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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재욱입니다.

요 며칠 새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이젠 영락없이 겨울 날씨네요.

회원님들 모두 추운 연말연시에 건강 챙기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10월 30일에 E39 540i를 처음 만나고, 11월 4일에 호적을 옮긴 뒤 이제 꼭 50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만, 그간 차를 손봐 오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이제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키를 돌릴 때면 설렙니다.

클래식한 경고음, 특유의 오렌지색 클러스터, 그리고 다기통 엔진 특유의 셀 모터 사운드와 우렁찬 사자후. 외출할 때면 냉간 시동이 매번 기대됩니다.



(시동 및 배기 영상입니다)


aFe 흡기로부터 아이젠만 배기로 이어지는 흡배기 시스템은 요즘 차에서는 찾기 어려운 자연흡기 V8의 날것 소리를 제대로 들려줍니다. 소리가 크긴 하지만 매일 들려도 질리지 않습니다. 소리가 좋아 좀처럼 연비를 내기 힘든 점이 흠입니다 ^^;


인수 후 오래된 머플러 고정 브라켓으로 인해 머플러 진동이 차체 중앙의 언더바와 간섭을 일으켜 떨리는 소리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머플러 고정부를 보강하고 언더바에 와셔를 추가, 간격을 벌림으로써 소음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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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기형 M62 엔진과 ZF 5속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꽤 만족스럽습니다. 효율을 위해 락업클러치를 빨리 붙이는 요즘 토크컨버터와 달리, 부드러운 가속을 위해 D 레인지의 일상 주행에서는 거의 락업클러치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 특징입니다. 마치 CVT처럼, 특정 회전수를 우우우웅-하고 쓰는 셈이죠.


또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마치 듀얼클러치의 코스트 모드처럼 높은 단수로 변속해 저부하 상태로 타성주행을 하도록 유도하는 점도 요즘 변속기와는 완전히 다른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수동변속기만 탑재됐던 M5와의 성격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넉넉한 토크와 출력으로 부드러운 크루징을 즐기는, GT카의 성격이 훨씬 강조됐달까요.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 주행이 부실한 것은 더욱 아닙니다. S 레인지로 전환하면 락업클러치도, 엔진브레이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극적인 레브매칭이나 번개같은 변속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할 때는 언제든지 내달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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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구온난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책임감은 늘 안고 삽니다 ^^; 서울 기준으로 시내연비는 3~5km/L, 고속연비는 8~10km/L 정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서 심한 부담은 아닙니다만... 시내 6~8km/L, 고속 12~15km/L 정도였던 YF 터보와 비교하자면 먹성이 지나치게 좋은 건 사실입니다 ㅎㅎ



3.

지금까지 정비 입고는 총 3회 있었습니다. 이전등록을 마친 날,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디퍼렌셜을 교체하기 위해 한 번, 얼마 후 히터 밸브 호스 파열로 한 번, 그리고 최근 서스펜션 교체를 위해 한 번입니다. 대체로 중고부속 구하기도 수월하고, 신품 부속 역시 부지런히 미리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 구입하면 부품가격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편입니다. 또 국내에 E39 장인 분들과 매니아 분들도 많이 계셔서 이런 저런 경로로 구하기는 수월한 것 같습니다.


다만 사후정비가 아닌, 예방정비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성은 느껴집니다. 그리고 대량생산시대 이전의 독일차인 만큼 집요한 장인정신이 곳곳에 배어있어서, 정비성은 극악 수준이고 자연스럽게 작업시간과 공임이 뻥튀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네요. 더군다나 연식이 있다보니 잘 풀리지 않는 체결부위도 많습니다. 앞으로 차차 활기를 불어넣으며 해결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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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고장이 아닌 튜닝을 위해 교체했습니다. 아마 세팅 변경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네요. 동호회를 통해 AC 슈니처 킷을 운좋게 구해 바로 장착했습니다. 기존에는 다소 부드러운 세팅이었기에, 지상고도 높아지고 보다 탄탄한 새 서스펜션은 만족도가 높습니다. 고속 안정성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재미도 붙었네요. 현재 16인치로 다운그레이드 후 윈터 타이어를 장착했는데, 얼른 날이 풀려서 UHP로 돌아가면 재미있게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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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차 후 차를 돌아볼 때의 만족감은 정말 높습니다. 유채색 차를 늘 동경해 왔는데(YF도 레밍턴 레드를 구입하고자 했으나 매물이 씨가 말라서...), 카슈미르베이지 메탈릭 컬러와 샌드베이지 인테리어 조합은 확연히 개성있으면서도 너무 튀지 않고 고급스럽습니다. 색이 너무 마음에 들어 스마트폰까지 골드 컬러로 교체했네요. E39 동호회에서도 많은 분들이 탐내는 컬러라서(내외장 모두) 뿌듯합니다 ^^


요즘에야 국산차도 눈부신 발전을 거쳐 수입차, 특히 독일차와의 갭이 현격히 줄어들었지만, 90년대에 신차 컨디션의 이 차를 탔다면 퍽 감동적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최신 차보다도 더 고급스러운, 가령 손 닿지 않는 대쉬보드 하단이나 도어트림 끝부분까지 모두 연질처리된 마감품질이라든지, 요즘 차와 견줘도 손색없는 풍성한 편의사양 덕에 일상주행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독일차의 저력을 새삼 느꼈다고 할까요.


또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택시나 무개념 차들이 다짜고짜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엄청나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쏘나타 역시 좋은 차였고 만족도가 높았지만, 택시든 자가용이든 너무 흔한 탓에 차의 가치에 비해 도로 위에서는 다소 푸대접받는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E39는 BMW 뱃지+최신모델은 아닌데 깔끔한 상태+으르렁대는 배기음의 조합 덕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희소차량이고 사고나면 피곤해지는 차"라고 느껴지는지, 무개념 운전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차의 가치를 브랜드나 가격으로 매기는 데에는 늘 반대하지만, 실제로 경험하니 참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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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쨌거나 나이나 분수에 비해 과한 차라는 느낌도 여전히 있습니다. 이제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출시 당시 서울의 아파트 한 채 값이었던 독일 V8 세단이라니요. 과연 내가 이 차와 함께 지낼 자격이 있는가? 라고 여러 번 자문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옷이 사람을 만든다고 할까요, 분수보다 좋은 차를 타게 되었으니 저 자신을 이 차에 맞는 사람으로 성장시켜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애마와의 만남을 흔히 인연에 빗대지만, 인연이자 동시에 기회라는 생각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애마와 함께 어딜 가든 "허세 부린다"는 소리가 아닌, "잘 어울린다"는 소릴 듣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매번 느낍니다 ^^



모쪼록 앞으로도 소소하게 고쳐나가며 함께 할 계획입니다. 같은 애마를 거쳐 오신, 그리고 지금 함께 하시는 테드 회원님들과 선배님들의 조언도 많이 구하겠습니다 ㅎㅎ


차도 많고 술자리도 많은 연말연시입니다만, 모든 분들 안전운전하시고 즐거운 새해 맞이 하시길 바랍니다.



EF S & 54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