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3 년 전부터 혈압이 조금 높은 편이라, 저희집과 같은 건물에 개업하고 계시는 의사선생님께 한달에 한번 건강체크와 처방을 받고 있습니다.  서른 중반정도 되시는 이분도 차를 매우 좋아하셔서, 진료를 위해 마주 앉으면 1,2 분 만에 진료를 끝내고.. 외려 차에 관한 얘기를 이삼십분 간 나누곤 합니다. 일어날때쯤 되면 그 선생분은.. " 제가 상담료 드려야 하는거 아닙니까?" 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시기도 하죠. ^^

같은 건물에는 침술로 유명한 한의원도 있는데.. 얼마전에는 어쩔수없이 두분의 의사 선생님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답니다. 한 두주전.. 왼쪽의 애끼손가락 근처 손바닥이 저리는 현상이 몇일간 계속 되길래, 겁도나고 해서..일단 침을 맞아보려고 한의원에 갔었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 별일 없을까요?' 하고 의원님께 여쭤보니.. " 이제 시작일거 같으네요." 라더니, 왼쪽 팔과 손바닥에 침만 몇방 놓고는 더이상 아무 얘길 안하시는 겁니다. 혹시라도 작은 바람이 왔나~ 하는 마음에 겁도나고 해서, 상세히 물으렸는데 도통 답이 없는겁니다.

침을 맞고나서도 차도가 없길래, 다음날.. 주치의 선생을 찾았습니다.
조심스레.." 이거..풍이 오는거 아닐까요?" 하고 쫄아서 여줘봤더니 이냥반.. 허허~ 웃으면서, 의학책을 한권 꺼내 펼쳐보이십니다. 손이 저린 부위의 페이지를 펴더니, "이 부위가 저리십니까?" 하는데..그림을 보니, 정확히 그 부위더군요. " 네~ 맞아요.. 그림의 이 부위가 맞습니다." 했지요.  "거기가 저린건 7번 척추가 눌리거나 살짝 부어 그런거니, 일단 소염제 들어보시고.. 컴퓨터 오래보시지 말고, 꾸부정한 자세를 교정하시면 됩니다." 라고 웃으면서 진단을 내려 주더군요.

그제서야 저는 불안한 마음이 가셨고.. 와이프에게도 전하니, 안심하더군요.
한방 양방의 예라기 보다는, 제 입장에서는 의사선생의 '의견을 듣는것' 에 더 큰 비중을 두었고, 일시적인 현상인지 내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건지를 듣고 싶었던 건데.. 전자의 경우는, 괜한 불안감만 가중시켜 하룻동안..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만들었던 거죠.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미술가.. 미켈란젤로는, 대리석 조각 다비드상(다윗상) 을 만들면서 다비드의 코를 평균적인 인체 비례보다 크고 높게 조각했습니다.  그림이나 조각에서 코의 크기와  손발크기를 강조하는건, 모델의 윤곽을 확실하게 표현해 '안정감과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서이지요.. 이는, 영화나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의 경우도, 화장을 진하게 해 입체감을 살리는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어느날 오후.. 미켈란젤로가 완성해놓은 다비드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교황이, 갸우뚱 거리던 끝에 미켈란젤로를 불러 지적했습니다. " 저 조각의 코가 지나치게 커서 어색하네.. 다비드 조각의 코 크기를 좀 줄여주게나~" 하고 주문했지요.  현명한 미켈란젤로는 구차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 네~ 교황님. 당장 다비드의 코를 더 작게 수정하겠습니다." 했지요.

밤새도록 수정작업을 하는척한 미켈란젤로는 그가 조각한 코를 줄일 생각이 없었고,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다음날 아침.. 교황을 불러놓고 얘기했지요. " 자~ 어떻습니까 교황님~ 다비드의 코를, 교황님 말씀대로 확 줄이니 제가봐도 한결 자연스럽네요." 라고..  그제서야 교황은.. " 음..코 크기를 줄여놓으니, 훨씬 낫구먼~" 하면서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답니다.




국내서 가장빠른 GT1 경기에 출전하는  한 촉망되는 카레이서가, 꾸준히 랩타임을 당겨가던 중.. 일정 베스트랩에서 더이상 당겨지지않는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그 레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었지만.. 한동안 그 랩타임을 더이상 당길 수 없었지요. 어느날.. 연습을 마치고 팀 캠프에 돌아와 담당 미캐닉에게 이런저런 넋두리를 합니다.

" 지금 셋팅여건에선 더이상 랩타임을 당길 수 없으니, 얼라인먼트 값과 이런저런 셋팅을 더욱 하드코어하게 만들어줘~" 라는 말에.. 미캐닉은 생각합니다. 더이상 하드코어한 셋팅은 십중팔구 내구성에 문제를 일으켜 리타이어할게 뻔하고.. 절대로 무사히 완주할 수 없다는걸 알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는 일단.. " 알았어.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세팅 해줄테니, 자신감을 갖고 꼭~ 베스트랩을 갱신해봐." 라며 드라이버의 의기를 북돋았지요.

다음날 연습주행을 들어가기 전에 드라이버에게 말합니다.
" 자네가 원하는 그 이상으로 완벽하게 튠해놨으니, 차를 믿고 한번 달려봐~"

그날 연습주행 중.. 그 드라이버는 경이적인 랩타임을 기록하고, 슬럼프를 벗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레이스를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미캐닉은 전날 밤.. 차량에 아무런 세팅도 변경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후로 드라이버는 그 미캐닉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고, 믿고 의지하게 되었죠..




물론.. 위의 예들이, 모든 경우에 무조건 옳은 얘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어떤 일이든 의뢰자에게 'yes' 라는 말로 안정감과 동질감을 전하면서, 자신의 소신도 지켜나갈 수 있는 지혜가 얼마나 '좋은 에너지'를 주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라고 여겨집니다.  차라는 매개체로 교류하는 오너와 미캐닉 사이에서 이러한 속깊은 마인드를 나눌 수 있다면, 단지 기술로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가슴으로 교류하는 바람직한 모습이 될거라는 생각입니다. ^^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