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차 사브 9-3 SE (2002년형) 의 냉각호수 일부를 이번에 교채했습니다. 10년이 된 차다보니 고무의 경화 등으로 인해 냉각호수 교체는 필요한 일이었고요. 또 이전에 마구 밟다가 냉각호수가 하나 터진 아픈 경험이 있어, 이번 기회에 다른 호수들도 교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 페이스북에 쓴 글이라 예사말로 작성된 것 양해 부탁드립니다. 차 바닥에서 작업하기는 처음이라, 혹시 저처럼 처음으로 차 바닥에 들어가실 분들을 위한 정보들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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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호수 5개를 교체하기로 계획하고 시작한 작업이고 결국 4개를 성공적으로 교체하였다. (나머지 하나는 Heater hose clamp tool이라는 전용툴을 구하지 못해 나중에 교체하기로 연기. 이 타운에 아예 그 툴이 없다고 한다.)

1. 앞에 잭 두개를 받치기 전에 물론 뒷바퀴들에는 wedge들을 둬야 한다. 생각해보니, 이건 파킹브레이크가 작동한다 해도 마찬가지인데, 왜냐면 파킹브레이크를 걸어놔도 뒷바퀴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결국 지면과 바퀴와의 마찰력이기 때문이다. 이 마찰력보다 차를 뒤로 미는 힘 (앞이 들려있으므로 중력과 수직항력의 합은 뒤를 향하게 된다.) 이 더 강하면 차는 밀리게 되고 그러면 대참사가 벌이진다. 물론 바퀴의 마찰력이 보통은 충분히 강해 그럴 일은 잘 없겠지만, 만약 미끄러운 노면에서 jacking을 한다면 wedge의 존재는 무조건 필수적인 것이 될 것이다. 


2. 잭을 할 때, 물론 jack stand가 충분히 튼튼하다지만, 차를 잭으로 올리고 jack stand를 받친 후 차를 천천히 내릴 때, 차가 좀더 안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생각하고 jack stand를 배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jack stand의 정중앙에 차의 jack contact spot이 닿지 않게 된다. 그러면 잭 스탠드의 한쪽이 살짝 들릴 수도 있고.. 이건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한쪽으로 쏠린 힘에 의해 잭스탠드가 파손되거나 옆으로 넘어진다면.. 그건 상상하기도 싫다.)

3. 냉각호수들을 위에서부터 분리하게 되는데, 그래야 냉각수를 조금씩 밑으로 흘려보낼 수 있고 그러면 밑에 받쳐놓은 drain 통에 떨어뜨리기가 용이하다. (한번에 너무 많이 쏟아버리면 그 통에 다 담기 힘드니까.) 실제로는 냉각수가 엔진룸 이곳 저곳에 부딛히면서 바닥에는 여러 물줄기가 내려오게 되고, 이것들을 모두 drain통에 다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때문에 바닥이 젖게 되는 일이 많았다. 

3. 차 밑에 내려가서 작업하다보면 이것저것 많이 떨어진다. 물론 냉각수 작업이니 냉각수가 얼굴에 쏟아질지도 모르지만 (이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냉각수는 유독하고, 따라서 이걸 잘못 마시거나 하면, 일정량 이상 마시면 사망한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냉각수 방울이 떨어지거나 엔진오일 방울이 떨어지기도 한다. 또 각종 부스러기 들이 많이 떨어지는데, 그야 당연히 차 바닥에 힘을 가하며 작업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안경은 필수이고, (안경을 쓰고 써도 아무 불편이 없는 보안경은 매우 유용) 3M 분진마스크 등도 써야 할 것이다.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는 두건 등이 있으면 매우 유용하겠다. 

실제로는 나는 보안경은 있었는데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로 냉각수 방울과 엔진오일 방울들이 얼굴에 떨어졌고, 이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입술에 떨어지는 것은 막기 위해 입도 여분의 보안경으로 가리면서 작업했다. 

물론 충분히 냉각수를 drain할 수 있을 만큼 다 drain했고, 호수를 분리할 때 높이 있는 부분부터 분리한 후 그 부분을 바닥으로 향하게 해, 낮은 쪽을 분리할 때 세는 냉각수가 가능한 적도록 하였다.

4. 물론 스케이트 보드나 바퀴가 달린 판에 누워서 작업하면 차 바닥에 들어가고 나오는데 매우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이 없었고.. 그냥 바닥에 누워서 작업했다. (마침 박스도 없어서, 대신 작업복을 입고) 그런데 실제로는 팔을 뻗힐 공간이나 머리를 들어 볼 공간 등이 필요하여, 이런 바퀴달린 작업판이 오히려 작업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차체가 높은 SUV 등은 상관 없겠지만, 바퀴달린 작업판들도 어느정도 두께는 있기에 내 차 같은 스포츠세단에는 불편할 것이다. 그럼 정말 바닥 낮은 스포츠카들은 얼마나 힘들까.)

5. 작업하다보면 머리를 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면서도, 머리를 지탱할 배게(?)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 자전거 핼멧을 뒤로 보내서 바닥에 머리가 닿지 않게도 해보았지만, 이건 머리를 위한 공간을 너무 없어서 불편했다. 결국은 머리에 아무것도 안 쓰고, 대신 페이퍼타월을 때때로 배게로 쓰면서 작업했는데, 돌이켜보면 머리를 비닐봉지 같은 것으로 묶어놓고 작업해도 좋았을 것 같다.(아니면 정말 얇은 핼멧으로 머리 뒷쪽을 감싸거나) 왜냐면 바닥에 머리가 직접 닿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때 바닥에 쏟아져있는 냉각수나 엔진오일이 머리에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 첫째날 뒷머리가 냉각수에 상당히 젖게 되었는데, 그 기분 그리 좋지 않았다. 

6. 차 바닥에서 시야는 상당히 제한된다. 정면에는 자 바닥이 보이고, 좌 우로 고개를 돌리기는 쉽지 않다. 머리 위는 당연히 아무것도 안 보이고... 그래서 도구를 찾기 위해 해메게 되고, 또 몸 주변에 없는 도구를 찾기 위해 다시 밑에서 나오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다. (역시 바퀴달린 판이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첫째날 참다참다 도저히 안 되서 친구를 불러서 도움을 청했는데, 정말로 바닥 작업은 혼자서 하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다. 

7. 손전등류는 많을 수록 좋고, 밝을 수록 좋다. 특히 머리에 써서 작업할 수 있는 전등은 매우 도움이 되었다. 일반 전구보다는 훨씬 밝은 LED 를 채용한 전등을 권한다. 차 바닥에 생각보다 많은 여유 공간들이 있어, 그런 곳에 전등을 올려두거나 고정시키고 작업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8. 전등이 있어도, 각도나 공간 문제 등 때문에 "눈으로 보일 때는 손이나 도구가 안 닿고, 손이나 도구가 닿을 때는 눈으로 안 보이는" 경우들도 있다. 이건 참 어려운 경우인데... 정말 차를 리프트로 올리고 작업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게 되는 순간들이다. 이 경우 실제로 팔을 뻗쳐 손의 감각만으로 작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아니면 잘 찾아보면, 어떤 절묘한 각도나 공간이 나와, 도구가 닿으면서 실제로 눈으로도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9. 물론 위의 이야기가 가능하려면 도구들이 좋아야 한다. 첫째날 작업이 굉장히 많은 시간이 들었는데, 워낙 도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거버 멀티툴로만 작업을 시작했는데, 냉각 호수 clamp들 중에 어떤 것들은 너무 깊히 있거나 다른 것들에 많이 가려져 있어 이 멀티툴로는 도저히 작업하기 힘든 것들이 많았다. 나중에) 구입한 각종 길쭉한 plier들과, locking plier (vise-grip 이라고도 한다.) 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 heater hose clamp tool이라고 해서 클램프 분리시키는 전용 툴이 있다고 하는데 이 툴은 이번에 구하지 못했다.

10. 간단한 소감: 차 밑바닥에 정말 누워서 작업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신기했다. 얼마나 많은 부품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결합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부품들의 디자인들이 얼마나 절묘하여 특정 호수들어 어떻게 손을 뻗쳐 작업을 해야 할지 감이 오게 되어있는 것도 감탄스러웠다. 이렇게 정교하고 굉장한 기계를 단지 $3000달러에 구입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 (로어암도 알루미늄.)

11. 한편 엔진룸도 나름 넓고 공간도 여유있어 보이는 이 차의 냉각호수작업이 아렇게 힘들었다면, 엔진룸 접근이 몹시 힘들어보이는 차들은 어떨까 싶다. 가령 엔진룸이 뒤에 있는 포르쉐라면.. 이 작업은 정말 무지무지 힘들 것 같다. 아마 포르쉐는 리프트 없이는 이렇게 jacking만 하고 작업하기는 무척 힘들 것 같다. 앞으로도 포르쉐는 구입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