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s 의 엔진튠(헤드포팅&경량밸런싱) 이후, 14000 km 주행을 했고 전반적으로 숙성된 엔진감성이 고조에 이르러, 임프레션을 짚어보고 가는 의미에서 시승기로 정리해 봅니다.


EF 소나타의 시리우스 엔진은, 숏스트록 행정의 고회전형 레이아웃으로 회전질감이 여타 2.0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끄러운 태생을 안고있어, 엔진특성에 자연스레 융화되는 설정의 튠을 계획했었습니다. 튜너 양상규님은 시내운전의 용이성과 스포츠드라이빙 시, 3500~ 6500 까지 고알피엠 영역에서 파워풀한 토크를 요구하는 제 운전특성에 맞춰 출력과 토크밴드를 디자인 했습니다.


실제로 3천 알피엠 영역까지 평범하지만 부드러운 가속감을.. 3천~4천 까지는 탄력있는 크루징에 용이하고, 4천 이후는 저압터보를 연상케하는 박진감있는 가속력을 선사하는데, 만키로 주행거리를 넘어서면서 실린더 내부의 마모도가 숙성하면서, 최고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200 마력대 이상의 고성능 엔진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줍니다.


커스텀 매니폴드를 잘 믿지못하는 면도 있지만, 실제로 아주 잘만들어진 스테인레스 매니폴드가 아니면, 거칠지만 보온성에 유리한 순정 주조매니폴드의 배기 유도 효율성과 큰차이가 나지 않으리라는 생각.. 엔진룸내 팅팅~거리는 경박한 소음에 거부감이 있어, 순정을 그대로 고수했습니다. 흡기관 또한 토크상승에 유리한 롱인테이크로 가지않고, 추운계절엔 숏 오픈흡기.. 여름엔 순정으로 세팅했습니다.


촉매선택에 까다로움도 있고, 오버스펙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고려.. 중통까지 그대로 두고, 엔드머플러만 예전걸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일렌서를 장착했을땐 고알피엠영역에서 답답함이 느껴져, 얼마전 그냥 열어주었습니다.




사실 흡배기 포팅과 피스톤&컨로드 경량밸런싱 튠..단차작업등은, 튜너의 섬세한 노하우와 손길.. 경험과 데이타에 따라 결과의 기복이 많은 부문이라, 선듯 다가서기 힘든 튠 파트임이 분명합니다. 제 경우는, 90년대 초반 경기용차 세팅에 사용했던 방법론인데 그다지 좋은 결과를 보지못해, 시도하기 전까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었죠.

많이들 아시는 내용이지만, 트랙기준의 스포츠드라이빙 시 차의 엔진출력이나 구동방식 보다는 써스펜션 세팅과 엔진내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공도의 순간가속력이나 발진 최고속등에는 별 관심이 없는게 기본의식이다 보니, 압도적인 출력 상승보다는 신뢰성있는 내구성에, 약간의 갈증을 해소할 정도의 출력보완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라.. 점진적인 베이스에 충실함이 옳다는 믿음이였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고성능 스포츠카, 터보머쉰들과의 트랙, 하드코어 와인딩에서 노말의 이엡으로도 이렇다할 열세를 느끼지 못해, 교만한 마음이 깔려있음도 인정하고.. 욕심엔 끝이없는게 사람이다 보니, 자신과 애마의 현실을 합리화하는 측면도 있을겁니다.^^



베타엔진 경우는, 하이캠이나 터보등의 데이타가 많고 쉽게 우수한 가격대 성능비를 실현할 수 있지만, 시리우스는 무엇을 시도해도 프로토한 작업이 되기 일쑤임에.. 검증된 튜너의 머리와 손길에 의지함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레이스를 뛰면서 고정관념이 되었던 건, 주어진 배기량과 제한된 순정범위 안에서 구석구석에서 잃어버린 출력을 조금씩 끌어모아 뽑아내는 튠의 자연스러움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모든게 투자할 수 있는 경제여건과 마인드에 준하기도 하지만, 종합적인 시각의 최선책과 자신의 경험이 포괄적으로 녹아드는 튠이 가장 올바른 방법론이라는 생각입니다.

중고 이엡을 구입할 무렵에는.. 90년대 초반, 제임스딘 빤쓰장사를 시작하던 주병진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 무렵이였는데, 그의 멘트는.. ' 자동차를 좋아하지만, 앞으로 탈 승용차는 자신의 재산에 100분의 1을 넘지않는 돈을 쓸것이다.' 란 내용이였지요. 당시엔.. '차를 좋아하면 2분의 1을 쓸수도 있지..' 라 생각했는데, 최근 3,4 년간은 그의 말에 공감을 많이 느끼고 있답니다. 100 분의 1이여야 한다면, 그만큼 많이 벌면 되지..란 논리도 성립되니까요.^^ 차에 대한 욕심이 꿈틀거리면.. 십여년전 청담동 거리에서 마주친 주병진이 1100 cc 프라이드팝에 몸을 싣고, 해치트렁크 리드에 James Dean 이라는 쬐그만 스티커를 붙이고 달리던 모습을 기억해내곤 합니다.  전 캐피탈 경기용차로 뒤에서 달리는데, 주병진의 프라이드팝..정말 빠르더군요. 한남동 사거리를 지나면서야 추월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



1000 키로 길들이기 이전의 이엡은, 3천알피엠까지만 사용했는데.. 엔진음이 딴딴하고, 저알피엠서도 토크가 상승했음을 한몸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엔진의 폭발과 흡배기 행정 싸이클이 촘촘해진 듯, 똑같은 속도로 달려도.. 초당 1200 프레임의 초고속 카메라를 돌려, 화면을 리와인드 시켜 슬로모션으로 분석해도 동작이 매끄럽게 느껴지듯이, 저알피엠의 작동음이 유연해졌지요.

천키로를 지나면서 5천알피엠 리미트 상태에서 동료들과 드래그를 해봤는데, 근소한 차이지만 순정 투스카니와 2000 CC 차들보다 1~3대 차이로 앞섰습니다. 당시 클러치 슬립이 심했던 시기이고, 엔진숙성이 턱없이 덜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시적인 결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였지요.

3천키로 시점에선 좀 이른듯 했지만, 풀알피엠을 열었고.. 윤정준님의 흡기캠튠 투스카니, 표세원님의 흡배기풀튠 아반떼(XD86) 과의 트랙 드라이빙에서, 같은 랩타임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이는 직진가속에서는 부족했고, 각영역의 토크밴드를 사용하는 곡선주로에서 보완되었다고 봅니다. 노말 상태였을때보다 2초 이상의 발전된 기록이였죠. 아마도 클러치가 보완되고 엔진이 숙성한 지금 시점이라면 한결 나은 랩타임을 기록하리라 믿어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수치로 드러나는 기록 이전에.. 14000 키로가 넘어서는 요즘에.. 엔진특성이 매우 매력적으로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3천을 넘어설때 느껴지는 두툼한 토크감과 4천 알피엠을 넘어서는 시점부터 노면을 박차며 쥐어짜는 시리우스의 표호하는 회전력에, 짜릿함이 느껴집니다.  헤드레스트에 뒤통수가 묻혀버리는 자극적인 박진감이 아니라, 양어깨와 힙을 감싸는 부드럽고 포근한..(?) 슬며시 덩치큰 이엡이 내몸과 함께 노면의 중력에 자기부상하듯 미끄러져 나가는.. 중독성 넘치는 추진력을 선사합니다.




오후무렵 녀석과 함께 동네의 연희ic 를 타고 내부순환로에 올랐는데..
20 세기에 만들어진 평범한 이엡의 오래된 샷시에서는 잡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얼마전 리뉴얼된 튼실한 관절과 인대.. 기분좋게 노면의 굴곡을 전해주는 근력좋은 빌스타인 댐퍼스프링의 조합에, 봅슬레이 코스를 연상케 하는 타이트한 내부순환로의 고속코너를 160~180으로 돌아나가는 동안,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슬립앵글을 그려주는 샤프한 핸들링과 함께.. 1미터 내외의 보호벽에 부딪혀 울리는 엔진배기음만 귓전에 다채널 써라운드 음향의 감동을 전해주고.. 단단한 45시리즈 타이어의 노면을 치닫는 공명음과 퉁퉁 전해주는 생동감있는 주행감성에 잠시.. 차와..나와..세상이 하나가 되는.. 감히 오르가즘으로 불리워도 좋을 황홀감에 빠졌습니다.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