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5dr 사용기

작년에 구입후 7천3백 킬로를 주행하고서야 이제 시승기( 사용기)를 올립니다.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06년이었다.
프라이드를 구입하게 된 동기는 귀여운 외관과 작은 차의 높은 활용도, 좋은 연비( 공인 연비 13km/l, 현재 실연비는 11km/l 정도) 때문이다.
날마다 출퇴근으로 60km 정도를 달리는 입장에서 연비도 무시할 수 없지만, 좁고 혼잡한 곳에서의 통행이나 주차는 물론이고 공원, 영화관, 대형 마트 같은 곳을 다닐 때에도 작은 차가 편하다.
대부분 주차 공간이 협소하여 타고 내리기 불편할 뿐 아니라 큰 차들이 옆에 있으면 어린이 씨트에 앉히고 내려주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그리고 요새는 주차 구획이 부쩍 좁아진 것 같다( 몇 해 전 주차 구획 크기 관련 규제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음.).
좁은 주차구획은 건설회사( 원가 절감)와 정부( 규제 완화)의 횡포라고 생각한다.
좁은 땅에 한 차라도 더 세워야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건설회사 일방의 입장이다.
아파트가 관공서도 아니고….. 입주자들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이미 거품 가득한 수도권 집값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주차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려고 아파트를 위로 올리는 만큼 아래로도 내려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음… 내용이 이상한 곳으로…..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프라이드 이야기를….

나의 프라이드는 5도어, 가솔린 1.6리터, 자동변속기, 오팔 그레이의 월드컵 스페셜 모델이다.
월드컵 기념으로 엔진, 변속기에 중요 파트의 보증 기간이 5년에 10만킬로이다.
엔진과 변속기의 주변 장치 등은 다른 부품과 마찬가지로 2년에 4만 킬로미터이다.
주요 사양은 ABS, 운전석 및 조수석 에어백, MP3 플레이어, 파워 폴딩 사이드 미러, 안개등, 15인치 알루미늄 휠 정도이다.
현재 7,300km 정도 주행했고 엔진오일은 5,000km에 모빌1( 5W30)으로 바꿨다.
길들이기는 대충 끝났고 이젠 액셀을 밟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까.
외관은 큼지막한 헤드라이트와 리어 해치가 귀엽다.
뒷 유리의 와이퍼는 우천시 뒷 유리에 달라붙는 물방울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준다.
문짝의 사이드 몰딩은 두터우면서도 뒤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형태인데 어차피 앞 뒤 범퍼의 몰딩 높이와 맞지 않을뿐 아니라 이는 차를 더 짧아보이게 하고 어색하다.
차라리 두께를 살짝 얇게 하고 균일하게 맞추거나 바디 컬러로 했다면 어땠을까.
MP3 오디오는 약간은 거친 음색이긴 하지만 아담한 실내를 음악으로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버튼류의 배치는 적당하고 조작 느낌은 특별히 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하지만 Trip computer의 리셋 버튼의 위치가 스티어링 휠 뒤에 가려서 숨어 있고, 계기판 조명의 밝기를 조절할 수없다는 것은 불편했다.
운전대는 텔레스코픽 기능은 없으나 시트 포지션은 편하게 잘 나오며 운전석 시트에는 장거리 운전을 염두에 둔 듯 친절하게도 접이식 팔걸이가 있다.
운전대에서 핸즈프리와 오디오를 통제할 수 있어서 편하긴 했으나 핸즈프리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울리는 현상이 있었고, 운전대에 있는 버튼으로 음량 조절은 가능하지만 통화를 종료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앞유리창에 메모를 꽂아둘 수 있는 투명 플라스틱 홀더가 있고, 전조등이나 미등을 끄지 않고 키를 뽑으면 자동으로 꺼지는 설정, 휴대폰을 핸즈 프리에 연결해 놓은채 시동을 끄면 차임 벨로 알려주는 기능,  리모콘으로 문을 열었을 때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않으면 자동으로 문이 다시 잠기는 것, 운전석 창문 외에 다른 유리창을 여닫지 못하도록 하는 버튼이 있는 것( 간단히 3개 유리창의 전원을 차단하는 듯.), 해치 도어의 무게와 리프터를 잘 조율하여 손쉽게 해치를 여닫을 수 있는 부분은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이밖에 40km/h 이상에서 도어가 자동으로 잠기는 기능도 있다.
이 것도 안전을 위한 배려인데 이왕이면 조금 더 저속에서 잠기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실내등 위치에 썬글래스 수납함도 있다. 하지만 맵( map) 등은 크기와 밝기가 지나친 기분이며 야간 운전하다가 불을 켜면 눈이 부시다.
AUX 단자도 있다. 그러나 외부 네비게이션에 저장된 MP3를 들을 때 rpm과 연관되어 윙~ 소리가 들리는 문제가 있었다. 내 차만의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수납 공간은 상당히 편리하게 잘 되어 있다.
통행 카드도 눈에 보이는 곳에 끼워 넣을 수 있고, 수납 공간도 곳곳에 적당히 있어서 편리하고, 트렁크에도 좌우측 자투리 공간에 칸막이된 작은 박스가 있고 그물을 걸 수 있는 고리도 바닥에 4개가 설치되어 있다..
컵홀더도 작은 것 2개에 큰 것 하나가 있는데 큰 것엔 1.5리터 페트병이 들어간다.
트렁크는 넓지는 않지만 장을 보거나 가방 등 작은 짐을 싣기에 불편함이 없다.
만약 큰 공간을 필요로 한다면 뒷 자리를 접으면 된다.
얼마전에 타이어 4개를 쉽게 옮긴 적이 있다.
현재 뒷자리엔 카시트 2개가 설치되어 있으나 공간이 비좁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실내, 실외에서 엔진음은 상당히 조용하다.
시동 직후 냉간시엔 딸딸 거리는 것이 마치 디젤 차 같지만 일단 예열이 끝나면 정숙해진다.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점화 타이밍이 그만큼 정교하게 조절이 되는 것인지..
4기통이지만 회전감에 연결성이 좋다.
6기통처럼 농밀한 부드러움은 아니지만 가속시나 크루징 시에도 엔진의 진동이 소란스럽지 않고 파워 전달도 부드러운 편이다.
고 rpm에서 파워 증강이 뚜렷하진 않고 실용 영역에 집중된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5000rpm 정도까지는 잘 달려준다.
배기음도 나름 다이나믹하다.
특히 100km/h의 크루징은 기대 이상이었고 장거리 운전에도 피곤함이 덜했다.
풍절음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어서 정숙하다.
사이드 미러도 큼직해서 좋다..
액셀이 민감하고 엔진의 리스폰스도 좋아서 순발력 있는 주행이 가능하며 스티어링도 꽤 정직해서 움직임이 경쾌하다.
자동 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고 킥다운에 잘 반응한다..
한계 주행을 많이 해보진 않았으나 달리면 잘 따라와주고 핸들링도 민첩하다.

195/55/15 타이어는 1.1톤의 차체를 컨트롤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핸들링은 차체가 가볍다는 느낌이 들고 경쾌하며 스티어링이 가볍고 부드럽다.
특이한 점은 좌우 조향을 반복해보면 후륜의 흐름이 조타의 반대 방향으로 빠져주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재규어에서 느끼는 기분과 비슷하다.
타이어의 그립이 약해지면서 슬립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립은 놓지 않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리어의 방향을 흐르게 하여 조타각을 줄여주고 하중의 이동을 부드럽게 하는 기분이다.
좋은 승차감을 제공하는 써스펜션의 성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롤을 적당히 허용하면서도 무게 중심을 크게 흔들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동안 토크 스티어도 특별히 느끼지 못했고 코너링시 조정성이나 안정감도 좋다.
다만 순정 타이어인 금호 솔루스 HP4 plus의 성격이 너무 부드럽고 승차감 지향이라 리스폰스나 고속 핸들링에서 반박자 템포가 늦춰지며 급격한 브레이킹시에 리어가 불안해지는 느낌을 준다.
물론 휠타이어를 업그레이드 하면 좋겠지만 타이어만을 바꾸더라도 더욱 스포티한 성격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브레이킹은 다소 초기 답력이 예민하다.
한계 제동을 더 빨리 해주지만 그 이상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브레이킹은 급격한 하중 이동을 초래하기 때문에 코너링시 급브레이크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테스트 해보지는 않았음.)
액셀의 민감성은 그대로 두더라도 브레이크는 약간 더 트래블을 늘여서 조절이 여유로웠으면 한다.
사이드 브레이크 역시 매우 잘 듣는다.

아직 프라이드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일 수도 있지만, 작년 겨울에 눈이 왔을 때 제동에 의해 바퀴가 쉽게 잠겨서 미끌어지기 쉬웠고 구동력 조정 또한 용이하지 않던 것은 이러한 브레이크와 액셀의 민감한 성격도 이유가 될 것이다.
눈길 조정성은 별로였다.

그리고 급격한 코너링시에 소리도 없이 언더스티어를 내는 타이어...... 너무 정숙한 나머지 미끌어져도 소리를 참는 타이어는 분명히 문제다.
이는 메이커에서 최종적으로 순정 타이어를 선정할 때 성능이나 피드백 보다는 승차감과 정숙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할 수 없을 것처럼 불안하지만 실제론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내는 성격의 차도 있는데, 자동차라면 어떤 세팅이 안전에 바람직한 것인지는 두 번 생각해 볼 여지가 없다.

타이어 공기압은 30psi정도면 승차감과 핸들링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 같다.
포장도로에서 승차감은 빼어나다. 그러나 뒤 써스가 토션빔이라서 그런지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허둥대는 것이 큰 단점이다.
좋지 않은 노면에서 승차감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후륜의 노면 추종성이 좋지 않아 과속 방지턱에서 약간 속도를 내면 뒷 바퀴가 순간 떴다가 딱딱거리면서 호들갑을 떤다.( 점프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고는 비교적 높아서 좀처럼 어디에 닿는 법이 없다.
승차감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은 뒷 바퀴의 토션 빔에서 기인한 것도 있겠으나, 직물 씨트의 쿠션이 너무 딱딱한 것도 지적하고 싶다.
몸무게가 무거운 운전자나 장기 사용시 내구성을 고려해서 그런 쿠션을 넣었는지 모르겠으나, 약간( 10~15%정도)만 더 소프트 했더라면 승차감을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트 직물의 느낌이 거칠고 고급스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색상은 살색 비슷하게 밝아서 쉽게 더러워진다.
비 많이 올 때 문을 잠깐 연 틈에 물이 스며드니 금방 얼룩이 진다.
도어 손잡이 부분도 같은 색상으로 통일감을 주고 고무 코팅을 한 것은 좋았으나 역시 같은 이유로 때를 잘 탄다.
플로어 매트도 마찬가지니 세차를 잘 하지 않는 입장에서 여간 관리가 까다롭게 여겨지는 것이 아니다.
더 어두운 쥐색이나 검정( 콤비)으로 바꾸면 차라리 여러모로 좋지 않았을까.
사용 설명서는 유용한 정보가 많고 설명이 자세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프라이드를 타면서 앞으로 나오는 기아 차들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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