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88대로 공항에서 강남 방향으로 크루즈 기능을 사용하여 3차선에서 시속 80km로 정속주행 중이었다. 날씨도 시원해서 공간이 있는 갓길에서 차를 세워 탑을 오픈하고 달릴 까 생각 중이었다. 양화대교를 지나 여의도 부근에 도달했을 쯤, 뒤에서 HID의 무리가 룸미러를 통해 나의 눈과 신경을 자극했다.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가 각각의 차선을 점령하고 빠르게 다가왔다.
 
순간 왼쪽 창을 통해 보이는 건 검정색 페라리 마라넬로? 그리고 사이드 미러로 빨간색 F355가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또 한 대는 헤드라이트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 뒤로 바짝 붙어 있었고 오른쪽에서는 블로우오프 밸브 소리가 들리며 바디킷을 두른 수프라가 눈에 들어 왔다. 일단 빨라진 맥박수를 진정시키고 분위기를 파악했다.
 
내가 운전하고 있는 차를 보는 건지? 아니면 달리기 위해 잠시 서행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충 페라리 2대, 풀 튜닝된 스카이라인 2대(R34, R33?), 수프라1대였던 거 같다.
 
잠시 후 페라리가 고음을 내며 튀어나가고 뒤이어 스카이라인들도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나도 이미 본능적으로 크루즈 버튼을 끄고 기어를 운전석 쪽으로 두 번 쳐서 3단으로 고정시킨 후였다. 겨우 일주일동안 타는 기회를 얻어 운전하는 마지막 날이었지만 어느 정도 이 차에 적응이 되어 있었다. 뒤에서는 시속100km 가 되면 자동으로 나오는 스포일러가 이미 치솟아 있었다. 
 
괜히 지나가는 수퍼카 일행에 끼어 들어 심기를 건드리기는 싫었고 예의가 아니 였지만 이미 나의 오른발은 악셀을 꾹 누르고 있었다. 몇 번 차선을 바꾸고 따라갔나 싶더니 여의도 63부근 전 과속 카메라 앞에서 모두들 시속 80km로 서행을 한다. 지나자마자 다시 풀 가속. 중간 중간에 틈을 찾지 못한 차들을 지나간 것인지 어느 새 그 일행의 중간쯤에 끼여 있었다.
 
칼질을 하면서 뒤에서 차가 치고 나올 것을 신경 쓰기는 처음이었다. 뒤가 더 넓은 타이어 세팅과 균형잡힌 바디, 그리고 전자안정장치들을 믿고 따라갔다. 이미 저 멀리 달아난 페라리 마라넬로의 다운쉬프트 엔진음과 뒤에서 바짝 붙어 있는 스카이라인들의 배기음뿐이다.
 
오른쪽으로 수산시장을 지나면서 바퀴의 길을 따라 움푹 파인 안 좋은 도로 때문에 차선을 바꾸면서 차가 위아래로 바운싱할 때나 앞의 차들이 길이 막아 풀브레이킹으로 멈출 때는 앞에 있는 순정 18인치 40시리즈(7.5J)와 뒤 19인치(9.0J) 35시리즈 타이어가 노면을 타면서 차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순간적으로 ABS가 작동하고 TCS 의 불이 들어와 아찔하기도 하였다.

한강철교를 지나면서 2차선씩 갈라지면서 모두들 왼쪽의 1,2차선을 탔다.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좁아져 추월의 공간이 줄어들면서 다시 일렬로 주행한다. 잠시 후 틈이 보이면서 차들은 치고 나간다. 수동도 아닌 오토차의 +/- 기능인지라 변속이 팍팍 몸에 와 닿지가 않아 차라리 D 에다 놓고 운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느새 동작대교에 가까워지면서 가운데 분리대가 끝날 때쯤 내 앞에 있던 빨간색 F355 가 오른쪽으로 치고 나갈 기세였고 본능적으로 따라갔다. 다른 일행은 왼쪽 1,2차선을 유지하다 다른 차들 통행에 막힌 거 같았고 F355 와 나는 3,4 차선으로 치고 나갔다. 아니 다시 말하면 F355가 만든 길을 힘들게 거리를 유지하고 따라갔다.
 
F355가 쉬엄쉬엄? 달렸겠지만 내가 운전하고 있는 넘도 벤츠의 V6 3.2L SOHC 18밸브 엔진에서 나오는 31.6kgm의 최대토크빨로 시속 180km 근방 까지는 리니어하게 뻗어 나갔다. 4개의 차선이 합류되는 반포대교전 나는 어느새 4차선에서 1차선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88의 제한속도 시속 80km... 다른 차들은 그냥 서있고 난 시속 100km 로 달리는 기분이다...
 
추월했던 어떤 차는 놀랐는지 우리에게 하이빔을 켜댔지만 (미안합니다!) 내가 하이빔을 맞을 때쯤은 이미 차선을 바꾼 후였다. 따라가기 바쁜 나의 눈에는 F355 의 널찍한 꽁지와 귀로는 88대로 전체로 울려 퍼지고 있는 F355의 고음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반포대교 지하차도를 지나면서 F355가 지나갔던 틈이 막혀 풀브레이킹으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몇 초후에 뒤로 다른 차들이 바짝 붙었다. 그 수퍼카 일행들은 한남대교 전에 경부고속도로로 빠졌고 나 역시 가려던 길이었다. 한남대교부터 반포IC 까지 도로 확장 공사로 2차선 밖에 없어 차들의 흐름에 맞춰 서행한다. 난 2차선으로 빠졌고 그 일행들은 1처선에 나란히...
 
느리다 싶을 정도로 서행을 하면서 앞에 차들의 흐름이 줄어들었고 순간 반포 IC를 지나면서 3차선으로 넓어진다. 난 3차선, 2차선에는 F355, 1차선에 다른 페라리...
 
잠시 정적이 흐른 후...     

1차선에 있던 페라리가 먼저 튀어 나갔고 2차선에 페라리 그리고 뒤를 이은 스카이라인, 수프라 들이 내달리기 시작했고 나도 그들의 일행이 모두 출발? 한 후, 제일 마지막으로 달리던 스카이라인을 따라 갔다. 스카이라인의 넓은 뒤 타이어가 고속도로 위에 있던 모든 작은 모래들을 뒤로 던지는지 "타타닥" 하며 앞부분에 잔돌 맞는 소리가 계속 났다.
 
스카이라인이 약간 속도를 줄이면서 다운쉬프트를 할 때 머플러로 수박 만한 불덩이를 뿜어 댄다. 오랜만에 촉매를 통과하지 못한 터보의 배기가스 냄새를 맡아본다. '켁켁' ... 어느새 여러 차선에 있던 그 일행들은 모두 만남의 광장 바로 전 IC 출구로 몰려들면서 꼽사리로 끼어 들어 새우등 터질 뻔했던 수퍼카 무리 주행에서 벗어나 나의 갈길로 갔다.
 
체급도 맞지 않는 이상한 차가 괜히 끼어 들어 설쳤나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오랜만에 제대로 밤을 찢어 버리는 칼질을 한 것 같다. 집에 도착한 뒤에 몸 안에서는 '흥분?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는 거 같았고 지하차도에서의 페라리 엔진음이 귀에서 한동안 맴돌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Beyond the Li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