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한지 벌써 열흘이 되었습니다.
(차가 바뀌니 테.드에도 자주 들락거립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비교적 충동구매에 가까웠던 클릭 디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90% 정도 만족합니다.
클릭 디젤을 염두하신 분들을 위해 부족하지만 시승기를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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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장에서 클릭을 처음 본 느낌은 '아~작다!' 였다.
컬러가 검정색인데다 지난 4~5년간 묵직한 SUV만 타던 필자에게 더욱 그렇게 느껴질
법 하다.  

일단 엔진룸부터 살펴보면 1.5박스 형태에 가까운 클릭의 작은 보닛을 들어올리는
느낌은 프라이드보단 마티즈에 가깝다. 작고 가벼운 후드때문일까 CRDi 16V 엠블럼이
선명한 엔진이 꽤나 커보인다. 아무튼 비좁은 엔진룸에 블럭이 큰 엔진을 잘도
얹혀 놓았다.
알루미늄재질의 타이밍체인 커버, 라디에이터, 인터쿨러등이 눈에 들어오고, 빈 공간
없이 엔진룸을 가득 채운 기구들의 배치가 인상적이다. 디젤연료필터가 조향창치
상부 깊은 곳에 위치하여 메인터넌스가 불리해 보이고, 무거운 배터리의 위치
역시 앞차축과 헤드램프 사이 상단에 자리한 것이 좀 맘에 안든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거운 프론트가 불가피해 풀 브레이킹 시 강한 노즈다운이 예상된다.

시동을 걸기위해 운전석에 앉아보자. 4500RPM부터 시작되는 레드존과 글로우 표시등이
디젤 전용모델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클러치와 브레이크페달을 동시에 밟고 시동키를
돌리면 역시나 디젤특유의 나지막한 엔진음이 들려오는데 생각보단 시끄럽진 않다.
아무튼 소음과 편의장비에 둔감한 필자에게 클릭의 그것들은 문제삼고 싶은 부분은
거의 없다.

편의장비 따위에는 별 관심없는 필자이지만 스티어링 휠 감각이나 페달류의 스트로크,
기어레버의 연결감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런면에서 볼 때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은 다행이랄 수 있는 80점 정도를 주고 싶다. 팔에 힘이 들어가긴 하지만
묵직하고 틀림없는 조향감각은 비교적 고속에서도 지속된다. 반면 의외로 무겁고 긴
클러치패달은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했다. 시내구간이나 지체구간에
서는 부드러운 변속이 어려워 더블클러치의 사용을 빈번하게 한다. 큰 엔진때문에
기어박스의 위치가 바뀌었는지 옛 대우차처럼 후진기어가 풀&쉬프트 방식이다.
나름데로 익숙한 형태라서 불편하진 않지만 단절감이 매끄럽지 못하다. 싱크로기어
보호를위해서는 반드시 정차 후에 후진기어를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하겠다.

본격적인 주행은 인천에서 강원도 양양간 영동고속도로와 상행선 6번국도 진고개
구간에서 이루어졌다. 레드존을 넘나드는 다이나믹한 시승은 해보진 않았지만 클릭 디젤
모델의 장단을 느끼기엔 충분한 드라이브였다고 평가한다.

기어의 특성을 정리하자면 우선 1단기어는 너무 짧다. 클릭으로 다른 차량을 견인 할
것도 아닌데 과도하게 높은 기어비는 쉬프트업을 서두르게 한다. 휘발유모델처럼
조작한다면 휠스핀이 일어나기 쉽고 토크전달이 유연하지 않을 것이다.  
부드럽고 빠른 가속을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동작과 타이밍의 2단 및 3단 쉬프트업이
필수다. 2,3속 역시 짧지만 3단은 비교적 유연하여 시내구간에서 오토처럼 구사할 수
있을 듯 하다. 발군의 4단에서 클릭 디젤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사실 기대이상이었다.
직선구간 혹은 고속도로의 평지에서 클릭의 4,5단은 추월등의 이유로 가속을 위한
다운쉬프트의 필요성이 낮다.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는 꾸준한 토크가 추월을
여유롭게하고 적극적인 안전을 도모한다.
그에 맞추어 강해지는 낮은 톤의 엔진음색은 단조롭지만 충분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오르막차로에서 클릭디젤의 재미는 배가되는데 가속 저하없이 꾸준이 등을 떠미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최고속까지 올려보진 않았지만 실용영역대에서 클릭의
달리기성능은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필자에게 매우 익숙한 강릉에서 진고개를 넘어오는 6번국도에서 적정회전수와 그에
알맞는 레코드라인을 타면서 단 한번도 힘이 부치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었는데.
선행하는 신형 SUV들을 별 위험부담없이 추월할 수 있었다. 반면 내리막길에서 클릭의
가속 펀치력은 다소 효율적이지 않다. 경사가 심한곳에서는 2단-4단 SKIP을 해도
될 만큼 시프트업을 서둘러야하고 무거운 프론트 탓에 브레이킹 포인트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악셀오프만으로도 엔진브레이킹효과를 볼수있다는 점이 코너구간에서
힐앤토 없는 빠른 재가속을 선사한다.

고속주행 후 엔진룸의 온도는 엔진주변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내구성에 큰 영향력이 있다
고 볼때, 클릭 디젤의 엔진룸은 너무 덥다. 짧은 오버행과 넓은 윈드실드는 비좁은
엔진룸이 그린하우스 안쪽으로 파고드는 설계가 되었다. 때문에 비교적 선선한 날씨임에도
실내온도가 다소 후끈거리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수온계이지 없이
적색과 녹색의 지시램프만으로 수온을 표현 탓에 엔진의 컨디션을 체크하는게 힘들다.
추가의 계기류 튜닝을 지양하는 필자이지만 품질좋은 수온계이지의 튜닝을 고려하고 있다.
      
부족하나마 정리하자면 아쉬운점들을 10%이내로 가져간다면 우수한 달리기성능
만으로도 그 값어치를 하고 남는 클릭을 대견스럽게 생각할 수 있고, 그 아쉬운
부분들마저 마치 재미있는 숙제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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