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부친께서는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VW 차량을 몰고 계십니다.

 

작년인가 12만 킬로에 가까워 오면서 타이밍벨트와 플러그류를 싹 교체한뒤로

별달리 고장은 없었는데, 얼마전 센서하네스가 말썽을 부려 정식센터에서도 못잡고

결국 일반 카센터에서 부품오더해서 고친 이외에 아직 별다른 말썽은 없습니다.

 

 

2년전만해도 바로 가까이서 사시면서 차를 저희집에 주차하고 다녔기 때문에,

짬짬이 세차도 해다드리고 대충이나마 관리를 해드렸는데,  올해초 멀리(그래봐야 차로 5분 ㅋㅋ)

로 이사가면서 차를 가지고 가셨습니다. 

 

 

작년에 둘째가 나오고, 저도 지난 초여름에 회사를 나오고 새 일을 준비하면서 가까이 있음에도

영 찾아뵙지도 못하던 와중 지난 벌초때 차를 보니 정말 가관이더군요.

 

기름기라곤 없는 표면에 군데군데 살짝씩 스친자국...  실내엔 먼지도 많았구요.  

트렁크에는 조부님 산소방문 때 농기구를 적재한 흔적으로 마른 풀과 먼지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한달에 운동가는 두어번 밖에 운행을 안하므로 사실 차량상태엔 별 관심도 없으시지만,

보다못한 제가 어쩌다 손세차라도 좀 맡기시라면 '손세차값이면 설렁탕이 몇그릇인데

좋은타이어나 오일이면 몰라도 그런데 왜 돈을 낭비하느냐' 며 일축하는 아버지십니다.

 

 

 

며칠전 작심하고 아버지께 말씀드린 뒤 흠집이 많은 휠을 네짝모두 재도색 맡겼는데

생각보다 칠이 마음에 들게 되었더군요.  가격도 납득할만하고... 차를 찾은 저녁에 전화를

드렸더니 마침 멀지않은 곳에서 친구분들과 거나해 계셨습니다.

 

 

 

[이리와서 아저씨들께 인사드리고, 나좀 태워가거라]

 

 

아저씨들께 인사드리고,  한사코 안겨주는 맥주잔을 받는둥 마는둥

도색이 잘 됐노라며 집에가는길에 보여드리니 정말 좋아하시네요

 

 

[신사는 구두가 깨끗해야 한댔는데,  그간 휠이 지저분해서 맘에 걸렸었다]

 

 

부친을 내려드리고 그냥 제 집으로 차를 몰고 내려왔습니다.   오늘 퇴근해서 애들 자러간 참에 차고로 내려가

물세차를 빡세게 하고,  엔진룸세척에, 크리너왁스를 2회 시공한 뒤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내니

이제 좀 차 같으네요.

 

내일쯤 광택왁스도 바르고 가죽컨디셔너도 바르고,  유리도 안팎으로 닦고 항균탈취제도 뿌려서

오는 일요일 댁에 방문하는길에 택배(?) 해다드리려고 합니다.

 

콘솔과 글로브박스도 정리하고, 한참동안 박혀있는 체인져의 CD도 좀 새로 구워서 넣어 드려야죠.

 

 

 

저보다 젊은 때 부터 건축현장을 누비며 안해본게 없는 분인데,  이젠 좋은 차가 무슨소용이냐며

제발 차좀 바꾸시라하면, '나 말고 너가 좋은차 타야지, 내가 이 나이에 좋은차가 무슨 필요냐'  하시는

아버지께 해드릴게 전 아직 이 정도 밖에 안되네요.

 

 

 

남자로 태어나 죽기전에 월드베스트 '벤츠' 는 한번 꼭 타보고 싶다는 아버지께 언제쯤 한대 안겨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는지, 조금은 센치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