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사람이란게 간사한 동물이 맞긴 맞나 봅니다. 첫 날은 '운전은 힘든 것', 둘째 날은 '운전은 위험한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마지막 날은 '운전은 역시 재미있는 것!!!!' 으로 귀결되니 말이죠.^^ 오늘 하루는 2시간의 강의 시간 이외에는 모두 오픈 랩 세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너무 짧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상급 레이싱 스쿨에 다시 오고 싶은데.. 시간적인 면이나 금전적인 면이 받쳐줄지는 생각해 봐야될 문제죠..

 

암튼!!! 마지막 날 강의는 오전 1시간은 추월에 관한 강의였고.. 오후 1시간은 레이스 스타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추월에 관한 강의 중 재미있었던 것은 draft passing에 관한 내용 이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앞 차 뒤쪽에 바짝 붙어 주행하는 드래프팅.. 실제로나 오락에서나 많은 분들께서 해보셨을 것으로 압니다. 실제로 경주에서 드래프트의 중요성이 크죠.. 또 여기서 제가 몰랐던 몇 가지 사실들이 나오더군요. (현역 레이스 드라이버들이라 피드백 수준도 대단하지만 강의 내용도 신선하더군요.)

1.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의 뒷 쪽에 형성되는 "pocket"은 차 1대 반 - 2대 정도의 길이이고.. 이 포켓 안으로 진입하면 진공 청소기로 빨려들어가듯 앞 차의 뒷 꽁무니로 쭈욱 빨려 들어간다. 따라서 진입 시 가속페달 조절을 잘 하지 않으면 앞 차와 추돌할 위험이 크다.

2. 후속 차량 역시 드래프트로 인해 손해보는 것이 몇가지 있다. a: 공기의 유입이 적어지므로 엔진 출력 저하. b: 냉각 효과 저하로 인한 과열의 위험 c: 다운포스의 현저한 감소로 인한 코너링 능력 저하 등등..

3. 앞 차에게 좋은 일을 해줄 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앞 차 뒤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감소시켜 주므로 앞 차의 속도가 얼마간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약점이 있기 때문에 드래프트가 중요한 기술이지만 만능은 아니랍니다. 모든 것은 타이밍!

 

그 외에도 재미있는 얘기가 많았지만 각설하고..

마지막날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7-8 랩을 쉬지 않고 달리는 세션을 하는 것이지요.. 그것도 오전/오후 3세션씩이나~

특히, 오전 세션은 추월 구간에서 포인트 바이를 받아야 추월이 가능했지만, 그 이후에는 포인트 바이 없이 추월이 가능해져서.. 아주 재미있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오전 마지막 세션 중에는 제 차에 비디오 카메라를 달아서 랩핑 장면을 녹화해 놓았는데, 나중에 (2-3 주 후?) 파일을 전달받으면 한 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트럭터들이 라인도 좋고 아주 잘달렸다고 했으니 (초짜인걸 감안한 표현이었겠지만요), 라구나 세카에 미아타 정도의 차를 가지고 드라이빙 이벤트가시는 다른 초보분들에게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레이싱 스쿨을 끝내 놓고 몇 가지 느낀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브레이크에 관한 것이 가장 큽니다. 지금까지 알고있던 브레이크는 그저 정지하기 위한 장치였고, 거기에서 약간 더 나아가 차량 하중 이동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느낀 것은 제가 생각하던 하중 이동의 범위를 벗어나 차의 균형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수단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코크스크루를 벗어나 9번 코너에 진입 시 밟는 브레이크는 속도 감소의 목적이 아닌 코크스크루 이후 차의 상하좌우 움직임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장치였습니다. 트레일 브레이킹에서 이어지는 차체의 회전 역시 저에게는 너무 새로웠고요. 그리고 균형 유지의 관점에서 가속페달의 중요성도 많이 느꼈습니다.

 

"운전의 즐거움"의 특면에서 다운쉬프트에 대한 환상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은 아직 제가 한계상황에서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도 합니다만..

라구나 세카에서 미아타 스펙 레이서는 3단과 4단만 사용합니다. (그것도 쉬프트다운은 1랩 당 5번 밖에 안합니다) 제 생각에는 아무리 아무리 빡세게 달려도 5단은 프론트 스트레이트에서 들어갈까 말까 할 것 같습니다. 반면 같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포뮬러카는 2단에서 5단까지 사용하지요. 첫 날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그것때문에 조금 섭섭했습니다. 기껏 돈 내고 배우러왔는데 다운쉬프트도 별로 안하니까 연습할 시간이 많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차에 익숙해지고 점점 빨리 달리게되니, 다운쉬프트보다는 트랙의 '리듬'에서 점차 더 큰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6번 코너를 지나서 부터 7-8-8a-9-10-11번 코너에 이르는 구간에서는 정말 "춤을 춘다"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경쾌하게 좌우로 리듬있게 헤쳐나갑니다. 저의 다운쉬프트는 그 리듬에 맞춰주기에는 아직 좀 부족한 것 같네요  (그래도 다행히 그 구간에서의 다운쉬프트는 7-8 사이에서 한 번, 마지막 11번에서 한 번 밖에 없었어서 나름 괜찮았네요). 그러나, 나중에 완벽한 다운쉬프트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트랙의 리듬에서 언제나 달리기의 즐거움을 계속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해보면 레이스 상황에서 다운쉬프트는 완벽한 회전수 매칭은 아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그거에 신경 쓸 정신이 있으면 브레이크 힘 조절에 더 신경 쓸랍니다.

 

라구나 세카에 대한 인상은.. 코크스크루가 워낙 유명해서 트랙의 다른 장점이 많이 가려있는 듯 합니다. 코너의 재미 측면에서 보면 8-8a 코크스크루보다 안드레티 헤어핀이나 6번, 9번 코너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앞서 말한 경쾌한 리듬감도 빼 놓을 수 없네요.

 

이제 꿈같은 3일간의 레이싱 스쿨이 끝나고 이제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가게 되었군요. 프로그램을 모두 끝내고 보니 내가 아직 초보이구나 하고 팍 느꼈던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녁때마다 왼팔뚝 근육이 쑤시도록 아픈 것이었지요. 얼마나 힘을 줬으면... The Art of Racing in the Rain에서 Enzo가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레이싱 중에 팔과 손은 긴장됨이 없이 자연스러운 상태여야 한다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가끔은 다시 생겨서 팔뚝에 힘을 푸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미아타 보다도 더 재미있는 것이 바로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이 밴을 얻어 타고 트랙을 공략하는 것. 이 밴을 타보면.. 차의 성능보다 운전자의 기량이 얼마나 더 중요한가를 담박에 알 수 있게 된다. 밴아.. 너는 행운아다.

 

운전은 집중! 끝나고는 릴렉스~

 

믿음직스럽게 생긴 롤케이지.

 

스킵바버 레이싱 스쿨의 미캐닉인 에이브. 스킵바버 레이싱 스쿨에서 오래 근무하고 있는 미캐닉들은 반드시 이 스쿨을 이수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공짜로.

 

포뮬러 드라이버 지망생인 Shawn. 헬멧이랑 레이싱수트 부터가 남다르지 않은가?

 

코크스크루를 공략 중인 에이브군.

 

8a 코너(흰 차가 위치한 코너)에 있는 에이펙스 파일런이 보이는가? 코너의 경사가 워낙 급해서, 운전석에서는 저 파일런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와서 저 곳에 파일런이 있는지 처음 알았을 정도로 코크스크루의 경사는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