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네시스를 잠시 시승한 소감을 올릴까 합니다.
시승시간이 20여분 밖에 허락되지 않았던 지라 정확한 임프레션이라 하기는 좀 부족하지만, 의외로 아직 제네시스에 대한 시승기가 부족해서 참고는 되리라 믿습니다.
참고로 시승차는 BH380 VIP Pack으로 제네시스에서 완전 풀옵션 모델이었습니다.
항상 시승을 하게 되면, 막연히 차종에 대한 선입관 대비해서 실망을 하기도 하고 더 만족을 하기도 하는데, 제네시스에 대해서는 제법 기대가 컸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디자인
워낙에 디자인은 개인적인 호불호가 나눠지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제 개인적인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그럭저럭 괜챦다는 생각입니다.

A필러에서 B필러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인피니티를 연상시키고, 사이드 몰딩이나 프론트 펜더 부분은 렉서스 GS를, 전반적인 실루엣과 뒷모습은 E60 BMW 5씨리즈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즉 디자인 아이덴터티는 좀 아쉬운 면이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은 완성도는 그다지 나쁘지 않고, 현대로서도 워낙 중요한 모델이다 보니 무리하기는 어려웠으리라 보여집니다.

차종에 따라서는 사진이 실물보다 낫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합니다만..
제네시스의 경우는 실물을 보면 사진과 똑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 보면, 차체의 실제 크기보다 약간 작아 보이기도 하는데,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판매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00C처럼 마냥 커보이는 차를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괜챦았습니다.


2. 파워트레인

워낙 짧은 시간이라 멀리 시승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양재대로 일대와 대치동, 개포동, 일원동 일대에서 밖에 시승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분당 정도는 왕복하곤 했는데, 아쉬움이 좀 남기는 했습니다.

일단, 시동을 걸면 아이들링이 정말 조용합니다.
요즘엔 아이들링 시에 조용한 차도 워낙 많기는 합니다만(NF같은 차도 아이들링 시엔 꽤 조용하죠), 아무리 기준을 높여 봐도 정말 조용합니다.
렉서스 GS, LS 대비해서도 아이들링 시 소음, 진동 등에서 전혀 밀릴 것이 없습니다.
차는 운전자와 같이 호흡해야 한다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는 지라, 시동이 걸렸는지 여부를 타코미터를 보지 않고서는 느끼기 쉽지 않다는 점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지만, 일반 유저들은 상당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3500rpm이하에서는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합니다.
제네시스의 국내 고객들은 대개 이 이상으로 운전하지 않을 것이므로, 항상 조용하다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제 이 영역을 넘어가면 엔진음은 꽤나 직접적으로 들립니다.
람다 3.8리터 버젼은 처음 접하는 상황이었지만(3.3만 NF, TG, 에쿠스 타 본 경험이 있네요), 고회전에서의 음색은 기본적으로 3.3리터 버젼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주 매력적인 음색은 아닐 지라도, 고회전으로 올라가도 음색이 특별히 거칠어지지 않고, rpm 상승에 따라 리니어하게 음량도 증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3500rpm 전후를 기준으로 해서, 두 얼굴의 엔진음을 가지고 있다고 보셔도 됩니다.

풀 스로틀을 해 보면, 고회전까지의 회전질감도 V6 치고는 괜챦은 편이고, 고회전에서의 토크하락도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괜챦습니다.
충분히 290마력이라는 수치에 어울린만큼 호쾌한 출력을 보여 줍니다.
저회전에서의 토크도 충분한 편이고, 스포티한 주행도 충분합니다.
렉서스 GS350 대비해서는 중속 토크가 살짝 모자란 듯 하고, 고회전에서도 살짝 모자란 듯 하기는 합니다만, 일반유 권장사항의 간접분사 엔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드래그라면 모를까, 중속 이상에서는 SM7 순정보다는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트랜스미션과의 매칭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여태껏 격어 본 아이신제 미션은 차종을 불문하고, 항상 변속충격 없이 매끄럽고, 그런대로 토크도 잘 받쳐주며,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인상이긴 했지만, 변속 속도에 있어서는 동급의 ZF제 미션에 비해서 변속속도가 늦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네시스에서는 변속도 역시 매끄럽고, 수동변속 시에는 GS보다 오히려 더 빠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속 6-70킬로에서도 자동 모드로 달리다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5단을 가리키고 있을 정도로 기본적으로 변속프로그램은 빠른 고단 변속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공인연비 9.6km/l의 비결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급가속 시에 스킵 쉬프가 빠른 속도로 변속 충격 없이 이루어지고,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대배기량 차답게 토크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파워트레인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적극적으로 스포티하게 몰아붙이면 연비가 어느 정도나 떨어질 지는 테스트해 보지 못 했으나 상당히 궁금하긴 합니다.


3. 주행 안정성

제네시스의 스티어링 휠은 TG대비 그다지 크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주행 중에 살짝 움직여 보면, TG나 NF 대비해서는 미세하게나마 스티어링이 좀 더 예민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지만, 크게 차이를 보이는 정도는 아닙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시종일관 가볍고, 센터감각이 다소 모호하고, 유격이 어느 정도 느껴지는 현대차의 중대형 이상 모델들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좀 더 스티어링 특성이 재미 있었으면 하지만, 현대차의 차 만들기 특성과 국내 고객들의 취향을 감안했을 때 이해할 수는 있는 부분입니다.

ECS의 스포트 모드가 있다는 것을 시승 막판에야 알았기 때문에, 시승은 오로지 Auto 모드로 이루어졌습니다(개인적으로 무척 아쉽네요).
시속 160킬로 정도까지 가속해 봤을 때, 주행 안정감은 그런대로 괜챦은 편입니다.
렉서스 GS보다는 더 안정감이 느껴지고, 기존 현대차 대비 조금은 나아 보입니다.
크루징 능력은 독일차들만은 못 해도 수준급으로 판단됩니다.

전반적으로 써스펜션은 부드러운 편이고, 잔진동을 불쾌하지 않게 잘 걸러주는 편입니다만, 폭이 좁은 구형 과속방지턱을 좀 빠른 속도로 넘어가 보면, 제대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있습니다.
써스펜션의 스트로크 대비 감쇄력이 너무 약한 것이 원인인 듯 싶은데, 부드러운 승차감을 조금 희생해서라도 좀 더 하드한 댐퍼 감쇄력으로 세팅해 놓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VDC테스트 해 볼겸 과격하게 코너를 돌아보면, 순정 타이어인 던롭 SP Sport 5000 235/50R 18은 만족스럽지 않은 거동을 보입니다.
이 타이어는 OE타이어답게 정숙하고, 제네시스의 우수한 제동력을 잘 받쳐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과격한 코너링 시에는 림폭이 좁아서인지, 아니면 싸이드월이 약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전륜은 쉽게 타이어가 접히는 인상이 느껴지고, 테일이 쉽게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혹시나 해서 다시 시도해 봐도 결과는 똑같더군요.
굳이 국산 타이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성능 차이보다는 마케팅적인 측면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미삼아 드리프트를 즐기실 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전 별로 그 쪽엔 취향이 없는 지라..)
다행인 것은 VDC의 개입 시점이 다른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다소 빠른 편이라는 것입니다.
이 정도 접지력의 타이어와 무른 하체에다가 VDC의 개입시기가 늦은 편이라면, 위험한 순간을 제법 맞닥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네시스에서 가장 아쉬운 면이었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Sport 모드나 ECS가 적용되지 않은 모델에서는 어떤 거동을 보일 지가 궁금하긴 합니다.


4. 실내 공간 , 편의사양 & 유저 인터페이스

시승차는 최고급형 모델이기 때문에, 제네시스가 광고하는 모든 사양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DIS는 상당히 로직이 직관적이어서, 컴퓨터를 평소에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듯 싶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그다지 많은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듯 싶은데, 굳이 DIS가 필요할까 싶은 생각은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렉서스 LS처럼 터치스크린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직관적으로 유저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놓으면 통합 컨트롤러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어찌 되었건 최근의 추세이고, 이에 걸맞는 괜챦은 UI를 개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 오디오에는 별다른 기호가 없는 막귀입니다만, 렉시콘 오디오는 명성만큼 훌륭한 사운드를 제공해 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현대차 순정 오디오 대비 음질이 확실히 맑고 깨끗하기는 했지만, 볼륨을 높이면 트레블이 꽤 증가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냥 FM 라디오를 들어본 것이라 오디오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부족하지만, 마크 레빈슨이 더 좋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실내공간은 전반적으로 TG와 비슷한 크기로 느껴집니다.
후륜차치고 꽤나 넓긴 합니다만, 드라이브 트레인이 지나가는 뒷좌석 중간 좌석에는 역시 초등학생 이상의 체구라면 불편해 보입니다.
레그룸이나 숄더룸은 현대차답게 필요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앞뒷좌석을 막론하고 여유가 느껴집니다.

현대차가 '천연가죽 내장재질'이라고 부르는 가죽 덮어씌우기는 특별히 고급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더라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고, 창의적인 실내 마감으로 느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실내는 공간이나 디자인이 괜챦은 편이지만, 스피도미터나 타코미터의 크기는 좀 더 키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시승차는 시험양산차로 보여지는데(등록증엔 현대자동차 명의에, 목적은 시험운행으로 표시가 되어 있더군요), 실내의 마무리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도어 패널과 차체 패널 사이에 크지는 않지만 분명히 유격이 존재하고, 시거잭과 재떨이를 여닫는 미닫이는 열고 닫을 때 억지로 여닫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무리가 섬세하지 못했습니다.
양산차일 가능성이 높은 전시차에서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체크해 보지 못했으나,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고, 그 정도는 개선된 상태에서 양산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엔진룸도 렉서스 스타일로 깔끔하게 거의 모든 부분을 커버로 덮어 놓았고, 트렁크 공간도 TG보다 조금 작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후륜차 치고는 상당히 넓은 공간을 제공합니다.


5. 가격 & 가치

전반적인 상품성은 감동적이지는 않을 지라도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가격과 옵션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습니다.
참고로 판매는 기본형, 3.8 최고급형, 3.3 최고급형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만..

기본형의 가격은 TG 3.8이 4천만원대에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적당하다고 보여지지만, HID나 리어 파킹센서, 6CDC 정도는 기본으로 돌리고, 썬루프는 옵션으로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3.3의 고급, 최고급형 모델은 그다지 구매가치를 느낄 수 없고, 3.8 기본형이 가장 땡기기는 하지만, 가격이 2-300만원 정도 더 저렴하게 책정했으면 좋았겠다 싶기는 합니다.
DIS는 왜 그렇게 비싼지 잘 이해가 안 가기도 하지만, 굳이 차에서 DVD 등을 시청할 필요를 못 느끼는 저같은 사람에겐 옵션으로 돌려 놓은 것만으로 다행으로 느껴집니다.

현대차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항상 비난이 많이 따라왔고, 최근에는 가격 인상폭이 줄어 들어 다행으로 느껴지긴 합니다만, 좀 더 합리적인 옵션 구성을 해야 앞으로의 비난을 면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6. 총평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편이었지만, 주행안정성이나 내장 마무리는 아쉬운 면이 좀 있었습니다.
어차피 국내에서는 스포츠세단이 아니라 대기업 중역, 성공한 자영업자 및 전문직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루어질테니 고급스럽게 포장할 수 밖에 없기는 했을 겁니다.

괜챦기는 한데, 딱히 구매하고 싶을만큼 끌리지는 않았다..정도가 총평이랄 수 있겠습니다.
쓸 데 없이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