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시승했던 Mercedes Benz C200K Avangarde의 시승 소감을 적고자 합니다.
시승차는 상기 모델의 검은 색상 차로, 시승 시작 전부터 엔진 체크 경고등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으나, 시승 중에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1.Design
이제는 A, B클래스가 있어서 벤츠 라인업의 막내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C클래스는 벤츠의 막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잡혀 있는 모델입니다.
190E로 데뷔해서 여러 차례의 풀 모델 체인지를 거쳤지만, 바로 전세대의 W203까지도 저에게는 '아버지 옷을 빌려 입은 아들'같은 인상의 디자인으로 일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항상 윗급 모델에서 디자인 아이덴터티를 따와서 좀 애늙은이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현재의 W204 C클래스도 디자인의 기조는 크게 봐서 S클래스, 작게 봐서는 CL에서 많이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한 때 부드러운 곡선의 우아한 바디라인의 벤츠가 멋 있게 보였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직선 위주의 약간 깡패같은 인상의 벤츠가 더 벤츠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아방가르드 버젼의 스포츠 그릴과 조화된 모델이 특히 멋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상당히 균형 잡히고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차 안에 들어가 보니, 벤츠치고는 아기자기한 여러 가지 터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플래스틱의 질감은 약간 벤츠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올라오는 디스플레이 화면은 별 것 아니지만, 우리나라 소비자에게는 아주 매력적으로 보일 듯 싶습니다.
한국어가 지원되는 화면의 해상도는 아주 좋은 편이었지만, 네비게이션 화면은 해상도가 확실히 좀 떨어져 보입니다.
아방가르드 버젼에 적용되는 커맨드 컨트롤러는 제게는 로직이 쉽게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워낙에 이런 통합 컨트롤러를 싫어하지만, 제네시스의 DIS의 로직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몰론, 익숙해지면 크게 문제가 없는 사안입니다.

실내공간의 절대적인 크기는 국내에서 패밀리 세단으로 쓰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듭니다.
뒷좌석의 실내공간은 BMW 3씨리즈보다는 약간 더 넓어 보이나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고, 싸브 9-3와 비슷한 정도의 공간으로, 특히 뒷좌석의 레그룸이 좀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앞좌석의 모서리를 파 놓은 모양인데, 뒷좌석에 성인이 자주 탑승해야 하는 경우라면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불편한 정도의 공간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E클래스 대비 길이가 거의 30cm 가까이 짧은 차임에도 차량의 중량은 거의 차이가 안 난다는 점이 제게는 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2. Powertrain
항상 벤츠의 시동을 걸 때 느끼는 것이지만, 벤츠의 시동이 걸릴 때에는 존재감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요즘의 다른 차들과 달리 뭔가 기계를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공회전 시에는 특별한 진동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확실히 소리가 많이 들리는 편입니다.
국산 2.0리터급 4기통 중형차조차도 공회전 시에는 시동이 걸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해졌는데, 운전자와 호흡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동이 걸렸다면 시동이 걸린 상태를 감각적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 더 나은 세팅이라는 제 지론에서는 단점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차 크기와는 달리 공차중량이 1570kg에 달하지만, 1.8리터 수퍼차져 엔진은 비교적 경쾌하게 차를 이끌어 줍니다.
주행 중에는 그다지 높지 않은 rpm에서도 수퍼차져 특유의 음색이 실내에 유입되지만, 제 생각과는 달리 엔진음과 잘 조화되어 rpm 상승에 따라 소음도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생각보다 듣기 싫은 소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정숙성을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준에서 본다면 충분히 시종일관 시끄럽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rpm에서부터 토크가 충분히 발휘되기 때문에, 실제 시승의 느낌은 좀 더 큰 배기량의 4기통 모델을 몰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수퍼차져의 소음이 없다면 자연흡기 2.4-2.5리터급 모델을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수퍼차져로 인한 이질적인 느낌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엔트리 모델로서는 충분한 힘을 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충분한 듯 싶으면서도 밟기 좋아하는 운전자에게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C200K에 얹혀 있는 5단 AT는 7G트로닉에 비해서 단수가 적은 구형 AT이지만, 전반적인 특성은 7G트로닉과 크게 차이는 없는 듯 싶습니다.
동력의 전달감도 좋고, 쉬프트 히스테리나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다운쉬프트 때의 반응은 확실히 한 박자 늦은데, 아마도 미션의 보호 차원에서 일부러 그렇게 설정해 놓은 듯 싶습니다.
굳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컴포트 모드에서는 연비를 살리기 위해서 너무 빠르게 고단으로 변속을 해 나가서 다이나믹한 운전을 하기가 좀 어렵다는 점입니다.
물론 스포츠 모드에서는 아주 적절한 변속타이밍을 잡아나가기 때문에 재밌게 운전해 볼 수 있습니다.

3. Ride & Handling
제게 가장 놀라웠던 부분인데, 예전의 벤츠와는 여러 모로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엑셀 페달의 반응도 빨라졌는데, 다른 벤츠가 한 박자 반응이 느렸다면, C클래스는 반박자 정도 늦다고 느껴질 정도로 반응이 빨라졌습니다.
스티어링의 유격도 많이 줄어들어서 운전 재미가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BMW의 AFS에는 실망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어질리티 컨트롤은 정말 절묘한 세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MW의 스티어링이 약간 과장하자면 신경질적일 정도로 빠른 반응을 보인다면, C클래스는 기존 벤츠와 BMW 사이의 중간 부분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모로 BMW보다는 덜 민감하지만, 예전의 벤츠에 비해서는 많이 예민해진 세팅입니다.
총론을 얘기하자면, 운전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히 민감하면서도, 안락함을 잃지 않은 절묘한 세팅에 나름 감탄했습니다.
다만, 브레이크의 반응은 예전 벤츠와 같이, 초기에 답력이 몰려 있지 않기 때문에, 살짝 밟아서는 제동력이 잘 안 느껴지지만, 좀 더 깊숙이 밟으면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합니다.

또 하나 좋게 느껴진 점은 써스펜션 세팅입니다.
이것도 어질리티 컨트롤과 연관이 되어 있을텐데, E클래스 대비 약간 탄탄한 승차감을 보이지만, BMW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드러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속화 도로에서도 벤츠 특유의 고속안정감은 여전히 가지고 있고, 시내의 지하철 도로공사 구간 등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도 완벽하게 적응해주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속화도로 시승 중에 저를 추월해가는 레젼드가 있어서 한 번 가속성능을 테스트해 볼 겸 따라가 봤습니다.
어차피 출력이 100마력 이상 차이가 나는 모델인지라 별 기대를 안 하고 쫓아가 봤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잘 나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S모드에서의 변속은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져서 엔진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발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레젼드로서는 풀 스로틀을 할 교통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되지만, 많이 거리가 벌어질 것이라고 판단했었으나 의외로 일정거리에서는 더 벌어지지 않고 쫓아가 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계기속으로 기록한 속도가 210km/h였는데, 이 상황에서도 가속감이 충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최고속은 상당히 나올 수 있을 듯 합니다.
무거운 184마력짜리 차의 스펙으로는 사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속빨이 좋았습니다.

4. Verdict
항상 3씨리즈와 C클래스에서 선택을 한다면, 3씨리즈가 더 낫다고 생각을 해 왔습니다만, 이번 W204 C클래스는 현재의 E90 3씨리즈보다 더 좋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3씨리즈가 더 다이내믹하기는 합니다만, C클래스의 세팅이 종합적으로는 더 완성도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정도의 엔트리 모델의 경우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데,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320i에 비해서는 높은 가격이고, BMW보다 벤츠의 경우 비공식할인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 소비자의 특성상 정숙성과 넓은 실내공간이 중요시되는데, 이런 점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어차피 많이 팔리지는 않겠지만, 여러모로 스펙상 C200K대비 두르러진 차이를 보이지 못하는 C230을 수입하는 것입니다.
E200K Executive와의 가격 간섭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차라리 C280을 지금 C230보다 약간 비싸더라도 5천만원대에 내놓는 것이 판매에 훨씬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