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G (Motor Press Guild)는 자동차 저널리즘 관계자들의 정보교환과 교육, 친목도모등을

위해 설립된 협회입니다.  750여명의 회원을 가진 MPG는 자동차 저널리스트, 자동차회사나

자동차 관련업체의 홍보실 임직원에게만 정회원 자격이 주어지며 그 밖의 자동차 업계에

일하고 계신 분들은 부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합니다.  MPG는 매달 첫째주 화요일 정기모임이

있고 매년 LA 오토쇼에서의 주제연설을 주최하고 연말에는 The Dean Batchelor Award라

하는 시상식을 겸한 만찬을 가지며 11월에는 윌로우 스프링스 레이스웨이에서 트랙데이를

개최하는 등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요.  올해 트랙데이는 11월 6일과 7일 이틀간

열렸습니다.   저는 2001년 MPG 회원가입 이후로 거의 매년 트랙데이에 참가했는데 사실

일년중 제일 기다려지는 이벤트가 바로 이 MPG 트랙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요.  

이틀에 거쳐 진행되는 이벤트는 매년 조금씩 다르게 편성됩니다.  제가 처음 가입한 때만 해도

첫날이 드라이빙 스쿨, 둘째날이 트랙데이였는데 2004년에는 첫날이 튜너 트랙데이, 둘째날이

메이커 트랙데이로 편성된 적이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는 첫날이 비교시승일, 둘째날이 트랙데이였습니다.  비교시승은 같은 등급의

차들끼리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저는 첫날 이벤트에서 Premium Compact Autocross, SUV Off-Road Comparo, 그리고

Compact Slarom의 세가지 비교시승 코스를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신원석


사진: 신원석






우선 오토크로스 코스에는 VW GTI, 아우디 A3 2.0T, 미니 쿠퍼 S, 닛산 센트라 SE-R,

스바루 임프레자 WRX, 그리고 다지 니트로 SRT4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오토크로스 코스에서 가장 민첩한 느낌을 준 미니 쿠퍼 S  (사진: 신원석)


사진: 신원석

동반석에 있는 분은 인스트럭터인 Jake Fisher입니다.  컨수머 리포츠(Consumer Reports)의

차량실험부 자동차 엔지니어(Automotive Test Division, Automotive Engineer)로 재직중인

피셔씨는 아주 친절하게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오토크로스가 끝나고도 자동차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둘째날에는 그가 모는 인피니티 G37 쿠페에 동승해보기도

했지요.  배울 점이 많은 드라이버였습니다.




사진: 신원석

터보랙이 크고 서스펜션이 물러서 오토크로스 코스에서 가장 몰기 힘들었던 스바루 임프레자WRX.

사실 기대 이하의 성능이었지만 차의 특성과 코스의 특성이 맞지 않아서 그런듯 합니다.

조금 더 직선구간이 길고 헤어핀 대신 반경이 큰 코너가 많았다면 다른 느낌을 받았겠지요.













오토크로스를 마치고 오프로드 비교시승에 나섰습니다.  오프로드 시승코스에 준비된 차들은

랜드로버 LR3, 폴크스바겐 투아레그 V8, 렉서스 GX470, 허머 H-3 알파, 지프 그랜드 체로키

디젤이었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는 랜드로버 LR3






온로드용 타이어를 신고나와 언덕 등판에서 고전한 VW 투아레그.  

온로드에서나 오프로드에서나 용도와 노면에 맞는 타이어가 장착되지 않았을 경우 차가

제성능을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른 차들에 비해 빠질 것이 없는 성능에도 불구하고

신발 한번 잘못 신어서 언덕서 고생하는게 안쓰럽더군요.



컴패로데이에서 제 마음대로 뽑은 오늘의 SUV, 지프 그랜드 체로키 디젤.



오프로드 코스를 마치고 점심식사, 그리고 나서 오후에는 컴팩트카 슬라럼 비교시승이었습니다.

차종은 혼다 피트, 혼다 시빅, VW 래빗, 닛산 베르사, 포드 포커스, 싸이언 xB였습니다.  

슬라럼 코스에서는 스티어링의 반응성과 함께 차의 거동안정성을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급의 차에서 핸들링은 구매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슬라럼 코스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받은 차로는 VW 래빗과 혼다 피트를 꼽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차들도 상당한 수준이었구요.  





순서대로 차를 바꿔가며 탔는데 제 앞의 저널리스트가 너무 느리게 차를 몰아 슬라럼을 하면서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백밀러샷



슬라럼 코스에서 꽤 좋은 성능을 보여주었으나 외모가 구형 새턴 내지는 중국차같아 마음이

가지 않았던 포드 포커스



둘째날은 Van Ride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은 아침식사부터..^^)  Van Ride는 인스트럭터가

모는 미니밴에 동승하여 트랙을 두 랩 돌면서 각 코너별 라인과 브레이킹 포인트 등을 보는

것이죠. Van Ride 이후 드라이버 미팅을 갖고 9시부터 공식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드라이버즈 미팅이 끝나자마자 아우디 쪽으로 뛰어가 R8을 타볼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타보려면 늦은 오전쯤이 좋았겠지만 워낙 타보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을게 확실한 차라 일찍

해치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첫랩에서는 살짝 맛만 보고 두번째 랩의 4,5,6번 턴에서

조금 밀어붙여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두번째 랩이 시작될때 피트에서 제 코앞으로 VW 제타가

튀어나왔습니다.  스타트라인에서 차를 내보내주는 오피셜이 차고가 낮은 R8을 못봐서

그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타를 제 앞으로 집어넣는 바람에 아주 애매한 상황이 되었죠.  

MPG 트랙데이는 랩타임이나 순위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트랙 위에서 다양한 차를 몰아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난폭한 운전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추월도 지정된 구간에서 앞차가 비켜줄때만 가능하죠.  오피셜이 보아서 난폭하게 운전했다고

인정될 경우, 차가 스핀한 경우, 트랙 밖으로 밀려나간 경우 등에는 운전자격이 박탈됩니다.  

차의 손상을 일으킨 경우에는 내년도 트랙데이 참가가 금지되지요.   진입차선은 파일런으로

확실히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직선탄력을 받아 속도가 붙은 R8이 1코너 진입과 동시에 막

가속중인 제타를 추월하는 것은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 그대로 치고 들어갈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습니다.  제타 드라이버도 R8을 보았는지 R8을 보내주어야 할지 그대로

가속하여 진입해야 할지 몰라서 가속을 하다가 말았다 다시 가속하다가 하는 등 허둥대는

눈치더군요.  실제 안전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1번 코너 진입 직전까지가 추월구간이었던만큼

그냥 속도를 줄이고 제타 뒤로 들어갔습니다.  괜히 추월하여 안전규정을 위반했다고 인정될

경우 운전자격이 박탈되는데 첫차 타보고 곧바로 그런일 당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코앞으로 제타를 찔러넣은 오피셜 때문에 R8의 진가를 살펴볼 수 있는 구간에서는 그냥

밋밋한 속도로 주행할 수밖에 없었고 제2 추월구간이 지난 후의 8,9번 코너는 너무 고속코너라

2랩도 채 타보지 못하여 익숙하지 않은 차를 빠르게 몰아붙이기에는 부담스럽고 또 곧바로

피트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아우디 R8은 한번 몰아보았다는데 의미를 둘

정도로밖에는 타보지 못했습니다.  그정도였어도 d=(^-^)=b



R8을 운전하고 있는 제 모습입니다.  바깥에 버드와이저 발코니가 보이는걸 보니 3번 턴을 막

지난 곳인가보네요. (사진: 강동진)

출발때와 코너를 빠져나오며 드로틀을 열때 느껴지는 파워와 엔진음, 민첩한 핸들링, 그리고

고급스럽게 마무리된 내외장등 여러가지 면에서 R8은 정말 엄청난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나서 BMW M5, 렉서스 IS-F, VW R32등의 고성능차를 계속 트랙에서 시승해 볼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실 트랙 2랩 돌아보는 것으로 많은 것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렉서스 IS-F는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상당히 스포티하게 잘 만들어진 느낌이더군요.  

8단 AT는 너무 필요이상으로 다단화되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반응속도와 변속감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스포츠모드와 매뉴얼모드에서는 2단부터 8단까지 토크컨버터의 락업이

유지된다고 하더군요.



그날 타본 많은 차들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대에 드는 차였지만 성능의 만족감이나

운전재미에서는 전혀 손색이 없었던 시빅 Si



트랙주행뿐만 아니라 일반도로 시승차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속의 차는 아우디 S6

















정말 놀라왔던 것은 1956년식 벤츠 300SL 걸윙 쿠페의 동승기회까지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얼바인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클래식 센터에서 가져온 차로 뛰어난

관리상태를 보이는 차입니다.  



오래된 차인만큼 노면요철에 따라 털썩거리는 느낌이 있으면서도 50년이 넘은 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한 동력성능을 보여주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임러 벤츠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회사인 만큼 그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수많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클래식카에 대한 지원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벤츠 클래식 센터에서 클래식으로 인정되는 차는 생산 종료 후 20년이 지난

모델부터라고 하는데 이런 차들의 부품도 클래식 센터를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1930년식 SSK의 플라이휠이 망가졌다면 클래식센터를 통해 그 당시의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제작한 새 부품을 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일반 기계공작소에 주문하여 만들수도

있겠지만 클래식센터를 통해 만들어진 부품은 벤츠의 로고가 들어간 순정품인만큼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는 클래식카 세계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트랙데이의 마지막은 Tommy Kendall씨가 모는 메르세데스 벤츠 CLK63 AMG 블랙 시리즈에

동승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Tommy Kendall씨는 IMSA (International Motor Sports Association) Camel GT 클래스로

레이스에 입문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뒤 SCCA(Sports Car Club of America) 트랜스앰

시리즈에서 명성을 날린 레이서입니다.  트랜스앰 시리즈에서 4시리즈의 챔피언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97년에는 2회를 빼고는 출전 레이스에서 모두 우승하기도 했죠.  

그는 뛰어난 드라이빙 실력, 훤칠한 외모, 뛰어난 화술등으로 레이서에서 은퇴한 뒤로는

레이스 해설가및 자동차 관련 TV의 호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참고삼아 Tommy Kendall씨가 호스팅한 Speed TV의 Test Drive 영상중 하나 첨부합니다.









키가 190이 넘는 타미 켄달씨와 한국인 평균신장에 못미치는 제가 사진을 같이 찍으니 꼭 합성같군요.


정말 이틀이 어떻게 지나갔나 모를정도로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