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7월17일경 QnA란에서 우천시 전륜구동차량에 새 타이어를 갈아낄때에는 뒷바퀴에 새바퀴를 끼는 것이 맞다는 화두를 읽고 '오오.. 희한하군하'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실용적인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어제 제가 바로 그 상태를 실감할 일이 있었습니다. 실용적인 내용이더군요 - -;;;;;

새벽 6시 분당에서 차를 출발했습니다. 10시까지 함안에 가야하는 일정이었지요.
최근에, 분당의 남쪽끝 무지개 마을쪽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 43번국도를 크로스하여 구성-동백지구로 연결되는 길이 일부는 고가와 터널로, 일부는 지하로 쭈욱 시원하게 연결되었습니다. 아직은 차가 별로 없어서 그야말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애용하고 있는 길입니다. (구성 톨게이트로 연결되면 정말 완벽뽕인데.. 하는 아쉬움이)

43번국도를 교차하고 터널을 지나는 시점... 이 새로난 길이 옆으로쭈우욱 휘는 지점에서 길 만든 사람들이 바닥에 장난을 쳐놔서, 뭐랄까, 대나무 마디 지나듯 짧게 색깔이 다른 부분을 지나게 되는데, 비가 흥건히 오니 이부분이 희한하게 미끄럽더군요. 마치 젖은 금속을 밟는 기분이랄까.

살짝 꺽은채로 유지하는 핸들이 그부분을 지날때마다 살짝 살짝 비틀거리더니, 한번 피쉬테일이 왔는데, 솔찬히 당황될 정도의 휘청거림이 오더군요. 멀리 뒤에 따라오던 하얀색 차량, 그런 저를 보며 브레이크 밟다가 그쪽도 콘트롤 난조를 겪습니다.

마침 제차의 상태는 며칠전 바퀴를 갈아끼워서 앞바퀴에 새것을 달고 앞에 쓰던것을 뒤로 옮긴 상태. 뒤에 쓰던 타이어는 버렸지만 암튼 당시 트레드가 거의 다 나갔을 정도로 심각했었죠.

테드에서 읽은 글이 딱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그글을 읽고 "그렇다고 해서 장마철이라고 앞뒤 타이어 바꿔달았다가 장마 끝나면 또 갈아달고 할수는 없는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번 그렇게 흔들리고나니 그순간에는 무척 심각하고 절실해져서 "아아~ 장마철에는 앞뒤 바꿔야해. 이런, 심각한걸? 막상 귀가해서 한숨자고 나면 귀찮아져서 안갈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귀가해서 한숨 자고나니 현재는 "뭐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방정을 떨었다지^^?" 싶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그러고 나니 이제 고속도로 올린후로도 계속 소심해지기 시작합니다.
고속도로도 많은 비로 흥건히 젖어있었죠. 예전같아서는 신경도 안썼을 미세한 미끄러짐에도 계속 신경이 쓰이고, 속도를 못내겠더군요.

그렇게 고속도로를 타고 함안에 거의 다 왔을 때였습니다.
내리막 왼쪽으로 휜 길 2차선짜리 고속도로의 1차선에서 상당한 속도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 역시 1차선은 이럴때 시야확보가 잘 안되서 정말 싫어" 라고 혼자 털털거리는 순간, 1차선에 사고가 나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머리속엔 "늦었구나" 라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풀브레이크고 뭐고 클릭킹이고 뭐고 없습니다. 엉덩이까지 들어 온체중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2차선으로 피하는데, 2차선은 머지않아 차들이 줄서 있었습니다.

순간, 2차선으로 가기위한 스티어링 때문에 다시 아까와 똑같은 피쉬테일 발생;;;;;;;;
ABS가 두두두두거리며 제 발을 밀어내는 느낌을 다시 누르면서 브레이킹...

...


미치겠더군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뭐 암튼, 사고는 한톨도 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에 서있던 사람들이 황당하게 눈이 똥그래져서 절 쳐다보는 눈빛이 기억이 나고, 뭔가 그 피쉬테일 현상 자체가 제동력을 증가시켜주는 듯하다는 묘한 느낌을 마구마구 받은 기억이 납니다.

여러가지로 순간, 차에는 좀 무리가 오지 않았나 싶지만, 제차야 뭐 항상 그렇죠 ;;;;
요즘은 제차가 오래된 처처럼 안쓰러우면서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