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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재욱입니다.

테드에는 대략 분기마다 한 번씩 근황 보고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

최근에는 짬짬이 기사를 쓰면서 학업까지 병행하고 있어 포스팅을 위해 진득하게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변명을 올려봅니다 ㅎㅎ


7월 하순경에 한 번, 그간의 차량 셋업에 대해서 정보공유 차 글을 올린 적 있었습니다.

그 뒤로 여름을 지내고 가을을 맞이하면서, 슬슬 가을 시즌의 어택을 위한 준비와 월동 준비를 병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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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은 그간 사용해 온 캐스트롤 엣지 프로페셔널이 쎄타 T-GDi 엔진의 열을 충분히 받아주지 못하는 점을 확인해 모빌1 0w40으로 교체했습니다. 모빌1은 140도에 육박할 정도로 오일온이 올라도 점도가 깨지지 않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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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동안 순정 사계절 타이어를 쓰다가 다시 쟁여뒀던 R-S3를 끼우기 위해 큰맘먹고 휠도 구입했지요. 타입-C st. 휠인데, 스포크도 굵직하고 꽤나 스타일이 잘 어울렸습니다. 8J +40 옵셋으로, 순정(7.5J +48)대비 옵셋도 개선이 됐고요.


그리고 동시에 차를 가져온 뒤로 거의 처음으로 해준 편의사양 개선! 페이스리프트 이전 YF 쏘나타는 풀옵션에서도 그립부분은 우레탄, 상하단은 가죽으로 덮인 황당한 스티어링 휠이 탑재됐습니다. 북미 수출을 위해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차체에 내장돼 있었지만, YF 출시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크루즈 컨트롤은 보편적인 옵션이 아니었기에 버튼이 없어 크루즈 컨트롤을 못 쓰는 점도 불만이었죠.


13년에 브릴리언트가 나오면서 스티어링 휠이 개선됐고, 그것을 이식하기로 합니다. 클럭 스프링과 스티어링 휠 어셈블리만 교체하면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살아나고, 재질도 전체가 연질 가죽으로 바뀌어 체감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게다가 슬슬 날씨가 쌀쌀해지는데 열선 기능까지 추가됐죠. 부품값이 20만 원 정도 했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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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과 10월 초에 서킷도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국산 중형세단으로 서킷타는 사람은 정말 흔치 않더군요. 종종 K5 터보같은 T-GDi 친구(?)분들을 뵙긴 합니다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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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킷 주행을 위해 레이싱 패드를 구했습니다. 지난 여름 주행 때 스탑텍 패드의 페이드가 많이 아쉬웠는데, 레이싱 패드를 사용하면서 페이드에서는 자유로워졌죠. 또 범퍼 레일에 많이 가려지던 미션오일쿨러 위치도 수정했고요. 미션온을 완전히 잡지는 못했지만 오르는 시간은 늦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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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이런저런 업그레이드도 효과가 있었고, 특히나 기온이 많이 낮아져서 터보차에게도 많이 도움이 됐는지, 레코드는 2분 5초 28까지 단축에 성공했습니다. 아직 고출력인 애마를 완벽히 다루지 못하는데다 주행라인도 개선의 여지가 많아 충분히 더 단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고요.






그리고... 사고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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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미숙과 근거없는 자신감, 그리고 으레 그렇듯이 여러 "하필이면 그때"들의 조합으로 스핀 사고를 겪게 됐습니다. 제 탓밖에 할 것이 없지만 천만 다행히도 인사사고 없이 단독사고로 마무리됐습니다.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에어백도 잘 전개돼 안전벨트에 쓸린 상처 외에는 멍 하나 들지 않았네요.


A필러 앞부분 휀더 부근이 가로수에 부딪치면서 본의아니게 사이드 폴 크래쉬 테스트를 했고, 프레임과 하체의 충격이 심해 눈물을 머금고 폐차 절차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직접 번 돈으로 처음 맞이한 애마였던 만큼 견인차에 실려갈 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평생 함께하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헤어질 줄은 몰랐기에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라구요. 마지막까지 저를 안전하게 지켜줘서 고맙기도 하고요. 왠 청승인가 싶겠지만 다음날 짐을 챙기러 사업소에 가서 또 울고, 집에 와서 자다가도 울고... 여자친구랑 헤어졌을 때보다 훨씬 많이 운 것 같네요 ㅎㅎ; 민망하지만 차를 사랑하는 회원님들은 공감해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보상절차가 이뤄지는 동안, 향후 계획을 여러가지로 구상해 봤습니다. 언제나 실용적인 차에 대한 동경이 컸기에 아예 카니발같은 미니밴을 사는 것도 생각해보고, 전륜세단 끝장을 보자며 K7 3.5같은 것도 생각해보고... 물론 결론은 "당분간 자숙"으로 났지만요. 만약 차가 없는 상태라면 멘붕이었겠지만, EF S는 여전히 잘 있었기에 한동안 얌전히 생활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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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사실 서킷도 한 번 다녀왔지만요 ㅋㅋ





그러던 도중, 뜻밖의 차와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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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E39 540i 북미형.

테드 회원이시기도 한 전형욱님께서 북미에서부터 10년 넘게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너무나 깔끔하게 관리하신 이 차를 좋은 조건에 데려오게 됐습니다. YF 터보도 과분했는데, 더더욱 과분한 차라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차를 데려온 지 2주가 조금 안 됐는데, 아직도 조금 얼떨떨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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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극히 희소한 카슈미르베이지 메탈릭 바디컬러와 샌드베이지 인테리어, M 패럴렐 정품 휠과 아이박 서스펜션, 아이젠만 배기 시스템 등 모든게 완벽에 가깝게 세팅돼 있는 상태입니다. BMW 센터에서 근무중인 지인이나 올드 비머를 많이 만져본 분들도, 이 정도로 상태 좋은 E39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흠잡을 곳이 없는 상태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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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봉인모드에 들어간 EF S와는 공교롭게도 98년식 쌍둥이입니다. 어쩌다보니 차령 17년의 형제를 안고 가고 있습니다만 ㅎㅎ 업무 상 최신 차들은 이것저것 많이 타보는데, 국산차와 독일차가 최근에는 그 격차가 많이 좁혀졌습니다만 98년 당시에는 그 간극이 얼마나 크게 느껴졌을 지 540i를 타면서 새삼 와 닿습니다.


20세기 마지막 BMW의 손맛과 우렁찬 V8 사운드, 대배기량 자연흡기의 묵직한 펀치력까지 모두 떠올라 좀처럼 잠을 못 이룰 정도입니다 ㅋㅋ 이 자리를 빌어 전형욱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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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i는 인계받은 뒤로 문제가 있었던 디퍼렌셜 수리를 마치고 이제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았습니다. 지나간 추억을 돌아보는 것도 분명 값지지만, 새로운 만남 또한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겠죠. 세 번째 애마와는 어떤 멋진 추억을 쌓게 될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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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우연히도 540i의 이전등록신고를 마친 날, 구청을 나서는데 보험사에서 YF 터보의 폐차절차가 완료됐다며 문자가 오더군요. 새 차를 들여올 생각에 신났다가 또 문득 뭉클해지며 이 작은 우연에 의미부여를 하게 됩니다.


자동차는 물건이지만 사람과 함께 달리면서 교감하고, 어딘가로 떠나면서 추억을 공유하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혹자는 "길 위의 자동차 댓수만큼의 드라마가 있다"고 말했는데, 떠난 차들에게도 모두 소중한 이야기들이 있겠지요. 앞으로 평생 몇 대의 차를 더 탈지는 모르지만, YF 터보 또한 잊지 못할 차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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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앞으로 더욱 안전에 유의하며 즐거운 이야기들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드라이브 모임에서든 어디서든 인사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날씨도 쌀쌀하고 감기도 돈다는데, 모든 회원님들 안전운전하시고 건강도 잘 챙기시길 기원합니다!



EF S & 54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