마일 이상의 수퍼스피드웨이 (유명한 데이토나, 탈라데가 등의 시속 180마일을 넘나드는 고속트랙이 여기에 해당되죠), 그리고 그 중간인 인터미디에이트 트랙으로 나뉩니다. 이번에 제가 보러 간 도버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는 총 길이 1마일, 코너 뱅크 24도, 프론트 / 백 스트레이트 뱅크 9도의 쇼트 트랙이었습니다. 1마일 트랙에 47대의 레이스카가 달리는 것을 보니 흡사 출퇴근 시간대의 고속도로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한 바퀴 도는데 20초가 조금 넘는 듯 하고요. 최고속도는 시속 150마일 정도 더군요.

 

                스피드웨이는 야구나 축구 경기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왼쪽에 보이는 스피드웨이를 두고 Fan Zone에 정렬 해 있는 각종 가판대의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다녀 본 레이스 중 가장 종류도 많고 사람도 많았습니다. Vendor 들의 숫자가 정말 무지막지 하더군요.

                 개별 벤더들과는 별도로 각 레이싱팀에서도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티셔츠, 모자, 자동차 모형, 기타등등..

 

                미 육군과 미 공군 역시 나스카 레이싱팀들의 대형 스폰서 중 하나입니다. 레이싱팀 메이저 스폰서이면 일년에 약 8백만달러, 세컨더리 스폰서는 약 5백만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또한 나스카 레이스에는 애국가 제창 후 주방위 공군의 편대비행을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네이션와이드 레이스에는 메릴랜드 주방위군의 C-17 수송기가 그 역할을 해주더군요. 타이밍이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애국가가 끝나자 마자 트랙 위로 저공비행을 슝~ 했었습니다.

 

                 이렇게 관중들도 경기 중계를 볼수 있도록 하는 장비도 렌트가 가능하구요.

 

                  각 팀의 교신내용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스캐너도 렌트해 줍니다.

 

그랜드 스탠드에 앉아 있으면 모든 트랙이 다 보입니다. 스타디움 형식의 오벌트랙이 주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 레이스에 구경가서 아쉬웠던 점 중의 하나는 인필드에 들어가서 구경할 수가 없었던 점이었습니다. 모든 쇼트트랙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도버 스피드웨이에서는 협소한 인필드를 이유로 pit pass 자체를 판매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른 레이스 처럼 차량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수퍼스피드웨이의 경우에는 인필드에서도 RV캠핑이 가능한데요.. 도버 스피드웨이에서는 캠핑은 모두 바깥에서 하게 되어있더군요. 이 곳은 프론트 스트레이트를 바라보는 리차드 페티 그랜드 스탠드입니다. 가격은 일인당 $52.. 소인/대인 구별이 없었습니다 --;;. 티켓 가격은 종류별로 $40에서 $250까지 다양했습니다. 이곳은 14만명 수용 규모의 써킷이니.. 일인당 $100으로만 잡아도 하루 경기장 수입이 자리값으로만 1400만 달러가 넘는군요. 특히 스프린트컵은 언제나 티켓이 완판..

 

                 네이션와이드 시리즈 직전까지 스프린트컵 프락티스가 있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82번 레드불 토요타 캠리의 드라이버는 Scott Speed입니다.

 

스캇 스피드는 아메리칸 드라이버를 배출코자하는 레드불 장학 프로그램에 의해 선발되어 (근데 왜 오스트리아회사인 레드불이 지원하는 거지??) F1까지 진출했던 젊은이죠. F1에서는 팀 매니저와의 불화 등으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캠핑월드 트럭 시리즈를 거쳐 스프린트 컵에서 활약 중입니다.

 

                   드디어 레이스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피트 레인에 저렇게 예선 순서대로 한 대 한 대 밀어서 정렬을 시키더군요.

 

                그리고 예선 역순으로 한 명 한 명 선수 소개에 들어갑니다. 47명을 소개하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나갑니다.

 

                 포디움에서 선수를 소개하는 모습이네요. 보이스카우트들도 보이고..

 

                 스프린트컵과 네이션와이드 시리즈에서 동시에 뛰고 있는 드라이버 카일 부시의 피트 부스입니다. 카일 부시는 앞서 소개해 드렸다시피 스프린트컵에서 현재 순위 4위를 하고 있는 실력있는 드라이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이버 소개를 하는데 관중들의 야유가 대단했었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스프린트컵 선수가 네이션와이드에서 뛰니 상대적으로 기량이 쳐지는 네이션와이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 다는 것 이었죠. 더불어 다음날 있는 스프린트컵을 위한 연습시간이 늘어나게 되니까 불공정하다는 말도 있고요. 물론 이유있는 불만입니다만, 주최측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네이션와이드 시리즈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니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카일 부시 말고도 스프린트컵 드라이버가 2-3명 더 있었습니다.

 

                 우리 딸도 나중에 아마추어 레이스 드라이버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린 플래그를 받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보면 집단으로 떼주행하는 모습이 참 대단합니다.

 

딸아이 때문에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가서 구경하니까 오벌트랙 레이스도 나름 긴장감이 굉장했습니다. 150마일의 속도로 40여 대가 떼주행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드라이버에 대한 경외감이 생길 정도니까요. 한 곳에 앉아서 트랙 전체를 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나스카가 왜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얼마간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드라이버의 입장에서, 주최측의 입장에서, 그리고 팬의 입장에서 로드레이스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에 기회있으면 따로 하기로 하고, 제가 느낀 것 중 가장 큰 것은 팬들의 서포트 였습니다. 레이스가 보편화되려면 단지 자동차 매니아들이 좋아한다고, 그리고 일회성 이벤트로 홍보한다고 되는 것이 절대 아니죠. 나스카 팬들은 어렸을 때부터 실제로 동네 작은 써킷에서 카트로 시작해서 midget, late models, modified 등의 오벌트랙을 사용하는 저렴한 수준의 레이싱으로 계속 아마추어 레이서의 길을 (취미 또는 커리어를 염두에 두고) 꾸준히 걷습니다.

 

                  Midget

 

                                         Modified

 

                 Late model

 

팬 자신들이 어렸을 때 부터 오벌트랙에 대한 경험과 향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스카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할 겁니다. 물론 지금 젊은이들도 이런 레이스에 많이 참여하고 있고요.

 

물론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모터스포츠가 발전하라는 법은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는 보편적인 요소가 레이싱에도 녹아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F1 같은 것은 화려하고 보기에 좋지만, 대중이 다가서기에는 너무 귀족적인 이미지 또는 일반인과는 너무 먼, 일종의 위화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나스카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다분하고, 또 그것 때문에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