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여파로 출퇴근 거리가 길어지면서 유지비가 평소보다 40% 정도 늘게 되었습니다.
1주일 정도 용인에 파견나와 일하다보니 휘발유 5만원 어치 넣으면 이틀만에 동이 나는
상황이죠. 결혼식 20여일 남은 예비신랑이다보니 '근검절약'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어
"교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꽤나 오랜 고민과 방황 끝에 새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차를 인터넷에 매물로 올려
놓았는데, 1달 넘도록 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중고차 매매상에게 나름 섭섭한(?)
값에 넘기고 말았습니다. 차가 팔려나갈 때까지, 그리고 새차를 고르는 동안 현실에
대한 수긍과 반감이 점점 강해지는 경험을 또 다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수동변속기 차는 사기도, 팔기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별한 라세티5를 2005년에 살 때, 계약금 넣고 2주를 기다려 차를 받았습니다.
수동을 골랐기 때문이었죠. 이번에 차를 팔려고 내놓았을 때에도 꽤나 한참을 기다리다
지쳐 결국은 매매상에게 넘어갔습니다. 그것도 원래 생각했던 값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팔렸습니다. 수동은 사려는 사람이 아주 드물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매매상에서도 아주
시원하게 값을 치더군요. 물론 매매하시는 업자분이 무척 젠틀하셔서 섭섭하면서도
그럭저럭 수긍하면서 차를 넘기기는 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자동변속기 차가 '흔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국민차급인 중형 세단에도 수동변속기 차가 널렸던 기억이 나는데, 아무리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수동이 이리도 천대를 받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기사,
요즘에는 대리운전을 부를 때에도 '수동차 운전할 수 있는 사람 보내달라'고 얘기를
해야 하지요. 그나마 수동 가능한 분들도 막상 운전을 맡겨보면 대리운전 별로 부르고
싶어지지 않게 됩니다. 발레 파킹때도 마찬가지구요.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자동변속기가 편하긴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실상
여러 차를 몰아보면서 자동변속기차가 '아주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작만 익숙해진다면 클러치가 아주 무겁지 않은 이상 시내주행 때의
피로도 차이가 아주 크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다 이런 식으로 수동변속기 차의 천대를
경험하다 보니 괜한 오기가 생기기까지 합니다. 타고난 '삐딱선 정신'이 이런 데에서도
빛을 내는 셈이죠.

해서, 다음 주 수요일에 인수하게 되는 새차에도 어김없이 수동변속기가 달립니다.
제 명의로 된 제 차이기는 하지만 색깔과 변속기 말고는 제 마음대로 고른 것이 하나도
없는 - 메이커, 차종, 트림 등 모두 - 차라 어떤 심정으로 타게 될 지는 차를 받아봐야
알겠습니다만, 그런 와중에도 고집스런 수동변속기 차 오너의 길은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바뀔 어머니 차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 뻔하구요.