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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하면서 눈을 떴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바깥을 내다보니 이렇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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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결정하기 쉽지 않은 노면 컨디션이었습니다.

당장 비는 안오는데 노면은 보시다시피 흠뻑 젖어있었구요.. 그나마 배수가 되는 GP 써킷이 저 정도면

총 길이 20킬로미터가 넘고 고저차 300m 에 달하는 산길과도 같은 북쪽코스는 더 심할터였지요..

 

하지만 결국.. 예정대로 뉘르 렌터카를 빌려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냥 느낌이었습니다. 날이 풀릴 것 같은...

 

그렇게 호텔을 나서 도착한 곳이 Rent Race Car 였습니다.  대외적으로 꽤 알려져있는 뉘르 렌터카 업체이고,

스즈키 스위프트부터 GT3 클럽스포츠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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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차종은 E46 325i SMG.

여기서 꼭 언급하고싶은 점이,, 제가 저 차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어차피 이 리뷰의 목적은 코스 경험 자체보단 그 외에 준비할 점들과 팁이니까요^^;

 

1. 제 차와 같아서 ->

    물론 20마력의 파워 차이는 있지만 약 3년을 타온 차와 완전히 같은 차체에 스티어링 장치, 실내에서 주는 정보들의

    가독성/가시성, 차량의 움직임, 엔진 반응 등등.. 이, 뉘르 초행길인 저에겐 심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제 운전하고

    각종 상황에 대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2. BMW 이기 때문에 ->

    아시다시피 뉘르는 오래전부터 BMW의 안마당 같은 곳으로, E46 의 개발에도 분명히 뉘르의 테스트는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뉘르를 딱 한 번 달릴 수 있다면 전 언제든지 BMW를 택할겁니다.

 

3. 후륜이라서 ->

    저는 후륜만능주의는 아닙니다만 스태빌리티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AWD나 FF 보다 더 큰 즐거움을 더 안전한 속도 영역

    에서도 줄 수 있는것이 후륜이라고 생각해오고있습니다.

    더 안정적이고 빠른차로는 같은 가격에 GTI나 최신의 시로코 R 도 있었습니다만,, 결국 E46을 택하게되더군요.

 

4. 안정장치에 대한 믿음 ->

    DSC와 EBD/CBC 같은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 더 나아가 노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묵직하게 받아내는 차체와 서스펜션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써킷 주행이라면 그런 장치를 끄고 달리는 것이 차 움직임을 더 잘 알 수 있고

    타임도 잘나온다는 통설이 있지만,, 뉘르는 그런 개념을 적용시키고 뛰어들기에는 너무나 거친 곳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서 수동이 아니라 SMG라는 점도 한 몫 했구요. (수동의 경우보다 신경쓸 것이 적지요)

     

5. E46을 뉘르 세팅으로 해놓은 차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

   저 역시 제 차를 나름 구미에 맞게끔 만져놓고 타고있는 터라, "뉘르만을 달리기 위해" 만져놓은 E46 세단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아무튼 그렇게 차를 빌려나오는데요,

업체 사장님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이 이미 다 아는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주시더군요..

(니가 다른데서 경험이 많을지 몰라도 노르드슐라이페는 완전히 다르다.. 절대 첫 주행에 무리하면 안된다. 코너의 대부분이

블라인드다. 지금 비는 그쳤지만 노르드슐라이페는 20킬로가 넘기 때문에 여기는 비가 안와도 다른 곳은 비가 올 수 있다 등등등...)

제게 차를 넘겨준 직원까지도 똑같은 소리를 하면서 "돌아올 때 차를 한 덩어리로 반납해줬음 좋겠어요" 라는 말을 자꾸 되풀이...

ㅡㅠㅡ; (같은 업체를 이용하신 김정률님도 같은 경험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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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빌린 325i의 실내입니다. 앞부분은 인테리어가 그대로 남아있네요)

 

그런 짜증도 잠시,, 뉘르 세팅의 E46을 몰고 나오면서 받은 첫 인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운전석 뒤로는 인테리어가 모조리 삭제되어있고 롤케이지 장착,

빌스타인 서스에 브레이크 튜닝.. 4점식 벨트와 풀버킷..

캠버 조절 플레이트로 세팅된 프론트의 마이너스 캠버

 

원메이크 레이스카를 타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습니다.

모조리 삭제된 인테리어와 롤케이지 덕분에 악셀 페달을 밟으면 뒷데후에서 동력을 받아 바퀴로 쏴주면서 치고나가는 느낌이

뒷골을 타고 소리와 진동, 가속도를 통해 생생히 전달되는... 차가 살아있는 것 같더군요.

깨져있는 풋레스트와 헤어져있는 버킷시트는 이 차가 9만킬로를 견디면서 어떤 일들을 겪어왔을까 생각나게했습니다.

 

그렇게 Zufahrt Nordschleife 에 당도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노면엔 물기가 있는 상태였구요,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부산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생각보다 일찍

첫랩을 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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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시면 전광판에 노르드슐라이페 전구간에 미끄럼 주의 경보가 떠있습니다.)

 

"첫랩에 무리하지 말자"라고 자신에게 되뇌이며, 동승한 와이프에게도 "내가 페이스를 높이면 날 막아줘" 라고

마눌리밋까지 걸어놓고서...  

 

 

엉터리 라인을 욕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실력이고, 게다가 관광모드에 가까운 주행(3단기어 위주)이어서요^^; 

 

동영상 중간중간에도 나옵니다만,, 절대 앞차를 추월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앞서가던 Rent Race Car의 스즈키 스위프트

무리를 따라가며 저렇게 주행을 마쳤습니다. (스위프트가 자꾸 길을 비켜줄려고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이 보입니다.)

약 9km 지점엔 물에 흥건히 젖은 구간도 있었고 후반엔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타고나서 드는 생각은 "어?괜찮네?" "내가 드디어 뉘르를!! ^*^" 그리고 "한 랩 더 달려야지" 였습니다.

그 만큼 "의외로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영상에서도 언급되지만, 그란투리스모("게임")에서의 경험이 제 경우에 있어선 상당부분 도움이 되었습니다.

게임에서의 영상이 실제 보는것과 오버랩되면서 이 다음에 어떤 코너들이 이어져나오는지가 파악이 되는것이었죠.

물론 모든 코너를 외울 정도의 그란 고수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 날을 위해서 닦아온 칼날이 먹히는구나.. 하는 만족감에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실제 달릴 때는 게임과는 달리 뒤에서 날아오는 차들을 항상 예의 주시해야한다는 점..

(마치 아우토반 1차로를 달릴 때 그 이상으로 뒤쪽에도 상당히 신경써야합니다.)

그리고 노면이, 특히 브레이킹 포인트부분이 거칠다거나 역뱅크가 있다거나 고저차로 인해 머리가 아찔해지는

기분은 게임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연석 밟는 것도 조심해야하고요. (밟으면 안되는 코너들이 있습니다.. 특히 고속주행시에요)

 

첫 랩 후에 돌아본 주차장 전경도 구경하시지요.

 

 (1분 부분에서 독일어로 "아흐퉁 아흐퉁~" 하면서 뭐라고 하는데,, 무슨뜻이죠?)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4시간 동안 빌려주면서 보통 4랩을 돌 수 있다고 합니다. (기름이나 집중력, 기다리는 시간 등등)

저는 애초에 2랩, 많으면 3랩을 계획하고 왔고, 이대로라면 무난히 계획대로 할 수 있을것 같았지요.

 

숨돌릴겸, 와이프의 멀미 기운도 가실겸 해서 주차장 구경에 나섭니다. 주차장 자체가 카쇼장이 따로 없었는데요,

뭐 이 때쯤 되어서는 르망과 독일 자동차 박물관을 모두 돌고온 후였지만,, 진짜 "꾼"들의 차는 여기 다 모여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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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 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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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와 포르쉐 GT3는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차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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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2 실제로 처음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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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3 RS도 뉘르의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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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도 위에 M3처럼 BBS CH를 달고있네요. 포르쉐엔 LM이 많이 끼워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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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드림카이기도한 란치아 델타 HF 인테그랄레 16v 에볼루치오네도 왔더군요....상태 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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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저런 분위기입니다. 주차장은 노르드슐라이페 진입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형성되어있습니다.)

 

사진에서도 보입니다만, 시간이 갈수록 하늘도 맑아지고 노면도 상당부분 말라갔습니다.

두 번째 랩을 위해 들어갈 때 쯤엔 벌써 첫 랩에 비해서 차량도 상당히 많아진 상황이었죠.

 

안타깝게도 두 번째 랩은 동영상이 없습니다. 첫 번째 랩에서 와이프가 "이 다음 랩에선 안찍는다" 한데다가,

원래 롤케이지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들어갈 예정이었으나(김정률님께서 알려주신 방법..)

당일날 노면상태 때문인지 검사가 까다로웠죠..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사실 제가 원하던 바의 상당부분은 첫랩을 통해

이미 만족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뉘르를 "공략"할 정도로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40랩은 뛰어야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어차피 공략을 제대로 못할바엔, 사실 난생 처음 랩의 동영상이 가장 의미가 있을것 같았고, 이미 그걸 이뤘기 때문이랄까요...

 

 

그렇게 부담없이 들어간 두 번째 랩...

그 순간순간을 글만으로 표현하기에는 제가 너무 부족합니다..ㅜㅠ

다만,, 제게 익숙한 코너들에서 페이스를 올려서 달렸던 몇 번의 순간은 평생 못잊을 것 같습니다.

 

타이어의 비명을 리듬삼아 달렸고,,, 그러다가 한 번 코너 탈출가속하면서 역뱅크와 불규칙한 노면으로 인해 점등된 계기판의

DSC 경고등...   또, 무리한 진입으로 코너 중간에 브레이크를 두 번 짧게 밟아 라인을 수정해야했던 순간...

비록 권영주님이나 김정률님처럼 전체 랩을 일정한 페이스로 달릴 실력은 안되지만,, 그냥 그정도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GT3 RS 흰색 한 대가 노면을 개의치않는듯 폭발적으로 지나쳐가자, 저도 모르게 페이스가 마구 올라갔던 때...

뱁새가 황새 따라갈려고 한다면서 마눌리밋이 걸렸던 기억... 새록새록하네요.

 

그러다 어느덧 9km 지점,,, "Bergwerk"라는 코너에서 엄청난 광경이 저를 기다리고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약한 내리막 좌코너 이후에 타이트한 오르막 우코너가 나타나는 부분인데,,

좌코너를 돌아보니 왠 사람이 뛰어나오면서 손을 휘젖더군요..

'사고구나' 직감했습니다. (사실 코스 초반에도 오토바이 2대와 GT3 RS 한 대가 사고로 서있었구요..)

눈에 들어오는 광경.. 먼저 도로 위에 이리저리 흩뿌려진 젖은 흙들

우측에 서있던 르노 해치백은 프론트가 사라진 상태..

좌측에 서있던 랜서 에볼루션은정확히 B필러 부분에 직격을 당해 T본 되었더군요.

더 놀라운 것은 방금 저를 지나쳐간 흰색 GT3RS까지 거기 뒤엉켜있는것이었습니다.

그 외에 두 대까지, 총 5대가 뒤엉킨 대형 사고가 제 바로 앞에서 터진것이었죠.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 하나는 도로가에 있던 여자 관람객?/탑승자? 한 명이 얼굴을 감싸쥐고 충격에 휩싸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BMW M 에서 쓴 노르드슐라이페 공략집에 보면 Bergwerk 코너에 대해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젖어있을 때 조심하라: 이 부분이 새로 포장되긴 했지만, 하루중 거의 언제나 그늘이 져있기 때문에 트랙의 어느 구간 보다도

늦게까지 젖어있게된다. 비가 올 때는 악셀 페달이나 언더스티어에 더더욱 민감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석과 방호벽으로

곧장 향하게 되어버린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이 되실겁니다. 트랙 노면이 말라있는걸 보고 주의하지않고 페이스를 올리던 차들이 갑자기 나타난 젖은

노면에 미끄러져 뒤엉킨것이죠.. 게다가 두 개의 연속되는 블라인드 코너에다 고저차까지 있기 때문에 뒤에서 오던 차도

페이스가 빨랐다면 피하기 힘들었을겁니다.

 

그런 광경을 지나치면서도 다행이었던건 오일 스필이 없었고, 미리 속도를 줄여서 뒤엉키지 않은 것, 그리고

심리적으로 큰 영향 없이 주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로 이어지는 카로젤에서는 탈출속도가 70km/h 였고, 막판에  카로젤 비슷하게 생긴 슈발벤 슈반츠에서는

계기판을 보니 90km/h로 탈출하는 정도의.. 페이스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주행을 마쳤습니다.

 

두 번째 주행을 마칠 즈음에만해도, 저 혼자만 한 번 더 달려볼까 했습니다만,,

결국 그것으로 저의 뉘르 주행은 마감이 되었습니다.

좀 전의 사고 수습 때문에 게이트가 닫힌 것이었죠.

 

게이트가 닫히자 주변 주차장에 모인 차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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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서있던 알피나 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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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자리를 뜨는 노블과 GTR)

 

주차장에서 기다려봤지만 열릴 기미는 보이지않고, 오히려 소나기만 몰려다니더군요..

결국 시간도 빠듯해서 깨끗이 포기하고 차를 리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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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t Race Car 앞에 무사히 도착. 옆엔 다른 고객들이 두고간 차들이 서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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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렌트카인 120d 옆으로.. 카레맛 쥐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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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러시아에서 온 엔초..

 

저 차의 오너들이 빌려간 차가 뭘까 물어봤는데요, 바로 GT3 클럽스포츠.. 반나절에 BBS 18인치 휠타이어값을 내면서

포르쉐를 빌려가는 사람들이 저런 사람들인거죠... ㅎㄷㄷ... GT3는 엔초 타는 사람의 장난감인건가요? +_+;

 

 

 

 

그렇게 저의 뉘르 여행기는 끝이 났습니다..

 

 

 

 

 

 

 

 

 

 

 

 

 

 

 

 

 

 

 

 

 

 

 

 

 

 

 

라고 한다면 뭔가 빠진것 같으시죠?

바로 BMW 링택시... 이 이야기는 다음 리뷰에 뉘르 여행의 다른 팁과 함께 써보겠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여기서 줄입니다^^;;)

 

길고 산만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제 주행영상을 보시면 브레이킹 시에 저더 소리같은... 드드드드 소리가 나는데요, (진동도 있었습니다.)

이거 설마 디스크 변형일까요? 아니면 브레이크를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업체에서 저렇게 해놓은것인지.. 제 지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