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제 실질적인 드림카는 언제나 BMW 3씨리즈였습니다.
운전이나 주차 시에 신경쓰이지 않는 작은 차체에, 시각적으로나 공학적으로나 균형잡혀 보이는 말끔한 디자인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크리스 뱅글이 디자인을 맡고서부터 BMW의 디자인이 깔끔함에서 공격적임으로 바뀐 듯 해서 항상 아쉬웠는데, 이번 E90 3씨리즈는 그나마 가장 변화의 폭이 적어서 만족스러운 디자인이었던 듯 싶습니다.
 
 BMW는 실키6라는 제 개똥철학을 빌미삼아 325i 이상을 시승하고 싶었으나 시승차가 320i밖에 없다는 딜러의 말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실내의 인터페이스는 합리적으로 느껴졌고, 뒷좌석은 개인적으로 별로 공간을 신경 쓰진 않지만 골프와 대동소이한 싸이즈로 보였습니다.
즉, 편안하게 타고 다닐만한 공간의 여유는 없지만, 그런대로 불편함 없이 4인이 탑승할 정도의 공간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도로나 체구에서 독일보다  여유가 없는 우리나라의 차가 너무 크지 않은가하는 개인적인 사견에 비추어 볼 때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모델임에도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아쉬울 것 없는 옵션에 썬루프까지 장착되어 있어 이 부분에서 아쉬움은 별로 못 느낄 것 같습니다.
 
다소 작은 싸이드미러에 사각이 있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뒤로 하고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딜러에서 차를 끄집어 나올 때 드는 첫 느낌은 스티어링이 무척 무겁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전에 딜러에게서 320i는 스티어링이 무겁다는 주의를 듣기는 했어도 주차시에는 제법 신경쓰일 정도로 무거웠습니다.
저야 팔 힘이 좋아서 별로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겠지만, 와이프와 함께 차를 써야하는 상황이라면 꽤나 컴플레인을 받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타던 티뷰론에 비해서도 한참 무거워서 과연 이 스티어링이 파워 어시스트를 받고 있는지 약간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시내에서의 주행에서는 기대했던대로 폭발적이지 않은 가속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반떼와 비슷한 크기지만, 후륜이고 무게가 제법 무거워서 2.0리터급 중형차보다는 가뿐한 느낌이지만 스포티함을 받쳐주기에는 가속성능은 무덤덤한 느낌이었습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국산 2.0리터급 준중형차와 대동소이한 동력성능을 보일 것 같은데, 준중형차가 다분히 경쾌한 느낌이라면, 320i는 조금은 묵직한 느낌인 듯 싶습니다.
밟는만큼 반응하는 엔진과 브레이크는 시내에서도 합격점을 줄 만 했습니다.
320i에는 AFS가 없어서인지 운전하는 내내 위화감을 주는 차체거동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분명히 철학을 가지고 만든 장비겠지만, BMW처럼 기본이 충실한 차를 만들면서 굳이 AFS가 필요한 이유를 저는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분당으로 가는 고속화도로에서 고속성능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제법 교통량이 많은 상태라 기대했던대로 밟아보진 못했지만, 4기통임에도 레드죤 근처까지 시원스럽게 치고 올라가는 회전질감은 칭찬해 줄 만 했습니다.
엔진의 음색은 제 느낌으로는 골프 FSi와도 상당부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절대적인 소음 자체는 다소 큰 편이었고,  다소 터프하고 스포티한 음색이기는 해도 개인적으로 별로 끌리는 음색은 아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크게 부족함이 없는 동력성능을 보이기는 하지만, 내곡터널과 지하차도를 지나서 완만한 오르막길에서는 토크의 부족을 실감했습니다.
평지에서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었다면 오르막에서는 올라가는 RPM과 토크가 모조리 경사를 올라가는데 소진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더욱 아쉽웠습니다.
배기량과 중량의 한계가 있는지라 스포티하게 몰고 다니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힘의 부족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스티어링 반응이었습니다.
고속에서 충분히 무거워지는 스티어링은 조그마한 스티어링의 움직임에도 민첩하게, 하지만 안정적으로 차체를 움직여 줍니다.
이러한 부분이 재미 있어서 몇 차례 살짝 스티어링을 반복해서 조정해 보아도, 마치 카트처럼 반응하는 차체의 움직임은 BMW에서만이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첩하게 반응하는 노즈와 재빠른 추종성을 보여주는 테일의 움직임은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었습니다.
와인딩 국도를 시승코스에 넣을 수 없었던 점이 무척 아쉬웠는데, 나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대청호나 충주호 인근의 국도에서 한 번 시승해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때문에 6단AT의 수동기능을 맘껏 쓰게 되었는데, 미션의 변속충격도 미미하고, 무엇보다도 변속속도가 매우 빠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태껏 제가 시승해 본 어떤 차보다도 변속속도가 빠른 느낌이었습니다.
골프GTi는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DSG가 장착되어 있는 TDi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메커니즘으로 봐서는 DSG가 훨씬 빠르다고 하지만, 제 몸이 문제인지 저는 별로 빠르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BMW가 훨씬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시프트 다운과 업을 가끔씩 혼동한다는 점과 여러 번 시승해도 적응이 안 되는 BMW의 방향지시등 레버는 익숙해지기만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시승 때마다 방향지시등을 어느 정도 켜야 계속 켜지는 모드와 몇차례만 반복해서 켜지는 모드로 움직이는지 저는 감을 못 잡았습니다..)
 
최고시속은 교통상황 때문에 170km/h를 살짝 넘기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물론, 가속페달의 여유가 많았고, 이 정도 영역에서는 가속감이 살아 있는 상황이어서 고속주행성능을 제대로 테스트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320i를 시승하고서 드는 생각은 정말 제 취향에 거의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차를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과 함께, 20%쯤은 부족한 느낌의 힘이 아쉬웠습니다.
충분히 뽑아쓰지 못할 만큼 넘치는 힘을 가진 차들도 많지만, 충분히 이 차의 능력을 뽑아쓰면서 다니는 운전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에 큰 단점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 경우에는 기대를 많이 하고 시승한 차에서는 항상 실망을 크게 하곤 했었는데, 320i만큼은 기대한만큼 괜챦았던 기억입니다.
부족했던 부분은 325i나 330i같은 상위 그레이드로 넘어가면 극복이 되겠지만, 이 모델들의 가격은 정말이지 너무나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올려다 보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근의 BMW의 가격정책을 보면, 320i나 523i같은 각 모델의 베이스 모델은 충분한 옵션에 비교적 매력적인 가격을 제공하지만, 330i나 530i같은 상위 그레이드는  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화려한 옵션을 추가하고 적정 수준 이상의 마진을 보태는 것 같아 무척 아쉽습니다.
과거에는 화려한 리베이트를 보여 주었지만, 요즘은 정말 그런 인센티브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
연말에 가격인하해서 정리하던 2005년식 모델의 가격이 싸다는 생각보다는, 그 가격이 실제 적정가격이 아닌가 싶은 씁쓸한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아쉽습니다.
 
쓰고나서 보니 이 번 시승기는 아무리 간단 시승기라고 해도 내용이 별로 없네요..쩝.
 
                                                                                                                 - Written By S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