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E 타입 탄생 50주년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을 선호하던 시대가 꽃미남에 열광하는 것처럼 기준은 달라진다. 풍만하고 볼륨감이 넘치는 여성이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오늘날은 ‘슬림’이 대세다.

자동차도 그런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발전해 왔다. 다른 점은 있다. 그것이 브랜드의 발전 과정이고 전통을 축적해 온 힘이다. 그것을 활용하는 것을 마케팅에서는 ‘스토리 텔링’기법이라고 한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그 시대의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삶의 기쁨을 주어왔다는 것이 브랜드의 힘의 원천이다.


임재범이 단지 노래만 잘해서가 아니라 그가 거쳐 온 과정이 스토리가 되어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에 그는 ‘상품’이 아닌 ‘명품’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임재범이 의도했던 아니던 그것이 스토리 텔링 기법이다.

오늘날 많은 브랜드들이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끊임없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은 바로 그런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 해는 재규어 E타입이 탄생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E타입은 1961년 제네바오토쇼를 통해 데뷔했다. 재규어 E타입은 다른 브랜드들과는 다른 전략의 산물이다. 당시의 디자인 흐름과 한 차원 다른 유려한 스타일링과 최고속도 240km/h에 달하는 성능, 그리고 언제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온 재규어의 작품이었다. 이미 단종된지 오래됐지만 지금도 재규어의 아이콘적인 모델로 유럽에서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자동차문화의 시작이 늦은 우리의 시각에는 그런 평가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필자만해도 라이선스 모델인 ‘맵시나’부터 자동차를 접했기 때문에 1960년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향수라든가 하는 것은 없다. 다만 직업 때문에 수많은 자동차를 공부하고 박물관에 갈 때마다 수없이 카메라를 들이 대면서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됐다.

지금 재규어의 디자인 수장인 이안 칼럼은 E타입에 대해 그의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E타입이 데뷔했을 때 나는 6세였지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메커니즘을 타이트하게 수용한 프로포션은 대단한 것이었으며 무엇보다 스포츠카답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Less is More’였다. 디테일보다는 참신성이 매력적인 자동차였다.’

재규어 E타입 50주년 이벤트는 2011년 3월 제네바오토쇼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는 재규어의 수많은 역대 E타입 모델들을 소유한 사람들이 초대되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열리는 ‘콩쿠르 델레강스’에서처럼 각 모델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평가를 갖는 자리도 마련됐었다. 언제나 새로운 것만 찾은 ‘신상 천국’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역사를 존중하고 전통을 살리려 하는 자세를 가진 그들의 문화에서 E타입은 자동차 그 이상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행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