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독일의 재무장관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엔진을 판매할 수 없다는 EU의 합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독일의 관심과 실천과 비교했을 때 전기차 시대로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표명한 것이기에 그 파급과 배경에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발표에 대해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정속에서 독일이 마주하게 될 부작용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번째
독일은 노조의 파워가 막강한 그런 나라입니다. 상생이 실천되는 경우이기에 독일의 자동차 회사의 노조의 관계는 겉으로는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Hire & Fire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북미와 비교해 유럽은 한번 뽑은 인력을 해고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독일 폭스바겐 본사에 근무할 때도 직무능력이 떨어지고 적응을 하지 못하는 인력을 해고하기는 커녕 불이익을 줄 수 없으며, 끊임없이 상담과 재배치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으면 일을 아무리 못해도 퇴직할 때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근로자의 천국과 같은 회사였습니다.

전기차의 조립은 내연기관 차를 조립하는 인원의 1/3의 인원이면 충분합니다.
테슬라처럼 처음부터 EV를 만드는 회사의 생산인원은 처음부터 최적화되어 시작되었지만 전통의 자동차 회사들은 결국은 생산 인력 2/3의 감축을 통해서만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최근 해임된 폭스바겐 전 CEO 헤르베르트 디스의 3만명 감원 발언이 노조를 자극했고, 하루아침에 감독이사회의 결정에 의해 전격적으로 경질되었습니다.
참고로 경영진의 선임 및 해임 권한을 가진 감독이사회 20명 정원 중 10명이 노조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회사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무거운 생산인력에 대한 감원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어려운지에 대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두번째,
내연기관의 쇠퇴는 독일내 유수의 부품회사들에게는 큰 타격을 줍니다.
보쉬, 지멘스, 컨티넨탈과 같은 회사들이 가진 기술적 자산이 수요의 감소로 인해 쇠퇴할 수 밖에 없고, 수출로 먹고 사는 독일의 경우 비교 우위에서 차별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보쉬코리아의 감원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 조만간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미 보쉬의 한국은 물론 전세게에서의 영향력은 이미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세번째,
현재 배터리 공장이 우후죽순 늘어나지만 원재료에 대한 확보에 대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어 궁극적으로 2035년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배터리가 생산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폭스바겐 역시 같은 전망으로 완제품으로서의 배터리 가격 상승은 기업의 마진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원재료 확보에 대한 숙제가 작지 않음에 대한 고백을 내비추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원재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입니다.
대부분의 배터리 회사들의 배터리 제조를 위한 4대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의존도는 50~70%인데, 지난번 요소수 대란을 생각해봤을 때 중국은 언제든 원재료를 무기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발빠르게 배터리와 관련된 소재는 물론 생산과 관련된 인프라를 조기 구축시켜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수요의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게 된 것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중국은 어느 시점에 분명히 이에 대한 무기화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시키고 전세계를 컨트롤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봅니다.

독일의 입장에서 독일이 가진 기술에 대한 상징적인 비교우위를 누리는데 있어서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원계획의 실행 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 자국 핵심 부품회사들의 쇠락, 그리고 자원의 무기화 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하는 취약한 포지셔닝.

독일내에서는 EU의 탄소배출량 관련 내연기관 차량 퇴출 목표는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지 실제로 소비자들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나라들이 재정규모와 수준이 모두 다른데 2035년으로 시한을 못박는 것에 반발하는 나라들이 점차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불가리아, 루마니어, 이탈리아, 포르투갈이 대표적인 나라들인데, 이들은 아직 12년 이상 남았지만 현실적으로 그 파급력을 견딜 수 없음을 깨닫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동화가 실제 소비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희망적이지 않은 이유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고 봅니다.
EV의 가격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슬림한 생산 구조속에서 생산되어야 하는 높은 생산 효율이 받쳐줘야하고, 원가가 떨어져 배터리 자체의 가격이 낮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 모두 기성 자동차 회사에게는 쉽게 이루지 못하는 한계성이 분명합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 역시 전기차 회사로의 전환을 예고하지만 정작 인원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는 못하고 결국 자연감소쪽을 택한 듯 보입니다.

배터리 원재료의 가격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도체 대란과 같이 생산량이 제한되거나 혹은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만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 자체가 가격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궁극적으로 EV가 대중화되는데 있어서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냐에 대한 여러가지 눈에 보이는 허들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겠다는 계획인데다가 제가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전기차 보조금은 형성평에 어긋나며 유류비에 천문학적 세금을 내고 있는 내연기관 운전자들에 대한 가혹한 역차별이라는 인식이 점차로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전기차의 소비자 가격을 생각했을 때 이런 차를 살 수 있는 부유층에 내 세금이 낭비된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도 분위기는 여러가지 형태로 바뀔 것으로 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독일 재무장관의 EU합의에 대한 반대 입장은 좌우 살피지 않고 앞만보고 달려가는 전동화 정책의 다양한 부작용을 한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발표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발언은 이것만이 아닌 원전 찬성에 대한 의견도 있어 독일의 탈원전이 가져온 재앙과도 같은 전기료 폭등으로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독일 국민들의 원전 찬성이 반대의 2배가 넘게 바뀐 인식등 독일이 독일답지 않게 에너지와 관련하여 전근대적인 접근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반성도 약간 섞여 있는 것 같아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에너지와 같은 중대한 정책의 변화는 각 나라가 가진 산업적 구조에 유익해야만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국으로서의 위상, 한국의 중공업에서의 강점과 인프라, 높은 수출의존도, 한국의 자동차가 전세계에 수출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수백 수천 부품회사들의 생태계 등을 고려했을 때 전동화 정책이 국내의 자동차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에 과연 장기적으로 유익한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스터디는 반드시 정치를 배제하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