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영준입니다.

 

얼마전 F30 320d 전손사고 경험을 올렸었는데, 많은 분들께서 조언해주신 덕분에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고 이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적어볼까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였기에 이곳에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달 전 320d를 잃은 후 전손 금액으로 2,200만원을 지급 받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직 자녀는 없지만, 차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기에 하루 빨리 새 차가 필요했습니다.

서킷용 투스카니를 데일리로 쓰자니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전손 금액에 몇 백만원을 더 보탠다고 생각하고 다시 고된 차량 물색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 중 베스트는 역시 F30 320d 더군요.

하지만 좋은 매물을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죠.

 

그러던 중 저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금 다니는 회사를 곧 퇴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교통사고와는 무관하게 평소 갖고 있던 질병과 관련된 것이구요. 당분간 국내와 해외에서 요양을 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동안 아내는 계속 출퇴근을 해야했기에, 자연스래 아내를 위한 차를 구입하는 것으로 목적이 바뀌게 됩니다.

제 퇴사로 인해 자연히 차량 구입 예산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1천만원 초반대의 닛산 큐브 중고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이었습니다.

평소 큐브의 디자인을 선호했던 아내이기에 어느정도 예상했던 대답이었지만 막상 큐브를 구입한다고 생각하니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큐브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차의 기준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모델입니다.

1천만원 초반이면 조금 더 편하게 탈 수 있는 국산차량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국산차량을 구입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 근거 중에는 옳은 내용도 있었지만, 과장된 내용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를 위한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기에, 옳건 그르건 아내의 생각을 백번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직접 스티어링을 잡고 페달을 밟게될 차이니까요.

 

그렇게 아내의 기호를 존중하기로 결심한 후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큐브를 구입하는 것이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아내가 큐브를 운용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블루투스도 없고 후방카메라도 없는 모델이지만, 하나하나 직접 달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뇌이징이 된걸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곧 본인만의 차가 생긴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간 너무 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들만 아내에게 주입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더 좋은 차는 세상에 많습니다.

금전적으로 더 여유있는 상황이라면 아내 역시 다른 차량을 고려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아내의 기호에 맞는 차량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행운이라고 여겨집니다.

 

차를 보는 기준은 다양하고, 차를 운용하면서 느끼고자하는 감성은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것.

그 선호들은 모두 소중하고, 존중받아야한다는 것을 제가 잊고 있었던 것 같네요.

 

다음주 중으로 상태 좋은 큐브를 한대 입양할 것 같습니다.

"큐브는 내 차고, 나중에 넌 니가 좋아하는 차 사"

오늘 아침에 들은 이 말에 기분이 좋아져 주저리 글을 적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