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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생긴 김동욱 입니다. ^^

저는 5년제 건축학 전공 학부생으로, 군대와 뻘짓 기간을 합하여 9년째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어갈 제 글은 저희 학교에 국한된 이야기임을 말씀드립니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클라스의 소개를 간단히 드립니다.

모두 건축설계 전공으로써 00학번(30세)부터 06학번(24세)까지의 연령층이 섞여 있고,

남학생 셋, 여학생 여섯이 한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 반으로 나뉘어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성적은 저희 반이 나은 편입니다.

부러워 하실 건 없습니다. 그저 머리 긴 공대생일 뿐입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저를 포함한 셋이서 한 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저보다 나이가 한 살씩 많아 현재 서른인 상태(?)입니다.

저는 이 나이에 개바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네요.

나름 유학파 출신들에 서반아어와 영어로 대화를 할 정도이지만(학구파는 아님)

돈, 여자에 지대한 관심 뿐이며 자동차엔 집착하지 않습니다.

 

건축설계에서는 적절한 간격의 모듈이 형성되고, 그 기둥을 피하거나 포함하여 공간이 형성됩니다.

물론 기둥이 존재하지 않는 건축도 가능은 합니다. 쉽게 돔 형태나 내력벽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주차장을 설계하다 보면 이 기둥들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보차분리 등의 동선을 분석하여 설정한 진출입구 및 모든 걸 바꿔야 하는 사태도 생기게 됩니다.

또한 건축규모에 따라 주차대수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최근 지어진 다세대 주택에 사시는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안쪽에 먼저 주차하면 이중, 삼중으로 필로티 아래가 입주자들의 차들로 가로막히죠.

그렇게라도 주차대수를 맞추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주차문제를 발생시킬 뿐, 안타까운 주차난 대책으로 봅니다.

 

건축법규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차량 통로의 폭은 6.0(m), 주차라인 사이즈는 2.3x5.0(m) 입니다.

장애인 차량은 3.3x5.0(m)이며 이 모든 건 최소 기준입니다.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차량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이 기준들이 강화되었으며,

권장 사이즈에 준하면 혜택도 따르게 됩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여 충족시키는 것이 저희가 하는 베이스 작업입니다.

 

재작년에 있었던 쇼킹한 일입니다.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교수께 크리티크를 받던 중 희한한 도면을 보게 됩니다.

룸메이트 형의 뺀찌(죄송^^)먹은 주차장 도면이었습니다.

우선 차가 오르내리기 불가능한 램프 길이. 레벨에 따른 계산을 하니 60도에 가까운 경사입니다.

그 다음, 벽에 붙은 주차라인들. 모두 잘 아시겠지만 말도 안 되는 억지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반듯하게 세우는 것도 불가능하고, 나올 땐 뒤로 나와야 합니다. (처음부터 뒤로 들어가거나)

제가 얼핏 보기에도 전체적으로 한 층은 더 파야 해결되는 평면 상태였습니다.

니 돈 아니라고 공사비 무시하냐는 둥, 계속 파대면 용암 나온다는 둥 욕먹기 딱 좋습니다.

이럴 경우 저희는 죽탱이(한 번 더 죄송^^) 한 대 맞고 시작합니다.

며칠 후 해결됐는지 물어보니 1층의 녹지를 포기하고 기계식 주차장을 박아 놨더군요. 허걱..

 

이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운전면허가 없던 것입니다.

당연히 운전대를 잡아본 적도 없었고, 전혀 감을 잡을리 만무했겠죠.

자기 생각대로 합리화 시킨 부분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탑퍼 위치를 뒷 라인에 걸쳐 놓은 걸 보니 차량 전장에 대한 개념도 없어 보였습니다.

솔직히 상식선에서 충분히 해결되고도 남았어야 마땅..

 

저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간을 상상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인데요.

아무리 이론상 빠삭하더라도 경험 없이는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도 꼴에 운전경력 좀 있다고 원형램프를 제안하며 솔루션을 던져 주었습니다.

후배한테 한 번 쪽팔리니 자극이 되었는지 결국 작년에 면허 '축' 취득!

또 다른 룸메이트 형도 그제서야 덩달아 면허를 땄구요.

(차는 아직 없고, 아까 둘이서 자전거 타고 정동진 갔음 ㅋ)

 

일화에 불과, 여학생들에게선 더 극한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프로젝트 지하주차장 도면을 그대로 가져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면허의 필요성이 더욱 떨어지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5학년 총 20명 중, 5~6명 가량 장롱면허를 보유합니다. 술독에 빠져 사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 학교가 좀 심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학교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사람들이 설계한 주차장에선 컴플레인이 없을 수 없는 것이죠.

꼭 면허가 있고 운전경험이 풍부해야 주차장 설계를 잘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저 상식적으로는 제 생각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적어도 상식적으로는..

 

제가 테드에서 퍼포먼스와 테크닉에 관한 글에 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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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제 여자친구 회사 지하주차장이 정말 가관입니다.

레전드..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여러분에겐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희도 직접적 관련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사례를 찾으려 하니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을 뿐더러,

건축과 운전이 그나마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건축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Soul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