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부산을 고속도로로 왕복하면서 조금 느낀 바가 있어 적어봅니다.

다름 아닌 고속도로 1차선 주행의 문제입니다. 1차선이 앞지르기 차선이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원칙대로 라면, 이 공간은 추월을 하는 시간에만 점유해야 합니다. 또 추월을 동반하기 때문에 여타의 차선의 흐름보다 (여기서 '흐름'이란 법규가 제시하는 속도 부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빠른 속도로 달려주는 것이 미덕일 것입니다.

그러나 1차선이 일시적으로 점유되어야 하는 공간, 또는 법규상의 속도가 아닌, 평균적인 교통 흐름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주는 '모종의 예의'가 적용되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불가피하게 시간 내에 서울 어느 곳까지 도착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차선에서 나쁘게 말하면 '쏘고 있는 상황'으로, 좋게 말하면 교통 흐름과 차가 허락하는 최고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통량이 적어 소통 상황은 아주 좋았음에도, 로우 빔을 켠 채로 수백 미터 전부터 다가와도, 대다수의 차들이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생각건대, 2차선과 3차선의 교통이 원활한데도 "나는 규정 속도로 달리고 있으니까 1차선을 달려도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로 보였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독일 아우토반이나 이탈리아 아우토스트라다 등 유럽의 고속도로에서는 1차선에서 후행 차량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달려올 경우, 대부분 거리낌 없이 비켜줍니다. 1차선은 추월의 경우 내지는 빠르게 달리는 임시적이고 상대적인 공간이므로, 이들 공간의 권리 우선 순위는 속도가 지배한다는 사상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우리네 고속도로 달리기 문화에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1차선에서 좌측 깜박이를 켠 후행 차량이 접근하면 길을 내어주자" 입니다. 1차선에서의 좌측 깜박이는 "저기 앞에 가시는 분, 더 이상 추월할 차선이 없으니 길을 조금 양보해 주세요" 라는 의미입니다. 알아서 비켜주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후행 차량도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유럽의 1차선 문화를 좇는 차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른바 '1세대 운전자'가 문제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 의미와 경계가 불명확하지만, 쉽게 말해 아저씨 풍으로 느긋느긋하게 달리는 분들을 말합니다. 1차선을 점유하는 이기적인 1세대 운전자 무리들이 도로의 현역에서 물러나야 평균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지요.

내용이야 1세대 운전자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만, 1차선에서의 좌측 깜박이가 갖는 의미가 널리 전파되어 모든 운전자들이 다 아는 "고속도로 비상 깜박이 문화" 처럼 통용될 수 있는 에티켓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