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파트 주민중 노인분이 주차하다가 저희차를 살짝 박았습니다.

물론 제가 며칠후에 CCTV 돌려서 잡았지요, 수차례 경험한 일이라 화가나지도 않고

그냥 인간이라면 수치스럽겠지? 하며 사과 받고 차만 고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

(마음은 동네방네 소문내서 창피하게 만들고 싶습니다만....)

 

 여튼 저는 증거를 잡으면 가해차량에 메모를 남깁니다.

서로 얼굴봐야 불편하고, 감정도 그렇고 하여 연락달라고 정중히 써 놓습니다.

 

 CCTV를 보면 차를 박고 바로빼서 다른곳에 세운 다음 박은 부위를 보고 가는것도 나오는데....

전화가 오더니 '기억은 안나지만 미안하다'고 합니다.

(기억이 안나는데 미안할 수 가 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ㅗ)

 

 그.런.데. 이번에는 증거가 있음에도 발뺌을 하다가, 시간을 끌다가,

'고쳐는 주겠다, 대신 기다려달라, 견적서도 가져다 달라, 200이하로만 고쳐라....'

등 주문이 많습니다. 나이가 많은 X이고, 좋게 해결하고픈 생각에 다 해주었습니다.

 

 견적서가 220이 나왔는데 3~4일 걸린다고 하니 렌트비를 추가하면 300 남짓 입니다.

수리비를 좀 줄이고 국산차로 렌트를 해도 230~240 나올것 같아서,

 보험사에 미수선처리를 요청했습니다.

150 남짓 딜해서 100정도 주고 타업체에서 고치고, 2~3일 렌터카를 이용할 생각 이었죠.

 

 제 생각에는 적어도 가해자에게는 최선의 해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 직원에게 그렇게 해주지 말라며 입고 시키라고 했다네요....

보상과 직원도 그렇게 하면 손해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이상하다고 합니다.

 

 그러고 저한테는 '주민끼리 그러는거 아니다' 라고 하더군요 ㅎㄷㄷ

주민끼리는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끼치고 도망가는 것은 맞나보네요.....

왜 자기 잘못을 늬우치지 못할까? 왜 수치심 마저도 없을까?

'6~70년을 저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까?' 하는 생각에 너무 안타깝습니다.

 

 굉장히 줄여서 기분상한 일들을 꽤 빼고 썼는데....

아마도 자신의 파렴치한 행동이 처벌 받지 않아서 인듯한 생각도 들고.....

이 나라 법이 문제여서 의식수준이 저 모양이란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정중한 메모를 가해차량에 써놓고 왔습니다.

솔직히 그냥 제 보험으로 자차 처리하고 구상권 청구할 것을....하는 후회가 듭니다.

 

아래는 제가 오늘 남긴 메모입니다.

 

 먼저 본의 아니게 어르신을 번거롭게 해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아직 경험이 미천하여 의미를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었나 싶어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됩니다.

 어떤면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항상 합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마음을 생각하기보다는 사안의 해결책만을 최적화하려는 마음이 앞섰던거 같습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개인적인 손해를 생각하기보다는 가장 좋고 안전한 해결책만 고민하여

말씀을 드리다보니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번일을 계기로 어르신께 손해가 덜 가도록 고민하여 보험에 대한 설명도 드렸었고,

큰차를 타고다니시는 어르신을 생각하다보니 전에 말씀드렸던 주차보조장치(후진시 센서가 작동하는 사제품)를

설치해 드릴까도 생각 했었는데, 제가 너무 긍정적으로만 사안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공상으로

앞서나간것 같아 다시 한번 저의 오지랖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안만을 생각하는 우를 범한 몇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어르신이 먼저 견적서를 받아달라고 하셨고, 공신력을 위해 정식 A/S센터에서 견적서를 발급 받았습니다.

  1) 혹여라도 견적서를 보험사가 입수할 가능성을 배제하려, 몆가지 정보는 지우고 복사하여 전해드렸습니다.

  2) A/S센터의 모든 정보는 전산상 차대번호 관리되기 때문에 보험사고로 재입고할 경우 염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2. 이미 알고 계시곘지만 '미수선처리'란 보험사가 일반 견적이 실제 차량의 수리비에 7~90%를 차주에게 지급하고

  차량 수리에 대한 부분을 보상주체인 소유주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1) 이렇게 될경우 제가 먼저 말씀드린것과 같이 할증한도내에서 처리 되도록 마무리가 가능하고, 

    수리기간 동안의 렌트비도 소유주가 감수하므로, 추가로 비용 발생이 되지 않으므로 제안드린 것입니다.

  2) 그렇지 않을 경우 수리나 렌터카에 대한 비용이 얼마가 나오던간에 보상을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자에게 할증을 하면 그만이므로 비용이 어떻게 지급되던 배려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보험 가입자가 일정한도 이상의 비용은 보험사에 지급하여 할증 점수를 낮출수 있습니다.)  

  3) 정식 A/S 센터가 아닌곳에서 수리할 경우 향후 차량에 대한 10년 부식 보증을 받을수 없는점이 해가 되지만,

    저는 아마 그렇게 수리를 하였다면 그 또한 어르신께 결과를 알려드렸을 것입니다.

    (이 부분을 지난주 일요일에 설명 드리려고 전화를 했었습니다.)

 

 3. 분명 어딘가에서 오해가 있었는지 궁금하고 답답한 마음에 불편하지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보험사에게 처리를 맡기겠습니다.

  

 4. 마지막으로 그냥 보험접수 번호 받고 입고만 하면 될것을,

   어쩌면 제 보험으로 먼저 수리하고 보험사끼리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면 어르신께서

   신경 쓸일을 덜어 드렸을텐데, 단돈 몇만원 몇십만원이라도 추가되지 않도록 해드리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 더 중요한 것을 간과 했었나 봅니다. 

 

 

 이립을 지난지 몇년 되지 않아서 아직은 철없는 청년의 글 읽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지지난 토요일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어르신의 오랜 식견과 혜안으로 제가 좀 서투를 뿐, 

저의 의중이 항상 선의 였음은 인지하고 계시리라 믿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앞으로도 가끔씩은 뵙게될텐데 인사 드리면 받아주시기 바라옵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