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많이 타보면 타볼수록 두가지 현상이 저의 심리를 자극시킵니다.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내적 주관이 더욱 더 단단해지고, 진정으로 소유하고 싶은 차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는 반면,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고하는 전자의 현상과 전혀 상반되는 심리도 함께 작동합니다.

두 상반된 심리중에서 첫번째 의지가 아직까지는 훨씬 강하기 때문에 한번 구입한 차를 자주 바꾸지 않고, 아무리 빠르고 좋은 차를 사도 맘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두번째 심리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맘을 흔들때가 많은 것도 인정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차는 제 성격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느릿느릿 행동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 결정을 미루는 것 역시 제가 싫어하는 행동입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동원하는 저는 샤워를 위해 보일러를 켜고 5분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그 5분이 알차야하고, 컴퓨터를 켜고 부팅이 되는 순간에도 절대 컴퓨터를 멍하니 쳐다보는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급하고 보기보다 엄청나게 다혈질이기 때문에 차가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운전은 패턴이 중요하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위기대처능력으로 무장한 운전자는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빨리 달리는 것에 비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달릴 수 있습니다.

차량의 상태가 완벽하다는 조건하에서 고속주행은 여전히 많은 책임이 따라야하지만 필요에 의해서 고속으로 주행을 해야하는 때가 전 상당히 많습니다.

길이 뚫려 있고, 차가 없는 길을 연비테스트하는 과정을 제외하고 천천히 달리는 것은 기름을 아낄 수 있어도 시간이 아까워서 밟게 되는데, 이때 적당한 출력이라는 수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일단 220마력 정도 되는 차들은 180-200km/h 아주 쉬운 속도이지만 200km/h로 가다가 길이 더 좋아지고 차도 없네하면서 밟아서 230km/h까지 올리려면 패달을 깊숙히 꾹 밟아야 합니다.

겨우 속도를 240km/h부근까지 올려놓았다가 제동을 걸어야하면 '어떻게 올려놓은 속도인데' 하면서 아깝기도 하고, 다시 또 올리려면 심적으로 한숨부터 나옵니다.

반면 300마력대 차들은 200km/h에서도 발에 살짝 힘을 주는 것으로 230km/h를 쉽게 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비슷한 속도를 220마력짜리로 달리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안정감이 있습니다.

제동을 걸어야하는 상황에서도 워낙 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자체가 적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달릴 수 있는 도로나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그리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길이 확실히 열렸을 때 1,2분 정도 시원하게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차가 전 좋습니다.

스포츠카보다는 고성능 세단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동일한 거리를 달려도 덜 피곤하고 주행안정성에서 스포츠카는 잘만든 스포츠 세단을 능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긴장감이 덜한 대신 서킷에서는 덜 재미있지만 그래도 고출력에 안정감 있게 안전하게 달리는 것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합니다.

빠른차가 항상 좋은 차는 아니지만 꼭 왠만큼 빠른차를 타야 정신적으로 덜 늙는 저같은 부류에게는 빠른차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워낙 수입 중고차들도 많고해서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출력이 큰 차를 가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졌습니다.

바쁘고 시달리는 삶속에서 기쁨을 주는 아이템을 찾을 수 있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차가 기쁨을 주는 원천이라면 차에 투자하셔도 됩니다.
얼마나 많이 그것을 활용하고 기쁨으로 승화시키느냐가 투자 대비 output이니까요.

어딘가 쉬러갈 곳, 함께 즐기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큰 차이가 있지 않나 감히 생각해 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