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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무겁던 눈이 번쩍 떠지는 기분 좋은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가벼운마음으로 새로 설치한 컴퓨터 포멧... 노트북 포멧... 깔끔하게

정리하고... 뭐 또 할게 없나...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몇일전에 사둔 기화기 오링이랑 크리너가 보였습니다.

 

사실 이건 만만치 않을거 같아서 여름휴가 시작하는날 하려고

그냥 둔것이었죠.

 

속썩히던 컴퓨터도 말끔히 포멧이 되고... 기분이 좋아서

두번 생각 안하고 룰루랄라 기화기크리너를 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몇달전부터 이븐스로틀로 주행하면 울컥울컥 거리는걸

공업사에 들어갔을때 기화기 교체하라고 진단받았지만

기화기 청소는 해보고 하자! 라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시동을 걸어 예열을 하고 본넷을 열고...

기화기를... 흠... 카스타는 기화기가 엔진룸 조수석 발치쯤에

붙어있습니다... 이거 좀 어렵겠는데...

 

일단 에어크리너통 들어내고... 복스알을 맞는게 있나 보려고

넣어보는데 공간이 좁아서 복스알이 안끼워집니다.

슬슬 땀나기 시작합니다... 낑낑...

 

스페너로 해야될거 같습니다... 스페너를 가져다가 다시 낑낑...

맞는 스페너 찾는데 30분... 이미 몸이 축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이 협소해서 스페너도 제대로 걸어보기 힘들었습니다.

우씨... 밑에서는 될까? 자키를 가져다 띄웁니다.

낑낑... 띄우고 기어들어가봐도 역시나 택도 없습니다.

 

이제 제대로 땀 줄줄 흘립니다. 지하주차장3층이라 바람한점 없는곳에서

이미 팬티까지 다 젖도록 땀을 줄줄줄...

 

결국 흡기라인이랑 밧데리를 들어내고 스페너를 걸고 돌릴 공간이

나왔습니다. 좁은공간이라 두손은 못들어가고 한손만 간신히

들어갑니다. 으아... 미미에서 튀어나온 에어크리너 고정볼트 자리에

팔뚝은 사정없이 긁히고 두손으로 풀겠다고 어거지로 넣은

왼팔은 브레이크오일 라인, 에어컨라인에 쓸려 멍들어갑니다.

 

한시간반을 허우적거리며 풀어보겠다고 자세도 안나오는데 용쓰다가

가슴팍에 시퍼렇게 멍들고... 팔뚝은 쓰리고...

옷은 다젖어서 휘감기고... 돌리다가 한번은 삐끗해서 손가락이 꺽이는

바람에 오른손은 힘도 못쓰고...

 

WD40을 뿌리면서... 잠깐 진정... 담배한대 물고...

이게 왜 안풀릴까... 쩔어붙어도 이렇게는 아닐텐데...아닐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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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시계방향으로 돌렸구나... ㅠㅠ...

 

 

반대로 돌리니까 바로 풀려서 바로 청소하고 30분만에 끝났습니다 ㅠㅠ

 

일이 이렇게 돌아갔다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울컥거리는건 그냥울컥거립니다; 

 

날이 더우니까 나사가 안도는게 아니라 제머리가 안도는거 같습니다. ㅠㅠ 삽질중.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