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좀 길어졌습니다.


만감교차......


어제 골프 5세대 GTI 5도어를 신차 출고했습니다.
4세대 GTI를 구매하기 위해서 용을쓰던 때부터 생각하면 GTI 구입에
3년 정도를 투자한 셈인데,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고 생각이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척 기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마치 군대 제대날을 손꼽아 기다릴때 후임병들의 축하와 부러움을 받으며
당당하게 위병소를 나설 상상을 했으나 막상 전역일이 되어보니
부대가 훈련 기간에 걸려서 잔류병 몇 명만 남은 횡한 막사에서 쓸쓸하게
전역증을 받아들고 혼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지요......
거기다 집에 돌아가보니 가족들도 다들 바빠서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자신이 해야할 일들만 겹겹이 쌓여있을때......  ^^;

저 역시 많은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언제인지 기억에도 없는 어릴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었고, 뭔가 제가 원하는 스팩의 자동차를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은 청소년기부터 가지고 있었드랬습니다.
그러나 차들은 나날이 고출력을 지향하고 있고, 거기에 상응하는 엄청난 가격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그러한 자동차는 항상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한발 다가가면 두발 멀어지는 느낌이랄지요......

아마 앞으로도 그러한 자동차들은 저에게서 한 두발짝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겠지만, 그래도 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그런 자동차에
한발 한발 멈추지 않고 다가갈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자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봅니다...
음......  ^^;

간혹 두어달치 혹은 5~6개월치 수입으로 억대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볼때면
GTI 를 구입한것이 꼭 신형 프라이드 구입한것과 비슷한 팍 쫄려드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집사람 장보러 갈때나 혹은 그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GTI를 구입하시겠다는 분들의 글을 보면 지난 3년간 용돈 쪼개서
돈을 모았던 시간들에 허무가 밀려오기도하고,
GTI가 뭔지도 잘 모르는 젊은 철없는 아들한테 차를 사서 안겨주는
부모님들을 보면 좀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만......
^^


하여간......

만약 GTI를 3년전에 4세대로 구입을 했었다면 아마도 저는 너무 좋아서
잠도 제대로 못잤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다른 차량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사실 이번에 GTI를 구입할때는 불과 한달 전까지도 무척이나
망설이고 또 망설였습니다.

전에도 한번 테드에 글을 쓴 것 같은데, 현금 일시불로 차를 구입했기
때문에 그 돈에 조금의 추가금을 더 해서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 있는
다른 챠량들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물론 중고로...)

또 차를 운영하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습니다.  
쓸만한 국산 SUV를 가족용 차량으로 사용하고 혼자서 사용할 소형 경량
차량을 구입한다던가   고성능 세단과 써킷에서 탈만한 연식이 좀 된
국산 소형차를 구입해서 개조를 한다던가...... 등등

그리고 다음달이면 어큐라 레전드가 국내에 들어오고 인피니티 M35도
할인폭이 최근엔 큰 편이던데, 무리가 가긴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것도 아니었는지라
더 갈등이 많이된것도 사실이었습니다.




GTI 구입에서 많이 갈등했던 부분은


1. 해치백이라 나 말고 다른 가족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2. 터보 엔진의 관리가 나름 까다로울수 있다

3. 운행에 결정적 치명타를 가하는 고장에 관해서는 들어본바 없지만,
간혹 어처구니 없는 잔고장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음.

4. AS 상당히 까칠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음.

5. 3~400 마력 차들이 즐비하게 널린 가운데 200마력 출력은 명함도 들이밀수
없는 나약한 스펙임. GTI 이름값이나 하겠는가......

6. 신차 구입가격이면 더 고성능의 상태좋은 중고차를 알아볼수있음.

7.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스팩으로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8. 내구성 좋고 성능도 좋은 일본제 세단을 구입하면 여러모로 마음도
편하고 가족들도 편할것임.


뭐, 대략 저런 이유들로 인하여 GTI 구입을 계속 망설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GTI를 구입하게된것은

1. 해치백은 뒷좌석을 접으면 승용차가 운반하지 못하는 큰 짐도
들어가고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간혹 오디오 취미로 인하여 스피커들을 차로 옳길때가 있는데,
승용차에 안들어가는 스피커도 GTI라면 왠만한건 다 들어간다)

2. 터보 타이머 달아주고 엔진오일을 지금까지 15년간 운전하면서
그래왔던 것처럼 최고급 오일을 넣어주자.
기름도 프리미엄만 넣어주고...... (연비도 좋고 기름 탱크도
작지 않은가...)
  
3. 운행을 못하는 고장이라면 몰라도 간혹 발생하는 잔고장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적당히 감수하자...

4. 내가 언제 AS 센터 들락거렸던가......
    AS 센터에서 해결못하는 큰 고장이 나는 경우도 거의 드물겠지만,
애매한 문제가 발생할때 차를 맡길만한 사람들도 이미 많이 알고 있고
어차피 튜닝하게되면 무상 AS는 물건너 가는거 아닌가......

5. GTI 시승을 해본이후 들었던 생각은 1350kg 6단 DSG 미션이
차의 성능을 스팩 이상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더도 덜도 말고 250마력 까지만 출력을 올리면 GTI를 완전히
가지고 놀만한 차가 몇 종류나 될까 생각해보니 약한 출력에 대한
불만은 그냥 없어져 버렸다.

6. 고성능차량은 전 주인들이 얌전하게 몰았을리가 만무하다.
대박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있고, 대배기량 차량은 유지비도
무시 못한다.

7. 상한선을 서스펜션, ECU, 배기, 까지만하고
   3~4년 후쯤 휠과 타이어를 교환하게 된다면 브레이크 튜닝을 해주는걸로
마무리하자.

8. 세단은 더 나이가 많이 들어도 탈 가능성이 많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간혹 일본산 세단들을 뭔가 아쉬운,
혹은 뭔가 빠진 자동차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차를 볼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 누군가 내 차를 뭔가 빠진 차로 볼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남의 시선 같은 것 신경 안쓰고 살면 그만이겠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차를 구입하게 되는 순간인데 그런 찜찜함의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다.  (나는 개인적으로 렉서스나 혼다차가 아주 좋은 차라고
생각한다.)


라고 생각을 정리했기 때문이고,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우선 GTI를 시승해본것이 가장 영향이 컸었고, GTI보다 80마력쯤 더 출력이 센
다른 차들과 GTI와 비슷한 스팩의 몇몇 차들을 몰아보면서
생각을 굳혔습니다.   나중엔 후회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로선
제가 판단을 잘못했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점이라면,

15년 가까이 계속해서 수동차량만 운전을 해왔는데,
앞으로 어쩌면 클러치 밟는 차량을 운전할일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그 점은 정말 아쉽습니다.
허접한 고물차라도 수동 차량을 한대 구입해서 수동 변속 감각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카 오디오 소리 완전 나쁘다고 볼수는 없지만, 좀 매마르고 건조한데다
고역의 투명도가 인간적으로 너무 없습니다.
엊그제 까지 운행하던 SM520 스패샬 에디션의 프리미엄 카오디오가 카오디오
성능만으로 본다면 훨씬 좋습니다.

라디오 안테나 너무 깁니다. 덕분인지 수신 감도는 용인의 저희 아파트 단지에서도
아주 좋습니다만, 좀 부담스럽습니다. 짧은 안테나로 많이들 바꾸시던데,
서울은 관계가 별로 없는듯 합니다먄, 안테나 짧은 것으로 바꾸면 저희 동네에서는
감도가 떨어질까봐 좀 염려가 됩니다.



앞으로 가급적 이 GTI는 큰 사고가 나거나 하지 않는한 처분하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제가 가지고 있을 생각입니다.
한 2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말끔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차 구입에 관련해서 알게모르게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신 여러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특히 마스터 권영주님의 여러가지 GTI 시승기와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