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트카는 자동차 메이커의 상상력이 동원된 자동차로 모터쇼의 꽃이라 할수 있습니다.

물론 서울모터쇼처럼 아슬아슬한 복장의 레이싱모델들이 컨셉트카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특이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죠.  

조금 깊이 들어가면 컨셉트카도 세분화됩니다.  때로는 디자인만을 보여주기 위한 쇼카의

경우도 있고 신기술을 담아낸 어드밴스드카도 있으며 이미 양산이 결정된 차를 조금

과감하게 손질하여 컨셉트카로 발표함으로써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이커들은 모터쇼 현장에서 컨셉트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디자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지표의 하나로 삼고있으며 이는 양산차에 응용되어 나타나게 되지요.

예전에는 컨셉트카와 양산차의 구분이 명확하며 양산차의 디자인이 컨셉트카에서 영향을

받는 정도였지만 근래 들어서는 컨셉트카와 거의 다름없는 스타일링으로 마무리된 양산차가

생산라인을 빠져나오는 경우도 적잖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컨셉트카는 양산차 개발로  연결된다 하더라도 실제 시판차와는 큰 차이가 있는

차들입니다.  상상력을 종이위에서 나누고 이를 실물로 구체화한 컨셉트카는 디자인과

기술적측면의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존재로 디자인 프로세스의 한 과정이지요.  

스타일이 거의 바뀌지 않고 양산으로 연결된다 하여도 컨셉트카와 최종 프로토타입은

내용면에서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5월 크라이슬러로부터 양산이 가까와진

프로토타입도 아닌 컨셉트카를 비롯해 스컹크웍스 비클도 시승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이벤트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메일을 받은 날부터 행사일까지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죠.



이번 이벤트에 동원된 컨셉트카는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다지 디몬,

북미오토쇼에서 발표된 지프 트레일호크와 크라이슬러 낫소의 3개 차종이었고

스컹크웍스카는 크라이슬러 세브링 튜너, 헤미 엔진을 얹은 다지 니트로, 지프 랭글러 JT,

그리고 타르가 뉴펀들랜드 캘리버의 4개차종이었습니다.





다지 디몬은 경량 로드스터라는 컨셉트를 상당히 현실성있게 담아낸 차입니다.  

마즈다 미아타부터 시작된 경량 로드스터의 인기는 예전에 비해 수그러든 것은 사실이지만

GM이 폰티액 솔스티스와 새턴 스카이를 출시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는 세그먼트가 되었죠.

다지 디몬은 기교를 한껏 부린 컨셉트카라기보다는 상당히 많은 부품을 기존의 차에서

가져와 상당히 높은 실현가능성을 가진 컨셉트카입니다.  

컨셉트카인 관계로 수납식 지붕은 장착되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구성은 상당히 잘 짜여져

있더군요.  시트와 대시보드, 계기판등의 마무리는 양산을 위한 프로토타입의 최종버전에

가까울만큼의 마무리를 보여주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좌석도 수동식으로 움직이며 스티어링의 무게감이나 각 페달의 탄력도 일반적인 미국

양산차 수준이었습니다.   도어와 보내트의 여닫힘도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172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2.4리터 월드엔진을 차 앞부분에 얹고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구동시키는 다지 디몬은 경량로드스터라는 컨셉트에 아주 충실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주행이 가능한 컨셉트카로 일반 시승처럼 빠르게 달려볼 수는 없었지만

중저속영역에서의 주행감성은 웬만한 양산 로드스터와 다를바 없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크라이슬러는 이런 작은 사이즈의 FR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 않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형 후륜구동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녹록치 않은 입장이기 때문에 양산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컨셉트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아 양산으로 연결되기를 내심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양산형이 아닌 오픈바디의 차체이기 때문에 차체 강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으나 만일 시판모델로 개발된다면 분명히 첫번째로 보강될 부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 위시본, 뒤 멀티링크의 서스펜션은 주어진 시승조건에서는 전혀

불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스티어링의 유격이 조금 있었고 변속레버의 조작감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빼놓고는 기계적인 느낌은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최근의 미국산 승용차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모델은 크라이슬러의 LX 세단 (크라이슬러

300C, 다지 매그넘, 다지 차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라이슬러 낫소 컨셉트는 LX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든 4인승 4도어 쿠페로 사냥을 위한

왜건형인 슈팅브레이크의 스타일링이 기조에 깔려있습니다.  





짧은 앞뒤 오버행과 21인치 휠때문에 사진으로 보이는 비례감은 컴팩트해 보이지만

실물크기는 풀사이즈급이죠.  언뜻 보면 인피니티 FX의 크라이슬러 세단 버전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차안에 앉으면 독특한 디자인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SF영화의 우주선 캡틴시트같은 4개의 버켓시트와 푸른빛이 도는 형광색의 표식이

새겨진 각종 스위치,  굽이치는 듯하면서도 심플한 대시보드등은 컨셉트카에 타고있음을

상기시켜줍니다. 무채색에 가까운 진청색과 크림색, 그리고 메탈그레인이 어울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425마력을 내는 6.1리터 헤미 엔진은 5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구동합니다.  

AT는 버튼으로 조작하며 스티어링휠 뒤쪽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수동모드를 지원하는

것으로 설정되었으나 실제 컨셉트카에서는 패들시프트는 연결되지 않은 상태더군요.

P/R/N/D/M의 버튼식 AT는 레인지를 바꿀때 약간의 반응지체가 있지만 일단 출발한

후에는 자연스러운 변속을 보여줍니다. 스티어링이나 페달의 느낌은 보통이었으나

차체의 공진이 있었고 서스펜션에 유격이 있어 이번에 시승기회가 주어진 컨셉트카

중에서는 가장 양산차와 거리감이 있는 주행성능을 보여주었지만 내외장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쇼카로서의 기능에는 한치의 모자람도 없는 차였습니다.   각종 라이트의

작동뿐만 아니라 파워윈도우까지 오르내리는 것도 작은 놀라움이었죠.






최근들어 라인업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지프가 내놓은 트레일호크는 랭글러의 오프로드

성능과 개방감, 그리고 그랜드체로키의 고급스러움을 하나의 차종에 담아낸 시도의

컨셉트카입니다.  랭글러 언리미티드의 프레임에 215마력을 내는 3.0리터  블루텍

디젤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지프의 강인한 이미지를 잘 살리면서도 적절한

고급성을 가미한 바디를 씌운 지프 트레일호크는 최근 크라이슬러 디자인을 잘

보여주는 비례감과 지프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사가 심한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패널등은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목업이지만

전동시트의 움직임이나 스티어링, 페달류의 조작감성은 양산차와 별로 다를바가 없더군요.

4인승의 실내는 고급스럽게 만들어졌으며 공간도 여유롭습니다. 스티어링휠의 센터패드는

회전하지 않으며 스포크와 림만이 움직이는 것이 시트로엥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동변속기는 최근 벤츠와 BMW에 쓰이는 것과 비슷한 제어방식으로 스티어링 컬럼에

달린 레버와 스위치로 조작합니다.  컨셉트카로 만들어지느라 NVH는 그리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는지 최신예 디젤엔진을 장착했지만 괄괄거리는 엔진음이 실내로

전해지더군요다.   작은 그린하우스와 높은 벨트라인으로 인해 시야는 그리 넓지 않으나

이는 요즘 크라이슬러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례감이기도 합니다.  

트레일호크도 상당히 실현가능성이 높은 컨셉트카의 하나로 양산화될 경우 랭글러와

그랜드체로키의 중간급이면서 체로키 (미국 내수명 리버티)와는 충분히 차별화된 존재로

자리잡을수 있을듯 합니다.




컨셉트카들과 함께 스컹크웍스카들도 참가한 저널리스트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스컹크웍스는 원래 록히드 마틴의 특별부서 이름이죠.  항공기 역사상 최고의 엔지니어중

하나로 평가받는 켈리 존슨이 이끄는 스컹크웍스는  P-38 라이트닝, U-2, SR-71 블랙버드,

F-117 스텔스 전폭기등 혁신적인 항공기를 개발한 곳입니다.  초창기 이 소수정예

연구개발부문은 악취가 나는 화학공장 옆에 연구실을 두고 있었는데 당시 앨 캡이라는

만화가의 작품인 릴 애브너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네요.  릴 애브너에서는 죽은 스컹크와

낡은 구두를 끓여 키카푸 조이쥬스라는 것을 만드는 스콩크웍스 (Skonk Works)라는

옥외양조장이 등장합니다.  캘리 존슨 휘하의 소수정예 연구원들은 악취나는 사무실

환경이 릴 애브너에 나오는 스콩크웍스를 연상시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장난삼아

방독면을 쓰고 출근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날 설계기사인 어브 컬버가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에 “스콩크웍스입니다” 라고 대답했던 것에서 유래가 되어 이 소수정예팀의

연구실은 스콩크웍스라는 별명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1960년 릴 애브너의 판권을 가진 출판사에서 록히드 마틴이 스콩크웍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데 이의를 제기했고 이로 인해 록히드 마틴은 켈리 존슨의 특수부서를

스컹크웍스라 개명하고 이를 상표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스컹크웍스는 ‘컴퓨터나 항공우주 산업에서 비밀리에 혁신적 설계나 제조를 하는

실험부문, 연구소, 또는 프로젝트’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되어 일반명사화 되었습니다.

자동차회사중에서도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작으로 이런 스컹크웍스같은 소수정예팀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 있지요.  VW 골프 GTI(초대모델)나 재규어 XJ-220같은 차들도

회사에서 입안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원들에 의해

진행되었다가 추후에 중역진에게 알려지고 타당성을 인정받아 승인이 된 경우입니다.

이번 이벤트에 동원된 스컹크웍스카들은 크라이슬러에서차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임직원들이 양산차를 바탕으로 만든 특이한 차들이지요.




5.7리터 헤미 엔진을 얹은 다지 니트로, 랠리카로 꾸며진 타르가 뉴펀들랜드 캘리버,

크라이슬러 세브링 튜너와 함께 지프 랭글러 JT의 시승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끈 차는 지프 랭글러 JT 였습니다.  JT는 Jeep Truck의 이니셜로

랭글러를 바탕으로 만든 픽업입니다.  지프는 CJ-8 스크램블러와 체로키 베이스의 코만치

이후로 픽업트럭을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JT는 CJ-7을 바탕으로 만들었던 스크램블러의

JK 플랫폼 버전이라 볼 수 있는 차종이지요.   지프는 1997년 TJ 랭글러 출하당시 4도어

랭글러인 다카르 컨셉트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4도어 랭글러는 TJ형에서는 컨셉트로

끝났지만 신모델인 JK에서 양산화되며 공급이 부족할만큼 큰 인기를 끌고있죠.







랭글러 JT는 단순히 한번 만들어보고 끝나기에는 아까울만큼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차라고 생각됩니다.  최근들어 라인업 확장이 두드러지는 지프이지만 크라이슬러가

당면한 문제 때문에 새로운 차종을 더하기에 그리 쉽지는 않은 입장일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랭글러 픽업같은 경우는 연구개발 및 생산에 소요되는 추가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만들수 있으면서도 톰새를 파고드는데 충분한 차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서는 크라이슬러의 장래에 대해 섣불리 예견하기 어렵습니다만 화려한 재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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