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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음악을 들려주고, 일반인과 음악가의 좌뇌와 우뇌 활동상황을 모니터링 해보면,
일반인은 우뇌가 활발히 작동하고, 음악가는 좌뇌가 활발해집니다.
일반인은 감성적으로 음악을 듣고, 음악가는 분석적으로 듣는 것이죠.
여기서 전문가는, 연주자의 의도와 능력을 인정하게 되면 비로소 감동하게 됩니다.
오디오에 깊이 빠진 매니아의 얘기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음악을 좋아하다.. 더 효과적으로 음악을 즐기기 위해 더욱 좋은 음질을 추구하게 되고,
기기를 업그레이드 하다보면, 어느 사이 음악이 아니라 사운드를 더 주의깊게 듣게 됩니다.
음악의 총체적인 가락이나, 가사.. 연주를 즐기는게 아니라 원하는 음향이 나오는지에 집중하는거죠.
자동차는 어떨까요..
전문가에 가까울수록 분석적으로 차를 대하겠지만, 일반의 경우는 이른 바,
호불호가 크게 갈려, 특정차에 꽂히거나.. 혐오하게도 됩니다.
고정관념이나 자신이 원하는 매력포인트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이죠.
차를 즐기는 방법에 따라 이러한 기준점에서 차이가 생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취향과 선호도 기준에 맞게 세팅된 차를 소유해 즐기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타협해 좋은점을 취하고 나머지 부분은 자신의 성향에 맞춰 튠 해서
타는걸 즐기기도 하고, 그 차의 개발자를 존중해 자신의 스타일(운전등)을 바꾸어
융화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는 좋은 차일 확률이 높습니다.
각 브랜드 마다 빠른차를 이미지 리더로 내세워 메이커를 어필하는 건 당연히,
그 메이커의 기술력을 대변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일 듯 한데요..
'빠른 차' 가 있으려면, 출력성능과 내구성..과학적인 완성도 등 기술력의 궁극적인
정점에 더 가까워야 하기 때문에, 메카니즘 측면에서 한결 더 발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빠른 차, 빠른 드라이버.. 속주하는 기타리스트, 빠른 랩을 소화하는 가수?
말을 빠르게 하는 사람, 빠르게 그리는 화가.. 빠른 축구선수, 스키어나 스케이터..
움직이는 모든 빠른것들은, 그에 비례하여 '감동의 폭'도 클까요..?
속도의 미학을 요구하는 모든 분야에서는 물론, 단지 최고로 빠른게 어느정도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감동하게 만드는 건 아마도 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큰 가치임이 분명할겁니다.
때로는 빠르다는게 감동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을 차지하진 못합니다.
모든 감동은 '공감'에서 시작 되는데, 공감을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빠른것만 추구하다 보면, 이러한 공감의 코드를 놓칠 수 있게 되겠죠.
나가수에서 큰 감동을 주었던 임재범의 노래는, 고음이나 절정에서 음이탈이 일어나기도 하고..
이로 인한 진정성과 호소력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잘부르는 가수보다 훨씬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위대한 기타연주가의 손가락 움직임은 스트링이 흔들리는 순간 감동을 주기도 하고,
인상파 화가의 거친 붓터치에서 감동을 느끼게도 됩니다.
그 외에도 어떤 대상에 매료되기 위해선, 차분히 바라봤을때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필요한데..
그걸 발견하기 위해선 여유있게 바라보는 시간성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완벽함이란 어찌보면, 미완의 미학을 내포하고 있을때 더욱 매력적일텐데..
기계공학의 결정체이자 삶의 감성을 반영한 자동차는, 하나의 종합 예술품이라 볼 때
분석적인 평가의 대상으로서와 감성적인 대상으로서의 어느 부분 쯤에서 그 매력포인트를
찾는 것이, 소중한 관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우리가 차를 바라보고 즐기는데 있어,
지나치게 좌뇌만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우뇌만 사용하는게 아닌지 돌아보게도 됩니다.
깜장독수리..

어제 외근다녀오다 일부러 북악스카이웨이로 도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초입에서 뚜껑을 열고 얼마전에 있었다던 R8 GT처럼.. 마인드콘트롤을 한 다음 달렸는데
16년이나 된 제 엘란이 .R8부럽지 않을 정도의감성적 만족도를 주더군요 ^^
감성이 중요한 겁니다 .. 수치, 스펙이게 현실이긴 하지만
차와 나 사이엔 그거보다 먼저 둘 사이의 교감이 중요한거죠 머
결국엔 자기 만족이니까요

전에 오디오 좋아할때가 생각납니다.....
음악 자체보다는 어떤 소리를 어떻게 내주는지가 더 중요했죠....^^
근데...모 그거 자체도...나름 의미가 있었던거 같아요....소리자체에서 감동을....ㅋ

테크닉적으로 완벽한 연주는 피나는 연습만 뒤따르면 많은 사람이 가능하지만 정말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표현의 전달이지요. 인생의 경험에서 나오는 깊은 감정의 표현...
그래서 독일 자동차가 엔지니어링적으로 뛰어나도 이탈리아 자동차가 더 인정받는 것 아닐까요?..^^


좋은 말씀이고 공감합니다
그런데 전 저의 젠쿱이 지금보다 가속이 더 빨랐으면 좋겠는 걸 보니
아직 철없는 일반인인가봅니다 ㅎㅎ

아직 많은 차량들을 접해보진 못했지만 우선적으로 제가 클릭을 타고 있는 이유로,
다른 차를 탔을 때 클릭에서 느끼던 경쾌한 맛을 느낄 수가 없는 스포츠카들이 몇 있었기 때문에
많이 공감가는 글입니다.
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내가 생각한대로 움직여주고 움직임도 경쾌하고... 등등을 느끼다보니
정말 중요한 것은 빠르기가 아니라 운전재미이구나...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좋아하는 차의 기준도 단순히 빠른차가 아닌, 운전자와 교감할 수 있는 즐거운 차로 바뀌더라구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편안하고 둔한 세단을 또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목적과 장점이 있으니 그걸 즐기게 되더라구요)

똑같은 사람이지만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듯이, 같은 차 하나를 놓고도 평가하는 기준이나 만족을 느끼는 범주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한 때 차의 미세한 반응들을 살피며 무언가를 기록해보려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함을 느끼며 '외관 청결 유지'가 최우선이 되어버렸습니다. 익렬님은 최근 모든 것에 중도의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시는 듯? ㅎㅎㅎ

미세한 움직임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거든요.
타이어 그립의 한계상황(스퀼음이 날카롭게 울리는)을 달리는 상태를 기준으로 보면,
그 이전의 퍼포먼스가 별 의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좋고 나쁜차도 없어지고..
일상영역의 공감영역은 너무 넓어서.. 주로 그안에서 차를 판단하게 되는 듯.
이를테면 포르쉐로 서킷을 달리면서, 전반적인 운동성을 가만히..느껴보면..
이렇게저렇게 세팅하면 이런느낌을 낼 수 있겠구나.. 란 생각이 들면서,
별 좋다는 생각이 안드는거죠. 결론은..세상에 좋은차는 없다.
세상엔 나쁜차도 없다..는 생각이. ㅋㅋ
어디가서 줘터지진 않는 출력, 아가씨 앞에서 창문 찍 내려도 안 꿀리는 비쥬얼,
쾌적한 실내공간(뒤는 최악ㅋ), 그에 반해 매우 합리적인 가격.
적정선에서 타협할 줄 아는 제 자신이 참 기특합니다. ㅎㅎㅎ
저도 매니악하지만 결국은 일반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